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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년 유통시장 개방으로 대형마트가 급속도로 확산됨과 동시에 지역 상권은 심각하게
붕괴되고 있다. 부평시장만 보더라도 안을 들여다보면 빈 상가가 즐비하다.

 

더구나 97년 외환위기 이후 부평 역시 실직자들이 일반 도소매업과 음식업 등의 자영업으로 진출하면서 공업도시가 아닌 상업도시로 변모했다. 때문에 지역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지역 상권과 자영업자의 문제는 비정규직 문제만큼이나 중요한 의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22일과 23일 부평에서는 이틀 연속 침체된 지역 상권의 활로를 모색하고자하는 토론회와 세미나가 열렸다.

 

주된 내용은 대형마트와 지역 상권의 상생은 가능한지, 대형마트 규제는 가능한 것인지, 지역 상권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상인 스스로의 자구책은 마련되고 있는지, 그동안 시장경영지원센터에서 시장을 살리고자 지원한 시책은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는지에 관한 것들이었다.

 

인천지역 상점가와 시장상인의 실태

 

인천전문대학 지역개발연구소가 올 1월부터 2월 5일까지 인천지역 내 부평시장, 모래내시장 등 상인 2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했다고 응답한 상인은 무려 52%다. 변화 없다는 31%, 다소 증가했다는 15%에 그쳤다.

 

시장 시설현대화 지원 사업이나 마케팅 교육 등 경영현대화 지원 사업 등에 대해 상인들은 대체적으로 만족한다고 답했으며, 특히 홈페이지 구축과 전자상거래 도입부분은 58%가 효과적이라고 답했다. 상인들은 시장 공영주차장과 공동화장실 개선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

 

한편, 같은 기간 시장인근 거주자 25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시장을 2~3주에 한 번 간다는 응답이 32%로 가장 많았으며, 주 1~2회 이용이 23.5%, 주 3~4회가 21%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의 재래시장 편의시설에 대한 만족도 조사에서 만족은 28%, 불만족은 16.5%, 보통은 48.5%로 나타났으며, 주된 불만족은 주차장ㆍ화장실ㆍ결제수단ㆍ배송시스템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시장 상인들의 친절도 조사에서 친절하다 32.3%, 불친절하다 31.9%로 나타났다.

 

아울러 부평소상공인지원센터에 의하면 시장 상인이 아닌 상점가 상인들의 경우 대형점포 과다진입, 자영업 과잉, 경기 침체, 소비 위축, 경영능력 미비 등을 주로 경영애로 요인으로 꼽았다.

 

대형마트와 지역 상권은 공존 가능한가?  

 

22일 열린 토론회에서 시장경영지원센터 발표에 의하면, 재래시장의 2001년 매출은 40조원에서 2006년 32조원으로 줄었으며, 수퍼수퍼마켓(SSM)이나 백화점을 제외한 대형마트의 경우 같은 기간 14조원에서 25조원으로 늘었다. 이득과 손실의 총합이 제로가 되는 제로섬게임(zero-sum game)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때문에 대형마트를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줄기차게 제기돼 왔고, 17대 국회에서 이와 관련한 법률이 발의됐으나 2년 넘게 계류중이다. 한나라당 조진형(부평 갑) 18대 국회의원 당선자 역시 최근 대형마트 규제는 당연하다고 얘기한 바 있다.

 

대형마트 규제와 관련해 상인과 지역 시민단체는 공정한 경쟁구도를 조성하기 위해 대형마트 규제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형마트와 지역 상권이 상생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의 대형마트 출점을 제한해야 하며, 대형마트의 영업시간과 영업품목 등에 대해서도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에 대형마트가 들어섬과 동시에 재래시장 상인과 상점가 상인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당사자라면, 대형마트 매출액의 80% 이상이 지역 밖으로 유출돼 지역의 부가 지역에서 소비 되지 않기 때문에 지역(주민)은 간접적인 피해자가 되는 셈이다.

 

여기에 대형마트 간 과당경쟁은 고스란히 대형마트 입점업체와 납품업체로 전가돼 중소제조업체와 입점 상인의 몰락을 가져오게 되고, 이 역시 내수경기 침체의 원인이 된다. 또한 대형마트 전체 직원의 80%를 해당 지역에서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 역시 소득 감소와 소비 둔화의 악순환 구조를 양산한다.

 

대형마트 규제 관련 쟁점은 세계무역기구(WTO) 규범 위반 여부지만, 사실은 그보다는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장의 의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자체 조례로 대형마트 출점을 제한하거나 지역 생산품목을 매입토록 하고 있으며, 나아가 현지 법인화하는 사례도 있다.

 

안영효 인천전문대 교수는 "등록제에서 허가제 전환은 국내규제에 해당하기 때문에 WTO와 상관없이 가능한 부분이며, 영업시간 규제와 품목제한 등의 조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 WTO의 패권 국가인 미국에서도 매장 면적 15% 이상을 식품과 비과세 상품 매장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하고 있고, 지자체의 도시계획위원회에 의해 이러한 규제를 정하는 데 이해당사자의 참여를 보장하고 있다.

 

재래시장도 강점을 살려 경쟁력 키우자

 

대형마트 규제가 시장 활성화를 위한 외부 조건을 형성하는 과정이라면, 내적으로 손님을 끌기 위한 자구노력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재래시장과 상점가 상인, 지하도상가 상인 등은 몇 해 전부터 시장경영지원센터에서 실시하고 있는 상인대학, 공동마케팅 등의 지원 사업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상인들의 목소리가 더 높다. 지역마다, 시장마다 각각 특색이 있기 마련인데, 시설현대화 지원 사업이나 경영현대화 지원 사업이 천편일률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시장 나름의 특색을 못 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화동 부평시장상인회 회장은 "전국시장상인연합회 모임이나 타 지역 시장 견학 때 느꼈던 것인데, 부평시장에 대한 지원정책과 대전 재래시장에 대한 지원정책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재래시장의 경우 농축수산물은 가격이 대형마트에 비해 저렴하다. 실제 2007년 설 명절 당시 부평종합시장의 제수용품 가격은 부평지역 한 대형마트보다 5~6만원 더 쌌다. 또한 부평깡시장은 과일시장, 문화의거리와 지하상가는 의류시장 등으로 특화돼 있어 이를 강화하기 위한 지원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아울러 시장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도 필요하다. 부평시장은 규모가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시장 내부 구조에 대한 안내판이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은 데다, 공영주차장이 있다고 하지만 외부에서는 어디에 있는지 모를 정도다.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석종수 인천발전연구원 박사는 지적했다.

 

한편, 대형마트는 자동차 중심의 쇼핑공간이다. 시장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 공영주차장을 설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부평시장은 부평대로를 중심으로 동서가 끊긴 상태다. 동서를 연결하는 횡단보도 설치와 더불어 자전거도로 확보는 시장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시장 접근성과 더불어 지역 중소기업들의 판로와 신제품 테스트 장으로써 재래시장을 기능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역 생산품을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구조도 필요하지만,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품이 시장에서 유통되고, 시장에서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살펴볼 수 있는 방안을 도입해 지역 중소기업과 시장을 연결하자는 취지다.

 

이틀 동안 진행된 토론회와 세미나에서 제기된 내용은 주로 이와 같았다.

 

사실 이러한 주장과 방안들은 지난 시기에도 자주 언급돼왔던 것들이다. 때문에 이 같은 정책을 결정지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결단이 어느 때보다 시급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인태연 부평상인대책협의회 사무국장은 "5년, 10년 얘기하는데, 이대로 가다간 2~3년 안에 재래시장과 상점가 상인 다 망한다. 그 만큼 절박하다. 매번 토론회와 세미나가 끝날 때마다 허무한 느낌이다. 국회의원, 지자체장의 결단이 필요한 시기다. 상인이 퇴출당하면 시장만 없어지는 게 아니라, 그로 인해 사회적 안전망이 파괴돼 일자리 없는 노동자도 죽고, 도시도 죽는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대형마트, #시장활성화, #부평상권, #부평시장, #부평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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