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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시위에 참여했다가 연행된 학생·시민들에 대해 엄정 처벌 방침을 밝힌 이명박 정부가 '대통령 취임 100일 기념' 대규모 특별사면을 추진하고 있어 '광우병 파동'을 잠재우려 한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취임 100일 특사'라는 형식 자체도 전례가 없을 뿐 아니라, '광우병 쇠고기' 논란에 따른 국면전환 용이라는 점에서 '사면권 남용'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앞에서는 이례적인 강경 진압으로 시위 참가자들을 잡아들이고, 뒤에서는 성난 민심을 수습한다는 명분으로 특사를 검토하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이중 행보'를 보이고 있다.

 

법무부 "끝까지 검거, 엄정처리"... 청와대 "취임 100일 특사" 검토

 

법무부는 26일 새벽 김경한 법무장관 주재로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지난 주말 사이 열린 미국산 수입쇠고기 반대 집회에 대해 "이를 주동하거나 극렬행위를 한 자뿐만 아니라, 이를 선동·배후조종한 자에 대하여 끝까지 검거하여 엄정처리하도록 검찰에 신속 지시했다"고 밝혔다.

 

살수차와 방패를 동원한 경찰의 폭력 진압에 이어 법무부까지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고 나섬에 따라 '신 공안정국' 조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주말사이 잇따라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밤샘 촛불집회 참가자들에 대해 경찰의 과잉 진압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여성과 장애인·학생들이 포함된 집회 참가자들에 대해 25일 새벽 살수차를 동원해 물대포를 발사하고, 경찰이 저항하던 한 여성장애인의 머리채를 잡고 끌고가는 상황이 연출되기고 했다.

 

집회 참가자들이 비록 도로를 점거하기는 했지만 과거와 같이 쇠파이프나 화염병 같은 폭력투쟁의 흔적이 전혀 없었음에도 경찰은 참가자들의 머리를 향해 방패를 휘두르는 폭력을 자행해 부상자가 속출했다. 경찰의 강제진압에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나서서 밤샘집회에 나섰고, 경찰은 이들을 강제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이틀 동안 50명 이상을 연행했다.

 

특히 촛불문화제 참석자들이 '독재정권 타도'와 '대통령 탄핵' 등의 구호를 외치며 거리로 쏟아져나오는 등 정권 반대운동 차원으로 확산된 것은 이명박 정부의 안이한 상황인식 때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광우병 촛불은 왜 '탄핵' '하야' 요구로 번졌나

 

이 대통령이 최근 대국민담화를 통해 광우병 파동에 대한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성난 민심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쇠고기 재협상이나 농수산부장관 해임 문제 등에서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청와대가 검토하고 있는 카드가 바로 '취임 100일 특사'인 셈이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취임 100일인 내달 3일을 전후해 특별사면을 단행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생계형 사범과 행정처분 대상자 등을 대상으로 다음달 초 특사를 단행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검토중인 사면대상은 ▲생계형 범죄 위주의 일반 형사범 ▲도로교통법상 벌점 및 운전면허 관련 행정처분을 받은 사람 ▲모범 수형자 등이다. 정치인이나 재벌총수 등은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한다. 그러나 도로교통법 벌점 감면의 경우 폭을 확대할 경우, 대상자가 최대 수백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출범하면 으레 사면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조각 등 조직개편이 늦어지면서 아예 논의가 없었고, 4·9 총선 등으로 바빠 사면이 미뤄졌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원래는 건국 60주년인 오는 8월 15일 광복절을 기해 대규모 특별 사면이 단행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최근 '광우병 쇠고기' 파동으로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여론을 무마시키기 위해 특사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선 것이다.

 

20%대 지지율, 대통령 취임 기념 특사로 국면전환 될까

 

하지만 청와대가 검토하고 있는 '취임 100일 특사'가 성난 민심을 잠재울 수 있는 정국 타개책이 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청와대는 물론 여권 내에서도 특사 카드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역설적으로 취임 100일을 맞아 지지율이 20%대를 기록하고 있는 이 대통령 본인이다. 청와대가 아무리 "정략적 의도가 없다"고 해명한들 '추락한 지지율 만회용'이라는 오해를 살 수밖에 없다.

 

6·4 재보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 분위기로는 여론의 참패가 예상된다. 따라서 재보선을 앞두고 특사 얘기를 꺼내 반전을 노렸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박근용 참여연대 사범감시센터 팀장은 "취임 100일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의미있겠지만, 국민적으로는 사회통합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사면권의 기본 취지에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번 특사로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정책에 대한 국민적 반대와 불신을 상쇄시킬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엉뚱한 데서 해답을 찾으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근용 팀장은 또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폭력을 행사한 것도 아니고 이 정부에 대한 절망감 때문에 단순히 도로에 내려간 것 뿐인데 강경 처벌하겠다는 것은 여전히 귀를 막겠다는 정권의 오만함을 드러낸 것"이라며 "거리에 나오는 시민들을 막기 위해 탄압 할 것이 아니라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여서 재협상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청와대가 성난 민심을 진정시키기 위해 '취임 100일 특사'라는 편법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런 반발 여론으로 인해 실제 시행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27일 촛불문화제를 뒤로 하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중국 방문 길에 오르는 이 대통령이 어떤 해답을 갖고 돌아올 지 주목된다.


태그:#이명박 대통령, #광우병 쇠고기, #특별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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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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