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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평론선집>은 한국 녹색운동의 치열한 발자취이다.
 <녹색평론선집>은 한국 녹색운동의 치열한 발자취이다.
ⓒ 녹색평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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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 모두의 하느님은 하나라는 것을. 이 땅은 그에게 소중한 것이다. 백인들도 이 공통된 운명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결국 우리는 한 형제임을 알게 되리라."

아이들의 교과서에도 시애틀 추장의 저 유명한 연설문은 어김없이 실려 있어 그 내용을 모르는 이는 드물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인간이 자연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고 가르치면서 한편으로는 성장주의와 산업주의를 하늘에서 내려준 특명처럼 떠받드니 아이들로서는 어리둥절할 만하다.

그러나 이것이 꼭 아이들만의 혼란은 아니다 싶다. 어른들도 환경 다큐멘터리를 보고서는 '남극의 빙하가 녹는다네' '하늘에 구멍이 뚫렸다네' 지구를 걱정하지만, 불도저를 막아서는 환경운동가를 보고는 저놈들이 그깟 풀뿌리 때문에 국익을 망친다고 개탄한다.

요컨대 오염되는 자연은 걱정되지만 그것은 그저 의식 밑바닥에 깔려 막연한 무형의 불안으로 머물 뿐이다. 화석 연료의 매장량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무척 중요하지만, 화석 연료가 지구를 얼마나 오염시키는가는 덜 중요하다. 어쨌든 경제는 성장하고 개발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강박이 우리를 얽매고 있다.

<녹색평론>은 바로 그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생명공동체 지향의 생태주의 잡지다. 이미 오래 전에 출간되었던 <녹색평론선집1>과 이번에 출간된 <녹색평론선집2>는 옛 녹색평론을 읽고 싶은데 절판되어 구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글을 추려내어 실은 것이다.

즉, 녹색평론선집은 지난 녹색평론의 발자취를 모자라나마 되짚어볼 수 있는 책이다. 김종철 발행인의 녹색평론 서문(序文)을 모은 <비판적 상상력을 위하여>도 눈여겨볼 만하다.

녹색평론은 창간된 1991년부터 열여덟 해가 지나도록 한결같이 달려 왔는데, 바꿔 말하면 열여덟 해 동안 우리네 세상이 바뀌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당금의 상황을 보아하니 오히려 점점 더 심화되고 있는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우리 삶의 질이 경제라는 말로 뭉뚱그려 치환되고 있는 모습부터 그러하다. 행복한 삶은 오로지 경제성장과 산업개발만이 보장한다는 믿음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막다른 길임을 알면서도 전속력 돌진하는 폭주기관차의 모양새로 공장을 세우고 있다.

이제 빙하에서도 먼지가 시커멓게 나오는 시대가 되어서야 세상은 환경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유엔에서 기껏 내놓은 발상이란 '지속가능한 개발'이다. 지속가능한 개발은 여과 없이 받아들여져 생태적 상상력을 제한하고 지배했다.

'지속가능한 개발'은 인간을 환경문제에서 구원해줄 새로운 대안처럼 제시되지만 사실 환경도 적당히 고려하면서 계속 개발논리를 펼치겠다는 뜻에 불과하다. 역시 산업개발 자체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규정되고 말았다. 산업개발이 부르는 토착문화의 파괴와 공동체의 붕괴를 유엔은 전혀 문제 삼지 않았다. 결국 좀 더 온건하고 세련된 언어로 개발논리를 포장했을 뿐이었다.

자연이 죽는다면 인간도 함께 죽는다는 사실은 누구나 '당연하게' 알고 있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흔히 생태주의자들을 비현실적이고 이상적인 사람들이라 백안시한다. 자동차가 우리 세상에 얼마나 나쁜지 이야기하면(곰곰 생각해보면 여러모로 담배보다 더 나쁘다), 그럼 과거 원시사회로 돌아가자는 거냐는 불퉁스런 대답이 돌아온다.

심지어 스스로 진보주의자라고 자청하는 사람들조차 생태주의자에 동의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생태주의자들은 사실 가장 폭넓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인간의 미래를 설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이대로 가면 우리 모두는 공멸한다는 사실을 '당연하게'를 넘어서 '절박하게' 느끼는 사람들이다.

환경운동 시민단체 '녹색연합' 회원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치에 반대하여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환경운동 시민단체 '녹색연합' 회원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치에 반대하여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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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한 표지에 재생지로 만든 녹색평론의 책은 언제나 곁에 두고 흐뭇할 친구다. 어릴 적부터 아파트와 기계와 자동차 무리 속에서 살았던 우리는 녹색평론에 쉽게 동조할 수 없다. 녹색평론에 동의했다고 하더라도 관성적으로 살아온 우리가 지금껏 고수했던 상업적, 폭력적 생활양식을 포기하기는 무척 어렵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당면한 문제의 뿌리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광우병을 접하고 이명박 정권과 미국 탓하기를 넘어서, 광우병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생겼는지, 결국 근본적으로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섬뜩하게 느낄 것이다. 광우병을 누가 만들었는가? 바로 우리 인간이다. 당신에게 녹색평론을 권한다.


녹색평론선집 1 - 개정판

김종철 엮음, 녹색평론사(2008)


녹색평론선집 2

김종철 지음, 녹색평론사(2008)


태그:#녹색평론, #녹색운동, #생태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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