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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와 '미국산 쇠고기'의 만남

 

뉴라이트전국연합·뉴라이트의사연합·대한의사협회 등 8개 단체 회원 70여 명이, '미국산 쇠고기 안전 보증'을 위해 서울 장충동 소피텔앰배서더 호텔에서 '미국산 쇠고기' 시식회를 열었다고 한다. 시간이 좀 뜬금없었다. 23일 아침 6시 30분이었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그 '미국산 쇠고기'의 월령도 모르고 먹었다는 점이다. <오마이뉴스> 23일자 기사 <"미국 쇠고기, 요리 잘했는지 아주 맛있네요">에 따르면, 장선호 뉴라이트의사연합 사무처장은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사실 몇 개월 산인지는 잘 모릅니다. 미리 계획된 행사가 아니라 급하게 열린 행사이다 보니까 정확히 파악하고 구하지 못했습니다. 구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서 미8군부대에서 유통되는 '미국산 쇠고기'를 얻어다가 시식회를 여는 것입니다."

 

직접 요리한 호텔 주방장에 따르면 이 쇠고기는 LA갈비였다고 한다. 미국산 LA갈비 시식에 나선 사람들의 반응도 돌아보자.

 

"요리를 잘해서 그런 건지, 고기가 좋아서 그런 건지, 진짜 맛이 괜찮네." -김용진 한국여자의사회 회장

"이거 한우 같다." - 김동준 뉴라이트의사연합 고문

 

그런데, '진짜 맛 괜찮고 한우같은 미국산 LA갈비'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인기가 없었다고 한다. 해당 기사 부분을 돌아보자.

 

"'아침 시간이라서 잘 안 들어가시는 모양입니다.'

 

사회자인 장선호 사무처장의 말처럼 아침 식사라서 그런 건지, 많이 먹지 못했다. 김종근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은 '나 먼저 간다, 참 28년 뒤에나 증상이 나타난다지?'라며 농을 던진 뒤, '사진 촬영 다 했수?'라고 묻고는 쇠고기를 조금만 먹고 바로 자리를 떴다. 

 

순간 박한성 대표가 '좋은 건데 나눠먹어야지'라고 말하며 회원들이 앉아있는 테이블로 접시를 옮겼다. 그러나 테이블로 옮겨진 '미국산 LA 갈비'는 그리 인기가 좋지 않았다. 행사가 끝날 때까지도 접시에 남아 있었다."

 

이렇듯 인기가 없었다는 점을 납득할 수가 없다. 왜? 이 '미국산 쇠고기'는 '보통 미국산 쇠고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뉴라이트가 먹은 'St.helens'의 정체는...

 

 

위 이미지 속 쇠고기의 상표를 주목해보라. 'St.helens'라는 마크가 새겨져 있다.

 

'St.helens'는 미국 아이오와주에 위치한 AgriBeef사의 제품이다. 관련 홈페이지

(http://www.abfoodsusa.com/products/sthelens.asp)에 가면 'St.helens'가 어떤 제품인지 확인할 수 있다.

 

 

홈페이지에는 눈에 띄는 문구가 있다. 바로 이 부분이다.

 

"All USDA grades available as well as USDA approved Premium Angus Beef Programs."

 

미 농무부에서 특화된 프로그램으로 인증받은 '프리미엄 앵거스 쇠고기'를 포함한 모든 등급의 고기를 판매한다는 이야기다. 'Angus(흑소)'는 미 농무부에 따르면 '메이저 품종'이다.

 

물론 'LA갈비'라 불안할 수도 있겠지만, 상표 아래에는 'BEEF'라는 단어가 명백하게 드러나 있다. 'BEEF' 는 태어난 지 2년 가량, 즉 24개월령 가량의 다 자란 소의 고기를 지칭하는 표현이다. 아래의 이미지에서 다시 확인해보라. .

 

 

홈페이지에서 확인해보면 알 수 있겠지만, 'St.helens' 자체도 미국의 '노스웨스트(미 북서부 3개주) 야키아벨리 지방'에서 '방목'으로 사육한 소다. 이런 쇠고기를 수입하기로 협상을 체결한 것이라면, 국민들이 촛불 들고 청계 광장에 모이는 일 자체가 없었을 것이다.

 

본인들은 '프리미엄 앵거스 비프'도 안 먹으면서...

 

이런 최고급 쇠고기를 왜 남겼을까? 정말 '아침시간'이어서였을까? 아무튼 확실한 것 한가지, 본인들은 그런 최고급 쇠고기조차도 안 먹고 남기면서 국민에게는 '30개월령 이상 쇠고기'를 먹으라고 홍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조선일보> 김정훈 기자가 지난 10일에, "정부 청사 구내식당 식단에 미국산 쇠고기로 만든 꼬리곰탕을 올릴 용의가 있다"던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발언에 재정경제부 공무원 노조가 반발한 것에 대해 <[기자수첩] 미국산 꼬리곰탕 거부하는 공무원들>이라는 기사를 통해 "국민의 불안감을 풀어줘야 할 공무원들이 도리어 광우병 괴담에 편승하면 국민들은 어쩌라는 거냐"고 질타한 적이 있다.

 

그러자, 인터넷언론 <데일리서프라이즈>가 13일자 기사 <공무원 질타하는 <조선>, 제 구내식당부터 비판하라>라는 기사에서, "우리 식당에서 제공되는 쇠고기는 광우병 발생 위험이 없는 호주산 청정육으로 안심하고 드셔도 됩니다"는 안내문이 붙은 조선일보 구내식당의 모습을 공개하며 질타한 적이 있다.

 

뉴라이트 의사들의 '쇠고기 아침 식사'도 이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저, 할말은 하나 뿐이다. 본인들이나 잘 하라는 이야기다. 뉴라이트 의사들은 '프리미엄 앵거스 비프'보다 바로 아래의 쇠고기를 시식함으로써 모범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남기지 않고 마음껏 먹어도 된다. 수원세관 내 모 냉장보세창고에 잔뜩 있다고 하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미국산 쇠고기, #뉴라이트, #광우병 쇠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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