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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1일 저녁 '어처구니 없는' 기사를 접했다. 기사의 핵심내용을 소개한다.

 

외교적으로 주재국 대사가 여당 대표든, 야당 대표든 주요 이슈에 대해 전할 말이 있을 경우 직접 찾아가는 게 상식이며 특히 항의 내용을 전화로 전한 것은 외교적 상식을 벗어난 큰 결례라는 게 외교가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버시바우 대사의 '외교적 상식을 벗어난 큰 결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외교적 상식을 벗어난 큰 결례'를 대사로 부임한 2005년 늦가을부터 꾸준히 범하고 있다. 그것이 도대체 어떻게 가능할까? 글쎄, 그가 일개 '주재국 대사'정도가 아니라 '상전국 미국 대사'기 때문이 아닐까?

 

버시바우 대사의 '외교적 상식을 벗어난 큰 결례' 처음이 아니다

 

어쩌면 그는 '오만한 미국'(Arrogant America)의 '상전국' 대사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부임 초기였던 2005년 12월 그는 미국 프리덤하우스가 조직한 '북한인권대회' 때에도 당시 야당 대표였던 박근혜 의원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한(압력을 넣은?) 전력이 있다.

 

그것도 모자라 그는 서울 한복판에서 미국 정부가 돈까지 대고 진두 지휘한 반북 집회에 '북한인권대사'라는 사람과 함께 참가해 '외교적 상식을 벗어난 큰 결례'를 범한 일도 있다. 당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얼마간 조용히 지낸 때를 빼고 그는 한결같이 '상전국' 미국 대사직에 충실했을 뿐이다.

 

그는 이명박 정부 탄생과 더불어 다시 전면에 부상한 듯하다. 미국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조·중·동 등의 주장 대로 만약 한국을 '대등하고 동등한 주권국가'로 대할 경우에도 일개 '주재국 대사'가 주권 국가의 제1 야당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공격적'으로 '항의'하는 일종의 국치(國恥) 사건이 발생할 수 있었을까?

 

그러니까 버시바우 대사는 미국 기업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걸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제동을 거는 야당 대표에게 일종의 '협박'을 한 셈이다. 버시바우 대사가 손학규 대표에게 했다는 발언이 얼마나 오만불손하며 '외교적으로 상식을 벗어난 큰 결례'였는지 그들의 대화내용을 다시 한 번 살펴보자.

 

버시바우 대사가… 전화로… 어제 손학규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에서 '30개월 미만의 소만 수입해야 한다'고 지적한 사실을 거론하며 '과학적 근거도 없이 왜 반대하느냐, 실망스럽다(disappointed), 불안(anxiety)을 야기한 데 대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나중에 '어처구니가 없다'고 했다.(연합뉴스 2008년 5월 21일)

 

일개 대사가 야당 대표에게 전화로 항의, 가당키나 한가?

 

사실 미국 대사가 한국 야당대표에게 전화로 직접 항의한 일은 놀랄 일이 아니다. 독립적인 주권국가라는 대한민국에서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하루가 멀다고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주무부처 장관, 고위공직자들이 마치 미국 쇠고기 기업들의 로비스트라도 된 듯 행동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자국 국민의 건강과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듯 마치 자신들이 미국 백악관, 의회, 무역대표부, 농무부, 상무부, 재무부의 대변인 아니면 정책 홍보인쯤이나 된 것처럼 행동하고 있는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하루가 멀다고 일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그것도 대한민국 국민이 낸 세금으로 높은 봉급 받고 대접받아가면서….

 

이명박 정부와 조·중·동, 한나라당, 뉴라이트, 보수 기독교 근본주의세력들이 이구동성으로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문제와 관련해서 '10대들마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오게 한 배후에 좌파와 빨갱이들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오늘의 대한민국 현실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대통령을 보니 '상전국' 미국 대사의 오만이 더할까 염려

 

10대만이 아니라 이 땅의 미래를 진정으로 염려하고 걱정하는 모든 사람들이 남녀노소를 불문코 어제에 이어 오늘도 거리로 나서고 있는데도 이명박 대통령과 조·중·동, 한나라당은 촛불을 들고 청계천 광장에 모이는 사람들의 배후에 정체 모를 누군가가 있다고 언제까지 주장할 수 있을 것인가?

 

광우병 문제가 지극히 의심되는 미국산 쇠고기까지 '싸고 안전하다'는 소위 '선진 대한민국 주식회사 CEO' 이명박 대통령을 보며 이 땅에 '상전국' 미국 대사의 오만함과 무도함이 날이 갈수록 더해질 것이 마치 눈앞에 불을 보듯하다. 지나친 기우일까?

 

요즘 나라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세상이 한국을 '제 정신 가진 나라'로 보겠는지 싶다. 낯부끄러워 고개 들기가 두렵다. 일본은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외무성이요 문부성이요 모두 나서 '독도는 우리땅'이라고까지 외치고 있다. 한국이라는 나라를 얼마나 우습게 보면 일개 '주재국 대사'도, 일본 문부성도 그렇게 할까?

덧붙이는 글 | - 정기열 기자는 중국사회과학원 초빙교수이자 새사연 이사, 월간 민족21 편집기획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이 기사는 이스트플랫폼(http://epl.or.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버시바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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