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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똘을 모집합니다'는 문구, 특이하다. 시흥문화운동공동체 '이공異共'에서는 장똘의 의미를 '자신의 이야기와 의제를 함께 지역사회와 나누는 사람'- 장돌뱅이의 줄임말로 표현하고 있다.

 

기존 화폐로서 인정되는 물건의 가치를 사람들의 기억과 이야기 혹은 공적활동의 품앗이 형태로서 가치교환을 이루고자 '2차 이야기 벼룩시장'에 함께할 장똘을 모집한다는 것.

 

1차 이야기 벼룩시장은 4월19일 진행했으며, 2차 이야기 벼룩시장은 5월31일(토) 시흥시 매화동 소공원(파출소 뒤)에서 오후 1시~6시까지 진행한다.

 

장똘은 지역사회와 나누고 싶었던 자신의 의제가 있는 사람(예: 총칼장난감과 화초교환하기 / 대안생리대보급하기 등), 내 재주를 나누고 싶은 사람(예: 거리의 악사, 풍물로 신명내기 등), 나만의 노하우를 주민들과 나누고 싶은 사람 등 다양하다.

 

보통의 벼룩시장은 중고물건을 파는 곳이다. 그러나 이 벼룩시장은 나와 관련된 재주, 놀이 등을 교환하는 자리다.

 

매화동 소공원이 나눔터가 되어서 본인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부스, 매화동 옛날사진 전시회 부스, 음식을 나눠먹는 부스, 지역소식을 나눌 수 있는 부스,  매화동에서 가장 좋은 산책로가 어디인지를 교환할 수 있는 생활정보 부스 등이 마련된다.

 

또한 '공작소 리사이클'에서는 인형, 노트, 칠판을 만들 수 있으며, 매화동 책 전시회, 매화동 영상물 및 사진, 영상편지, 폴로라이드 사진관 등이 운영된다. 전쟁관련 장난감 등을 화분으로 바꿀 수도 있다.

 

강은정 '이공' 활동가는 "이번 벼룩시장은 일반 주민들과 소통하기 위한 자리"라며 "동네아이들에게는 재미난 놀이를 전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보통의 가치가 돈으로 환산되고 있는데, 다른 가치를 찾고자 기획된 것으로서 내가 가지고 있는 비밀, 정보 등이 더 큰 가치를 가지고 있음을 느껴보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시흥문화운동공동체 '이공異共'이 말하는 벼룩시장

 

벼룩시장하면 뭐가 떠오르세요?

오래된 물건의 교환? 나에게 남는 것을 다른 사람과 나눔?

새로운 벼룩시장을 생각해보았습니다. 

 

돈을 주고 물건을 사는 것은 내가 필요한 물건을 사회가 약속한 화폐가치로 환산하여 지불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런 오랜 화폐를 통한 가치교환은 결국 돈이 가치 있는 것으로 주객이 전도되어 돈 되는 것, 돈 있는 사람, 값어치 있는 것 등이 마치 ‘가치’가 되어 버린 듯합니다.

 

기존의 화폐교환의 문화가 아닌, 각자의 가치를 각자가 원하는 가치로 환산하여 교환하는 벼룩시장을 열어보면 어떨까? 예를 들어 보통 이야기는 사고팔지 않는데, 이야기를 팔수도 있고 살 수도 있는 벼룩시장은 어떨까? 그래, 이야기벼룩시장을 만들어보자!  

 

이야기벼룩시장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나와 돌아다녔습니다. 누구나 가지 의제를 주장할 수 있는 기회를 찾을 수 있는 곳!

 

이야기벼룩시장에는 누구나 자신의 주제나 의제, 재주를 가지고 나와 교환할 수 있도록 기획하였습니다. 이런 취지에 얼마 전 지역에서 귀농을 선언(?)하신 푸른나무가 동참하셨습니다. 푸른나무는 장난감 총칼을 꽃나무와 교환해주는 ‘총칼을 내려줘, 꽃을 줄게’ 라는 부스를 운영했습니다. 

 

푸른나무는 장난감 총칼이라는 문화를 다른 놀이문화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민들에게 이야기하고, 총칼이란 전쟁에서나 쓰이는 물건이라는 인식을 함께 나누었죠. 또한, 전쟁에 동의할 수 없으며 반전 평화의 메시지를 생명이 담긴 화초에 담아 장난감 총칼과 교환할 것을 주민들에게 제안하였습니다.

 

이야기가 있는 물건을 파는 부스

 

추억이 담긴 물건, 사연이 있는 물건을 팔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구경을 하다가도 자기가 필요한 물건과 교환할 마땅한 것이 떠오르지 않자 그냥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안타까웠는데요, 눈부처는 그런 사람들에게 하다못해 당신이 알고 있는 김치찌개를 아주 맛있게 끓이는 방법을 공유한다면 원하는 물건을 가져갈 수 있다고 설명하였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던 걸까요? 사람들은 선뜻 자신이 내놓을 만한 이야기를 찾지 못하고, 내가 갖고 싶은 것에 상응하는 물질적 가치만 환산하다가 가버리셨죠.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물건을 만나는 경험, 이런 생경한 풍경에 스탭들은 주목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말많은 공작소 -못난이 인형, 재활용 공책, 할말 많은 칠판만들기

 

말 많은 공작소는 그야말로 인기가 가장 많았습니다. 소공원으로 놀러나온 어린이들의 횡재수라고나 할까. 못쓰는 액자나 나무판자에 칠판페인트를 바르는 칠판 만들기는 가장 인기가 좋았습니다. 친구들은 과연 저 조그만 칠판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참 궁금하더라구요. 그런가 하면, 뜻하지 않게 가족들과 산책을 나와 하루종일 제대로 즐기다 가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노래가사를 직접 만들어서 노래불러 보는 인생을 노래해, 못했던 말을 영상에 담아 보내보는 영상편지 만들기, 새로운 놀이를 전파하는 거리놀이터, 주민들이 만든 책과 영상물을 보여주는 틈상영관, 하고 싶은 말을 8자로 만들어 사진을 찍어주는 폴라로이드사진관, 지역의 생활정보를 알려주는 생활의 발견 등등. 많은 부스를 운영했습니다.

 

새로운 가치를 만난 사람들, 새로운 가치교환의 방식을 접한 사람들, 돈이 있어도 그것을 살 수 없다는 것을 알아버린 사람들, 다음 벼룩시장에서 꼭 다시 만나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런 퍼포먼스가 재밌는 것은 기획대로 되는 일들은 별로 없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은 현장의 즉흥적 상황에 따라 예기치 못한 일들이 일어나죠. 그런 일들은 우리가 기대도 할 수 없었던 가치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우리의 노동을 그저 소모적인 것으로 만들어버리기도 합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다음 벼룩시장에선 더 재밌는 일들이 발생되길 기대합니다. 


태그:#벼룩시장, #시흥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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