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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대운하 전도사'인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이 운하 건설을 반대하며 '생명의 강 살리기 도보순례'중인 서울 화계사 주지 수경 스님에게 공개편지를 띄웠다. 이 의원은 이 편지에서 수경 스님과의 끝장토론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수경 스님의 한 측근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만 전했다. 대신 법응(法應) 불교환경연대 집행위원이 이 의원에게 보내는 공개편지를 <오마이뉴스>에 보내와 전문을 싣는다. <편집자주>

이재오 의원님이 수경스님에게 쓴 장문의 편지를 보면서, 운하를 반대하는 분들이 이상한 분들로 매도될 우려가 들었습니다. 의원님의 편지 내용이나 수경스님의 글은 이미 세상에 알려졌기에 세세한 내용은 생략합니다.

 

다만 이 의원님의 편지 내용 처음과 끝이 지리산에서 시작하여 지리산으로 끝나는 바 많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한 평 남짓한 밭에 몇 포기의 채소도 심어놓고 매일 자라는 것을 재어보듯 합니다." "지리산 끝자락에서" 대목입니다.

 

사람들은 삶에 지치거나 자신을 돌아 볼 때 산을 찾습니다. 왜 그럴까요? 산은 자연그대로를 간직하고 있으며, 치유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있는 그대로라는 환경이 사람들로 하여금 산을 찾게 합니다. 그 자연을 가능한 그대로 보존하자는 게 경부대운하 반대의 이유라 할 것입니다.

 

불교계에서 제일 먼저 경부운하 문제를 거론하고(2007. 5. 29 불교계 언론 상대 경부운하 문제에 대한 기자회견), <오마이뉴스>에 2번에 걸쳐서 기고를 한 본인으로서 그냥 지나칠 수 없기에 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명박 정부가 진정으로 국토와 국민을 생각한다면 한반도대운하의 추진 이전 국토의 건강성부터 정밀진단 해야 하며 그 결과를 국민에게 제시해야 합니다. 우리의 작디작은 국토는 30~40년 간 집중적인 개발로 인하여 너무 많이 병들어 버렸습니다.

 

실용주의 정치지도자가 할 일

 

그 치유가 한반도 대운하라면 해야 합니다. 그러나 국토의 병세가 더 크게 악화되고 더 큰 장애가 예상된다면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 판단은 전문가들의 몫이기에 환경 등, 분야별로 찬성측 전문가와 반대측 전문인사로 팀을 구성하여 정밀 진단해 보자고, 지난 1월 조계종의 중앙종회 보림 금강회가 제안했던 것입니다. 

 

경제의 발전과 인간의 끝없는 욕망으로 개발은 필연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가 되레 국민을 불행하게 하거나 국토를 병들게 한다면 제 아무리 실용을 주장하는 정치 지도자라 해도 한 생각을 쉬고 국토를 진단하는 일부터 해야 합니다.

 

전문가가 아닌 제가 보기에도 국토는 물리화학적으로 병들었으며 전국은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변했습니다. 도로 건설로 국토는 바둑판처럼 나뉘어져서 육지의 작은 섬들의 집합소처럼 된지 오래입니다. 도로 건설로 인한 소통이 오히려 국토와 국민을 분리시키는 바 이에 대한 대책도 필요합니다.

 

지리산·설악산·북한산 등 전국의 대소 명산들이 폭우 등 자연적 원인에 의해, 혹은 도로건설과 각종 공사로 인한 인위적 산사태로 인해 무너지고 있습니다. 대책없는 장대터널공사로 인해 지하수위가 하강하여 주민의 생활에 불편을 주기도 합니다.

 

방조제 사업으로 갯벌이 사라진 터에 그 자리를 대신한 거대한 담수호는 썩어서 결국 수문을 개방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과연 새만금 지구도 자연의 거대인공화 노력에 비례하여 경제·환경적 가치를 창출할지 장담키 어렵습니다.

 

우선 가까이에 있는 경기도의 시화호·화홍호·남양호와 그 주변의 해안선을 살펴보십시오. 지천으로부터 오폐수 유입과 쓰레기로 인해 국토에 대한 거부감을 일으킵니다. 우리나라 서해안에 물을 1년이고 2년이고 담아 둘 수 있는 담수호를 만든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며, "새만금 간척지 천만평보다 강원도 다락논 백만평이 수자원 확보와 환경보존적 기능에 유리하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습니다.

 

 

환경 파괴의 최소화 방안부터 제시해야

 

전국 518개소의 산업단지에서 쏟아지는 매연과 폐수, 축산가의 분뇨, 생활 쓰레기로 땅과 대기, 바다와 강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조금이라도 인지한다면 지도자는 국토의 건강상태부터 진단하여 개발에 대한 진행과 제동, 환경보전에 대한 국가적 대책과 개발로 인한 환경 파괴의 최소화 방안부터 국민 앞에 제시해야 합니다.   

 

철저한 사전 준비 없이 시행하는 대형 국책사업은 국토의 생명력을 없애고, 혈세낭비로 인해 국가와 국민의 신뢰관계를 단절시켜 혼란의 큰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비행기 한 대 뜨지 않는 액세서리 공항, 완공과 동시에 다시 철거되는 도로, 무용지물인 터널 등 진단과 예측 기능의 미비로 인하여 대한민국이 병들고 국민의 혈세가 낭비된 사례가 너무나 많습니다. 경부운하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의원님 말씀대로 한강과 낙동강 구간에 조령대수로 터널을 뚫어 연결하여 경부운하를 건설하고 호남운하를 건설하면 환경, 실업, 하천 복원 등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거쳐야 할 과정과 이루어야 할 합의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한반도 대운하가 마치 도깨비 방망이라도 되는 양 히틀러 식으로 밀어붙이려 하고 있고, 부처마다 혹은 사람마다 말이 다르고 이랬다저랬다 하면서 일관성마저 없습니다.

 

경부 운하 건설 구간의 한강과 낙동강은 수많은 지천과 연결되고 나아가 백두대간과도 연결되어 있는 한 몸체입니다. 함부로 다루었다간 나라 땅은 물론 역사 문화 자연생태 등 전 분야가 절단나기에 반대하는 것이며, 아울러 정부가 반대하게끔 했으며, 지금도 여전히 하고 있습니다.

 

우선 경부대운하를 건설하려면 ‘운하설계기준’부터 제정해야 합니다. 설사 운하설계기준 없이 한다 해도 건교부제정의 22종 각종 토목건설 설계기준과  관련한 내용들에 준하여 입지타당성, 경제성 및 환경조사, 문화재 조사 등  각종 조사를 투명하게 한 후 결정해야 합니다.

 

국토의 원형 바꾸는 일을 기업에게 위임하다니요

 

그것도 공사규모와 사회적 분위기에 걸맞게 충분한 전문 인력과 시간을 갖고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일 년 안에 조사를 마치고 임기 내 공사를 완료한다면서 마치 길거리에서 붕어빵 찍어 내듯 한 이미지를 주었습니다. 국토의 원형을 근본에서 바꾸는 대공사를 이익 추구가 주목적인 일반 기업에 전적으로 위임 한다니 국민은 기가 찰 노릇입니다.

 

토목 설계기준은 당대의 경제수준과 인명중시의 정도, 환경과 문화를 바라보는 안목 등을 반영합니다. 선진국일수록 인명, 자연환경과 역사문화유적에 대한 보호를 엄격히 합니다. 우리의 설계기준도 안전과 환경성 보장을 위해 진화하는 바 지난해 12월 화재·지진 등 재난을 대비하여 '터널설계기준'이 강화된 사례가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뱃길 복원을 말씀 하셨습니다. 배도 배 나름입니다. 한강 수심 깊은 곳에서 2500톤 바지선에 컨테이너를 적재하고 시험운행을 한 번 해볼 것을 제안 합니다. 스크루 작동에 한강이 어떻게 너울 치며 한강다리를 지나는 아슬함을 다 같이 보았으면 합니다.

 

끝으로 이 의원님이 설득하고 시비해야 할 분은 국토와 인간의 마음을 근본에서 걱정하고 아우르는 수행자 수경스님이 아니라 운하반대 전문가들입니다. 그분들에게 끝장 토론을 제안하십시오. 아니면 필자도 사양치 않겠습니다.     

 

"한 평 남짓한 밭에 몇 포기의 채소도 심어놓고 매일 자라는 것을 재어보듯 합니다." "지리산 끝자락". 이 두 줄의 글이 얼마나 정감 가고 그야말로 친환경적이며 자연적입니까? 이를 지키기 위해 경부운하공사는 함부로 결정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태그:#경부운하, #법응스님, #이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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