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대부분 하회마을과 도산서원을 찾는다. 그런데 이 두 곳은 시내에서 꽤 떨어져 있어 한나절에 다 보자면 서둘러야 한다. 그래서 아마 일정이 빡빡한 여왕이 도산서원 대신 하회마을에서 비교적 가까운 봉정사를 선택한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안동은 전통문화유적이 많은 곳이라 일정을 채울 방문지는 얼마든지 많다. 따라서 봉정사를 여왕의 방문 일정에 넣은 것은 봉정사가 그만한 자격을 갖춘 곳이기 때문이다.

매표소에서 표를 끊어 일주문까지 이어지는 소나무 터널과 일주문에서 안내판까지의 참나무 그늘,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천등산 정상 천등굴로 이어지는 등산길이 봉정사 관람의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일주문은 사찰로 들어가는 첫 번째 관문이자, 사찰의 경계다. 곧 일주문을 지나는 것은 부처님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다. 일주문은 기둥이 한 줄로 되어 있다. 이것은 한마음을 뜻하는 것으로, 항상 한마음 한 뜻을 가지고 수도하고 교화하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고 한다.

 

대웅전을 둘러보면서 한 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산에 있는 소나무들이 절을 향해서 가지를 뻗지 않는다는 것이다. 관광해설사 분은 이것이 절의 위엄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웅전의 좌측에 위치하고 있는 극락전은 현존하는 우리 나라의 목조건물 중 가장 오래된 건물로서 목조 건물의 고형과 기법을 잘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화 유산으로서 가치가 높다. 극락전 앞마당에는 건립 연대가 고려중엽으로 추정규모가 작은 석탑이 하나 있다.

관광해설사 분이 마지막으로 안내해 준 곳은 바로 봉정사에 부속된 암자로 봉정사 뒷편 산기슭에 자리잡고 있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이란 영화의 촬영 장소로 이름 높은 곳인 영산암이다.

 

이 암자는 비교적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어 전면의 전망이 뛰어나고 주변 경관이 수려하면서도 확 틔여 있어서 마음 편히 쉴 곳으로는 봉정사에서 가장 좋은 장소다. 19세기 말에 만들어진 영산암의 건물들은 그 자체로는 별로 볼 것이 없지만, 건물들의 상호관계에서 구성되는 공간과 그러한 공간을 구성하는 우연을 가장한 기법이 탁월하다고 하였다.

 

봉정사는 지금도 스님들의 수행처로서 조심스럽게 둘러보아야 한다.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마루에 조용히 앉아 고즈넉한 분위기에 한번 젖어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