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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제목이 눈에 밟히는 책들이 있습니다. 문용린 교수의 <열살전에 사람됨을 가르쳐라>도 그런 책 가운데 하나입니다. '사람됨'이라는 애매모호한 것을 가르치라고 하니, 아이에게 사람됨이 무엇인지 설명할 기준부터 챙겨보게 됩니다. 먹고 사는 문제에 매달리느라 정작 어떻게 사는 것이 사람답게 사는 것인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는 핑계는 세상 모르고 잠자는 딸아이의 순진무구한 얼굴 앞에서 왠지 궁색한 변명이 됩니다.

 

신생아실에서 아기가 혼자 우는 일은 없다고 합니다. 한 아기가 울면 곁에 있는 아기들이 따라 울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자기 울음소리가 녹음된 테이프 소리를 들려주면 의외로 따라 울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기가 단순히 울음소리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에 대한 반응으로 운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실험입니다. 또, 막 걷기 시작한 아기 앞에서 우는 흉내를 내면 시키지 않아도 등을 토닥거리는 손짓으로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여 위로의 손길을 보낸다네요.

 

잠재된 하드웨어에 단계별 소프트웨어 심어주라

 

아이들에게는 '사람됨의 하드웨어'가 잠재되어 있다고 합니다. 인격과 도덕적 성장은 결국 부모가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후천적 배움의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인격장애나 도덕성 결여조차 부모의 몫이라는 게 참 무섭고도, 당연한 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의 지은이 문용린 교수는 서울대 교육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도덕심리연구실'에서 도덕 지능이 아이의 성장 발달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연구합니다.

 

"도덕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는 10년 뒤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도덕 능력이라는 말을 빼고 경쟁력이나 집중력 따위의 단어를 대입하면 어느 기업의 CEO가 한 말이라 해도 의심스럽지 않은 내용입니다. 책 겉표지에 적힌 자극적인 주장은 책을 읽을수록 '도덕 지능'이 뛰어난 아이가 10년 후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게 합니다.

 

제 아무리 잘난 재능을 갖고 있어도 경쟁이 심한 우리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헤아리고, 다독이고, 공감할 줄 알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지요.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닌 다음에야 도덕성이야말로 어려서부터 부모가 챙겨야 할 인성 가운데 기본입니다.

 

아이가 제일 처음 만나는 사람은 바로 우리 부모들이며, 일정한 기간이 지나 교육기관에 다니기 전까지는 매일 만나는 최초의 선생님이기도 합니다. 아이의 첫 번째 선생님이라는 인식이 들었다면 아이의 도덕 지능 잘 키우는 데 필요한 몇 가지 조언에 귀 기울여 볼 필요가 있습니다.

 
도덕발달도 언어발달처럼 시기적절한 교육 필요
 
도덕 발달도 언어 발달과 다를 바 없기 때문에 시기적절한 교육이 필요하며, 경험이 없으면 제대로 개발되지 못한다고 합니다. 아이의 발달 단계에 맞춰 도덕성도 단계별로 세심하게 지도해야 하며, 꾸준한 훈련이 필요하다는 얘기지요.
 
지은이는 도덕의 씨앗을 '무조건적인 사랑'이라고 말합니다. 부모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로부터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가 도덕 지능이 높을 수밖에 없고, 부모와의 애착이 강화되면 안심하게 되고, 안심하면 긍정적인 세계관을 갖기 마련이라고요. 그래서 아기가 울면 무조건 하던 일을 멈추고 달려가라고 충고합니다.
 
돌 전 아이에게는 잘잘못을 구별할 능력이 없으므로 다그치거나 소리지르지 말라고도 합니다. 소리지르는 대신 위험한 물건이나 상황을 미리 예방하고 치우는 게 부모의 할 일이라는 대목이 인상적입니다. 2살에서 4살 사이의 아이들에게는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아도 "안돼"라고 말해주라고 합니다. 한 번 안 된다고 한 것은 끝까지 원칙을 고수하라는 충고도 잊지 않으시네요.

 

부모라면 무엇이 내 아이의 행복을 위해 필요한가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단순히 쾌락적 행복을 추구하는 데서 끝나면 진정한 의미의 행복을 느낄 수 없다고 합니다. 진정한 행복은 사회나 인류가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미덕과 가치를 삶에서 실현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와 함께 도덕 생활을 위한 매뉴얼을 만들어가라고 합니다.  

 

이 책은 이론적인 설명과 함께 구체적인 사례별 대응책도 내놓아 아이를 처음 키우는 초보 부모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줍니다. 예를 들어, 뻔한 거짓말을 자꾸 할 때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은지, 화를 참지 못하고 물건을 집어던질 때나 버릇없이 어른을 때릴 때, 심지어 아이가 과도하게 성(性)에 관심을 가질 때나, 남들도 다 그런다고 핑계를 댈 때 취하면 좋을 부모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해 줍니다.  

 

마지막으로 놓치고 싶지 않은 문용린 교수의 조언은 '아이 앞에서 싸우지 마라' 입니다. 부모는 아이의 첫번째 도덕 모델이므로, 싸우는 모습을 보이지 말라는 것이죠. 사실 눈으로 읽으면 다 이해하고 알지만, 실천은 어렵습니다.

 

완벽하게 실천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주 읽으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오늘도 자녀교육서를 뒤적입니다. 조금 엄살을 보태서 말하자면, 목숨 걸고 낳은 아이, 기왕이면 도덕 지능이 높은 사람다운 사람으로 키워서 진정한 행복을 느끼고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주변에 해 끼치지 않고 살아가는 온전한 인간으로 키우려면 부모에게 더 많은 숙제가 요구된다는 걸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해 봅니다.


열살전에 사람됨을 가르쳐라

문용린 지음, 갤리온(2007)


태그:#문용린, #열살전에 사람됨을 가르쳐라, #육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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