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남도의 젖줄', '남도인의 자궁'으로 불리는 영산강은 담양 가마골 용소에서 발원해 350리를 흘러 서해에 몸을 섞는다. 조선시대 이 강에는 나주평야의 쌀을 실은 조운선이 영산강과 서해를 거쳐 김포까지 오르내렸다. 일제 강점기엔 나주쌀이 황포돛배에 실려 목포로 가서 화물선으로 갈아타고 일본까지 갔다.

 

해방 이후 20∼30톤급 어선 수십 척이 정박하던 영산포구는 1977년 10월 포구로서의 운명을 다했다. 잦은 홍수를 막기 위해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 하구둑이 건설되면서 배가 다니지 않는 강이 된 때문이다.

 

영산포등대는 당시 상황을 엿볼 수 있는 가늠자다. 1915년 설치된 이 등대는 바다가 아닌, 강에 세워진 유일한 것으로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나주 영산강은 고려 개국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궁예의 장수였던 왕건이 견훤과의 일전을 앞두고 영산강을 거슬러 오르다 영산포 완사천(우물)에서 빨래하던 처녀를 만난다. 왕건이 물을 청하자 처녀는 급히 마시다 체하지 않도록 바가지에 버들잎을 하나를 띄워 건넨다.

 

처녀의 총명함에 반한 왕건은 그녀를 아내로 맞아들이는데, 훗날 장화왕후가 된다. 등대에서 가까운 곳(나주시청 앞)에 있는 우물가에는 이 전설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커다란 버드나무 한 그루가 지키고 서 1100년 전을 증거하고 있다.

 

이곳 영산강에 전통의 황포돛배가 다시 뜬다. 전라남도가 '2008광주전남방문의해'를 맞아 영산강에 길이 12.5m, 폭 2.5m, 돛대높이 7m의 12인승 동력선 황포돛배 2척을 띄우고 이를 관광상품으로 육성키로 한 것. 영산포에서 영산강 하구둑까지 43㎞ 구간의 뱃길 복원을 위한 첫 사업인 셈이다.

 

황포돛배는 밀물 때 배를 움직여 내륙항구인 영산포에 닻을 내렸다가, 썰물 때 바람의 힘으로 물길을 따라 내려가던 추억 어린 배. 한선에 황톳물을 들인 돛을 달고 운항했던 황포돛배는 고려시대부터 1970년대까지 우리나라 해상교역의 중심지였던 영산강에서 쌀과 소금, 젓갈 등의 해상운송 수단 역할을 톡톡히 했다.

 

황포돛배는 강폭이 넓고 수심도 깊은 나주시 공산면 다야뜰에서 중촌포 드라마 <주몽>세트장까지 왕복 6㎞ 구간에서 21일부터 이달 말까지 무료 운항한다. 6월부터 정식 운항에 들어간다. 요금은 어른 5000원, 청소년 4000원, 어린이 3000원이다. 소요시간은 40여분. 황포돛배 승선은 <주몽> 세트장 후문 주차장에서 가까운 나루터에서 할 수 있다.

 

전라남도는 황포돛배를 통해 영산강의 옛 정취를 되살리고 이를 남도 고유의 관광상품으로 육성키 위해 이 구간에 다양한 볼거리를 만들 계획이다. 오는 8월까지 여행사를 대상으로 황포돛배 체험상품을 공모하고 골프, 천연염색체험 등과 연계한 관광상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황포돛배가 운항하는 영산강 주변에는 볼거리가 많다. 고구려의 건국신화를 다룬 드라마 <주몽>의 세트장 외에도, 이 지역이 백제에 흡수되기 이전에 독자적인 강력한 세력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반남고분군도 있다. 천연염색의 모든 것을 보고 체험할 수 있는 문화관도 가까이 있다. 산사다움을 간직한 고즈넉한 분위기의 고찰 불회사는 다도면에 있다.

 


태그:#황포돛배, #나주, #완사천, #영산포등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