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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푸르디 푸른 초록빛 향기를 가슴에 안고 17일 오후 광주 북구 충효동 도요지 분청사기 전시실을  찾아갔다. 전시실은 무등산 수박 동네로 널리 알려진 금곡마을 양지바른 언덕배기에 피안의 정자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자신들을 문화유산의 지킴이자 문화관광해설사라고 소개하는 김옥씨와 고옥란씨가 반가운 얼굴로 맞이하며, 전시관으로 안내한다.

 

<세종실록지리지>에 기록되어 있는 충효동 금곡동 일대 가마터는 지난 63년 국립박물관의 총 3차례의 발굴조사를 통해 15세기에서 17세기 사이의 조선 초 분청사기 주생산지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듬해 국가지정 사적지(141호)로 지정됐다.

 

당시 조사단은 배재마을 가마터를 비롯 금곡저수지 가마터, 버성골 가마터 등 충효동 일대 7개의 가마터에서 왕실에 납품되던 대접과 접시 등과 일반 서민들이 사용하던 생활도자기 등 수백 종을 발굴하고, 이곳 가마터가 고려청자와 조선 백자시대를 이어주는 분청사기의 생산터였음을 확인했다.

 

특히 상감청자 파편, 분청자, 백자 등 많은 종류의 도자기 파편들이 이곳 충효동 일대 가마터에서 발굴되었다. 주로 장군, 마상배, 벼루발, 항아리, 매병, 병, 잔, 제기류 등 분청자기와 백자가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발굴된 청자 중에는 무늬 결이 섬세하고도 정교한 인화문, 상감문, 조화박지문, 귀얄문 등도 있다. 또 인화분청 명문에는 도공이름, 지명, 품질 표지, 관청명 등이 새겨져있는데, 이는 관에 납품을 하는 관요(官窯)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다양한 기형의 제작을 보여주는 각종 도자 편과 복원품, 도자의 제작과정을 알려주는 갑발 및 도지미 등 제작관련 유물, 도공의 이름, 납품관서, 제작지 및 제작시기 등을 보여주는

명문 상감, 인화박지 조화 및 귀얄기법 등으로 제작된 도자편도 눈길을 끈다.

 

제 자신은 그릇이 되지도 못하면서도 뜨거운 불길 다 견뎌내야 하는 갑발이나 도지미 같은 그릇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면서, 사람의 인생도 도자기의 세계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퉁이 돌아 언덕 위로 올라갔다. 옛날에 이 마을에 살던 사람들이 그릇을 굽던 바로 그 가마터다. 옛날 사람들은 이곳을 ‘광주요’라고 불렸다고 하는데, 서민들의 생활도구로 쓰이던 백자는 14세기말부터 18세기까지 이곳에서 탄생되었다고 한다.

 

분청자기란 고려 말의 상감청자가 조선시대의 모습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상감청자의 대중화된 형태라고 할 수 있으며, 점차 상감하는 기술이 어려워지자, 아예 무늬를 도장으로 새겨서 찍어내는 인화(印花)기법을 사용하기에 이르면서 상감과 인화분청자가 주종을 이루게 되었다.

 

 

문화관광해설사 김옥씨는 "고고한 비색을 겸비한 청자나, 깔끔하고 매끄러운 순수 투명 빛을 자랑하는 백자나 청화백자는 나름대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며 "조금은 다듬어지지 않은 듯 거친 듯 투박해 보이며, 구수하고 소박한 질감의 분청자기이지만, 보면 볼수록 질펀한 색감의 오묘함에 미의 극치를 잘 나타내 주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어 그는 "가장 한국적인 소박함이 깃든 멋과 구수함, 한국민족의 독창성이 발휘된 조선특유의 자기가 현대적 감각으로 미를 담아낸 것이 바로 '분청자기'라고 미술가들이 입을 모아 칭찬하고 있다"며 "비록 깨지고 상한 것이 대부분이지만 빛이 살아있는 채색의 은은함이 더욱 찬연하기만 하다"고 덧붙인다.

 

김옥씨의 안내에 따라 금곡리 2호 가마로 발길을 옮겼다. 고스란히 드러난 퇴적층에는 맨 아래서부터 청자상감 분청사기 백자 그런 순으로 지나온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담겨 있다. 그 중 여기 금곡리 2호 가마는 불을 때는 '봉통부'부터 굴뚝까지가 온전히 남아 있다.

 

13도로 경사진 비탈에 만들어진 그 가마는 "오르는 듯하다"해서 '오름 가마(登窯)'라 한다. 가마 주위를 걸으며 이 가마에 불길 잡고, 그릇 꺼내고, 잘되었다 기뻐하고, 틀렸다 속상해하던 그 도공들을 떠올려 보라고 김옥씨가 특별 주문을 한다.

 

설명을 들으니, 잊혀진 세월을 발굴된 가마터 자리에서 꺼내보며, 지금 이곳의 우리와 똑같이 울고 웃으며 한세상 살았을 옛날 사람들의 숨결이 다시 들리는 듯하다.

 

무등산 일원에서 발굴된 조선시대 분청사기와 백자의 도자문화가 한국 도자발달사에서 나름대로 의미있는 비중과 역할을 하였음을 새롭게 인식하고 공부한 귀중한 시간이었다.

 


태그:#분청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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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국민을 위한 봉사자인 공무원으로서, 또 문학을 사랑하는 시인과 불우한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것을 또 다른 삶의 즐거움으로 알고 사는 청소년선도위원으로서 지역발전과 이웃을 위한 사랑나눔과 아름다운 일들을 찾아 알리고 싶어 기자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우리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아기자기한 일, 시정소식, 미담사례, 자원봉사 활동, 체험사례 등 밝고 가치있는 기사들을 취재하여 올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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