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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없이 까다롭게 통제하던 경찰과 경호실 관계자들이...

 

경찰과 대통령 경호실의 통제는 전에 없이 까다로웠다. 시국이 시국인데다 이명박 대통령의 5.18항쟁 28주년 기념식 참석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던 터다.

 

경찰은 약 1만여 명의 병력을 5.18묘역 주변에 배치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경호실 관계자들은 대학생으로 보이는 이들이 묘역을 참배하려 하자 "기념식 이후에 하라"며 직접 '안내'했다. 멀리 부산에서 온 부산대 신문사 소속 학생들은 이 '안내'를 받고 기념식 참석은 물론 '민주의 문' 안에 들어서는 것조차 제지를 당했다.

 

어디 가나 예외는 있는 법일까. 이날 오전 9시 30분 무렵 덩치 좋은 학생들이 무더기로 버스에서 내렸다. 형평성을 따지자면 이들 역시 경찰과 경호실 관계자들의 강한 '안내'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이들은 경찰과 경호실 관계자들의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5.18묘역 후문으로 가는 도로에 삼삼오오 늘어섰다.

 

기자들이 이 정체불명의 학생들에게 숱한 질문을 퍼부었지만 이들은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고작 답변해준 것은 자신들이 "나주 oo대 학생들"이라는 것과 "(이명박 대통령 지지모임인) 선진국민연대를 통해서 이곳에 왔다"는 것뿐이었다.

 

잠시 후 색안경을 쓴 한 사내가 이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이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폴리스 라인 근처로 갔다. 이들의 대표 격으로 보이는 한 사내가 경호실 관계자와 매우 친밀하게 대화를 나눴다.

 

경호실 관계자 : 모두 몇 명인가요?

사내 : 한 350에서 400명 될 겁니다. (기자가 보기엔 많이 잡아도 150명을 넘지 않았다.)

경호실 관계자 : 그럼 어떻게…?

사내 : 플래카드 펼치고 환영하는 것만 하지요.

 

그리고 색안경을 쓴 사내와 대학생 중 리더 격으로 보이는 이의 신호에 따라 약 100여 명의 사람들이 늘어섰다. 이들이 늘어선 폴리스 라인은 잠시 후 이명박 대통령이 차량을 타고 이동할 도로에서 가까운 곳이었다.

 

폴리스 라인 띠보다 먼저 펼쳐진 현수막 "대통령님, 힘내세요"

 

 

9시 50분 경. 순식간에 펼쳐지는 경찰의 폴리스 라인 띠보다 먼저 이들의 펼침막이 펴졌다.

 

"환영, 대통령님, 힘내세요!"

 

이들의 환영 인사는 대통령이 탄 차량이 지나간 시간만큼이나 짧게 끝났다. 이들은 서로 "고생했다"며 "이제 가자"고 얘기했다.

 

한 학생에게 '참배는 않고 그냥 가냐'고 물었다. "대통령 얼굴 보러 왔는데 오는 거 봤으니까 그냥 간다"고 대답했다. 또 다른 이에게 '무엇 때문에 대통령에게 힘내라고 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말 시키지 마라"고 했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기념식 도중에는 5.18묘역을 오가는 셔틀 버스 운영도 잠시 중단된다. 하지만 이들은 경호실 관계자의 친절한 안내를 또 받으며 5.18국립묘지를 빠져나갔다.

 

기상청은 광주 지역에 오후부터 비가 내린다고 예보했다. 그래서였을까. 5.18추모탑 위 하늘은 어둔 회색빛으로 얼룩져 있었다.

 

 


태그:#이명박, #5.18, #망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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