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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93개 단체로 구성된 대전 유천동성매매집결지 인권유린 해결을 위한 비상대책위 관계자들이 캠페인을 위해 대전 유천동 현장에 모였다.
▲ 16일 오후 1시 전국 93개 단체로 구성된 대전 유천동성매매집결지 인권유린 해결을 위한 비상대책위 관계자들이 캠페인을 위해 대전 유천동 현장에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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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 맞은편에서 대기중이던 성매매업소 여성들과 업주들이 몰려와 행사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 16일 오후 1시 같은 시간 맞은편에서 대기중이던 성매매업소 여성들과 업주들이 몰려와 행사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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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된 지 3년여가 지났다.

하지만 대전에서는 16일 성매매 업소 여성들과 업소주인들이 여성단체의 '성매매집결지 인권유린 근절 촉구 캠페인'을 무산시키는 일이 벌어졌다.

16일 오후 1시. 전국 93개 단체로 구성된 '대전 유천동 성매매집결지 인권유린 해결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회원 100여명이 대전 유천동 성매매 집결지에 모였다.

이들은 이날 유천동 성매매집결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영업과 인권유린에 대한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피해여성들에 대한 보호와 지원을 요구하는 거리행진을 벌일 예정이었다.

실제 올 1월 중순에는 대전 유천동 모 업소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나 업주가 특수잠금장치로 숙소문을 잠궈 놓아, 잠자고 있던 여성들이 탈출한 후 경찰에 구조를 요청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여성단체들은 "만일 화재가 조기 진압되지 않았다면 2005년 서울 하월곡동 성매매집결지에서 발생한 집단 참사로 이어졌을 것"이라며 비상대책위를 구성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행사 시작하자마자 모인 성매매업소 여성들과 업소관계자들

하지만 이들 비상대책위 회원들은 행사를 시작하지도 못하고 자리를 떠나야했다. 회원들이 모이자마자 미리 맞은 편에서 대기중이던 마스크를 쓴 150여명의 성매매 업소 여성들과 업소주인 등 관계자들이 몰려와 캠페인을 가로 막았다.

주최측은 중부경찰서로 장소를 옮겨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 오후 1시 15분 주최측은 중부경찰서로 장소를 옮겨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 오마이뉴스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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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비상대책위 회원들에게 큰 소리로 "할 일이 그렇게 없느냐" "얼른 꺼져라"는 등 소리를 질렀다. 이어 "꺼져!"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부 업소 주인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은 연신 "영업 못하게 하면 세금낸 것 다 내줄테냐"며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을 퍼부었다. 업소 관계자들은 신분과 의견을 묻는 취재기자들에도 "왜 묻느냐"며 욕을 하기도 했다.

대치상태가 이어지자 비상대책위 회원들은 장소를 중부경찰서 앞으로 옮겨 진행하기로 했다. 행사를 위해 모인 지 15분여 만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해산하는 비상대책위 회원들을 뒤따라가 앞을 가로 막았고, 일부 피켓을 빼앗아 훼손했다.

비상대책위 회원들은 성매매 여성들과 업주들에게 "우리가 이 자리에 싸우러 온 게 아니다"며 욕설을 자제할 것과 길을 열어 줄 것을 요구했다. 회원들은 경찰이 나서 길을 튼 이후에야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

업주들 "우리는 시위에 관여하지 않았다"

업주들은 한결같이 "아가씨들이 자발적으로 나온 것"이라며 "우리는 일체 (시위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성매매업소 일부 여성들이 비상대책위측이 준비한피켓등을 빼앗아 훼손하고 있다.
▲ 오후 1시 30분 성매매업소 일부 여성들이 비상대책위측이 준비한피켓등을 빼앗아 훼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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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들은 행사 진행을 위해 이날 오후 2시경 유천동에서 약 3Km 떨어진 중부경찰서 정문으로 자리를 옮겨 예정된 행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성매매 여성들과 업주들은 유천동 모 사무실 앞에 집결한 후 일제히 차를 나눠타고 경찰서 앞까지 와 또 다시 모습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비상대책위 측은 오후 3시경 서둘러 행사를 마친 후 해산했다.

비상대책위 관계자는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유린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로 성매매 여성들과 마찰을 빚을 이유가 없다"며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집회를 정리했다"고 말했다.

이날 경찰은 상황 오판과 소극적인 대처로 비난을 사고 있다.

비상대책위 관계자는 "사전에 경찰에 행사 보호를 요청했음에도 행사 참여자들이 업주들로부터 갖은 폭언은 물론 행사용품 훼손에, 캠페인까지 무산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그런데도 경찰이 행사를 보호하기는커녕 이를 수수방관했다"고 성토했다.

경찰, 상황 오판에 소극적 대처로 비난 자초

이 관계자는 "유천동 성매매업소는 전국의 성매매집결지 중에서도 감시와 감금, 폭행과 갈취 등 인권유린이 심각하다고 악명 높은 곳"이라며 "그런데도 대전지역 검찰과 경찰은 대전 유천동의 유흥업소가 성매매알선행위와 불법성매매 행위를 하지 않는다며 각하 처분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권유린 문제 해결과 불법영업 해결을 위한 지자체와 경찰의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비상대책위 회원들이 중부경찰서로 자리를 옮겨 행사를 진행하며 경찰의 소극적 대응을 비난하고 있다.
▲ 오후 2시 30분 비상대책위 회원들이 중부경찰서로 자리를 옮겨 행사를 진행하며 경찰의 소극적 대응을 비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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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자들도 경찰의 대응을 지적하고 있다. 한 취재기자는 "취재도중 성매매 업소 관계자들로부터 까닭없는 폭언과 모욕을 받았음에도 이를 제대로 제지조차 하지 않았다"며 "공권력이 현장에서 벌어진 불법행위를 방조한 것인지, 아니면 공권력이 무기력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실제 이날 경찰은 성매매 여성들과 업주들의 집단 움직임을 예상하고도 행사 보호를 위한 인력조차 배치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대전중부경찰서 관계자는 "이날 행사가 단순 캠페인 행사인 데다 마찰이 없을 것으로 판단해 별도 병력을 배치하지 않았는데 비상 상황이 발생했다"며 곤혹스러워했다.

한편 경찰은 유천동 성매매집결지와 관련 여성단체는 물론 업주와 간담회를 하고 본격적인 단속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성매매업소 여성들이 비상대책위 행사장인 중부경찰서 앞으로 모이고 있다.
▲ 오후 3시 성매매업소 여성들이 비상대책위 행사장인 중부경찰서 앞으로 모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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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유천동 성매매집결지, #중부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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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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