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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현 사랑의교회 담임목사
 오정현 사랑의교회 담임목사
ⓒ 사랑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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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목사들의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나친 지지표명, 그리고 현 정부의 정책 홍보가 지나쳐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지난 1월 14일 모 언론 칼럼에서 한반도 대운하 지지발언을 해 구설수에 올랐던 오정현 사랑의교회 목사가 이번에는 '광우병 괴담' 설교로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 5월 11일 사랑의교회 주일 설교에서 오정현 목사가 미국산 쇠고기수입 협상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촛불시위에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

오 목사는 '성령님은 얼마나 소중한 분인가'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참 희한한 사실은 광우병 때문에 사람 한 명 죽지 않았는데 온 나라가 시끄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지난 2주간 참 희한한 사건을 겪었다, 광우병 바이러스가 한국을 강타해 애들부터 촛불 들고 나와 난리가 났다"고 했다. 

오 목사는 또 미국에서 발생했다는 해프닝을 언급하며 "미국에 있는 어떤 마을에 유행병이 돈다는 그런 루머가 돌았다, 하지만 실제로 많은 사람이 죽은 이유는 그 루머를 듣고 스트레스를 받아 심장마비로 죽었기 때문"이라며 광우병 괴담으로 두려워하는 시민들을 우회적으로 꼬집기도 했다.

이같은 오 목사의 광우병 발언은 그 다음날 <국민일보>칼럼을 통해서도 이어졌다. '진리의 영이신 성령으로(☞ 칼럼 바로가기)'라는 제목의 글에서 "지난 한 주 우리 사회는 실체 없는 광우병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두려움과 공포의 패닉을 경험했다"며 "밑바닥을 뜯어보면 정부의 미숙함을 빌미로 확산된, 균형 잡히지 않은 정보로 인한 죽음의 공포가 웅크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죽은 사람도 없는데 웬 난리?"... "한국이 속여 파는 게 더 문제"

오 목사뿐 아니라 합동총신교단 소속 서인천노회 최철호 노회장은 한 술 더 떠 "미국·중국보다 오히려 한국인들이 소비자를 속인다"고 지적하기도 해 구설구에 오르기도 했다.

최 목사는 지난 5월 11일 주일설교 원문을 자신이 운영하는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총회)' 공식카페에 게재했는데, 성경 시편 42:1~5을 바탕으로 '광우병 괴담'이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전략)사람들이 믿으려 하지를 않습니다. 세계 96개국이 미국 쇠고기를 아무런 제한 없이 수입해 먹고 있고, 똑같은 고기를 3억 명의 미국인뿐 아니라 미국을 방문하는 정치인들과 유학 간 그들의 자녀들이 부담 없이 먹고 있으며, 우리나라 사람들은 1997년까지는 동물성 사료를 먹은 미국 쇠고기를 먹었지만 단 한 명도 광우병에 걸린 사람이 없었다고 하는데도 괴담은 막무가내입니다…

(중략)

…사실 우리의 식단을 위협하는 것은 미국산 쇠고기 뿐만은 아닙니다. 이미 우리의 식단은 중국산이 점령하였습니다. 먹거리·옷·잡화 등은 중국산으로 넘쳐납니다. 중국은 미국의 최신예 전투기까지 짝퉁으로 만드는 나라입니다. 중국산 먹거리에 대한 위해성 보도가 심심찮게 나옵니다.

그러면 국산이라고 해서 100% 안심하고 먹을 수 있습니까? 국산이든 수입품이든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솔직히 가슴에 손을 얹고 자기 양심에 물어봅시다. 한국 사람들은 먹어서 해로울 것은 아무도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습니까? 고춧가루에 물들이고, 수입 조기를 영광굴비로 둔갑시키고, 호주산 쇠고기를 한우로 둔갑시키고, 중국산 공구에 'Made in USA' 상표를 붙인 업자는 미국인도 중국인도 아닌 바로 한국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기독교인이 아니었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기독교계가 현 정부에 지나치게 우호적이라고 느끼는 건 다만 기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사진은 서울시장 시절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을 하나님께 바친다'는 봉헌서를 낭독하고 있는 모습.
 이명박 대통령이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기독교계가 현 정부에 지나치게 우호적이라고 느끼는 건 다만 기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사진은 서울시장 시절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을 하나님께 바친다'는 봉헌서를 낭독하고 있는 모습.
ⓒ 2004 기독교TV(www.cts.tv)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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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앞의 두 경우뿐 아니라, 한국 교회의 많은 목사들이 이명박 정부에 대해 우호적이다. 여기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기독교인이며 장로 대통령이라는 타이틀도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교계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견해다.

아마 노무현 정부 때 지금과 똑같은 협상을 했다면 이미 교계에서는 성명을 발표하고 일부 교계 지도급 목사들은 삭발투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온 국민이 분개하고 중학생들까지 촛불시위를 하며 안전한 먹을거리를 지켜내지 못한 정부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는 이때, 교회 목사들의 이같은 친 정부, 친 이명박 설교는 공감을 얻기 어려워 보인다.

'사랑의교회'에 8년째 출석한다는 박아무개씨는 "목사는 정치·경제 부분에 함부로 지지하는 게 아니다"면서 "시기가 민감한 상황일수록 신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님 나라는 능력에 있지 현실에 있는 게 아니다, 이명박 장로가 대통령이 됐다고, 기독교에 부흥이 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교회가 목소리를 내서 세상을 바꾸려고 하는 것보다 복음의 본질에 신경을 좀 더 써줬으면 한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권력 좇는 목사들, 본회퍼의 순교정신 본받아라

본회퍼 탄생 100주년이던 2006년 그를 조명하는 책들이 많이 출판됐다. 사진은 복있는 사람에서 펴낸 <디트리히 본회퍼>
 본회퍼 탄생 100주년이던 2006년 그를 조명하는 책들이 많이 출판됐다. 사진은 복있는 사람에서 펴낸 <디트리히 본회퍼>
ⓒ 복있는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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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로 대통령을 향한 한국교회 목사들의 맹목적인 충성심을 보고 있노라면 과거 독일 나치정권하의 본회퍼 목사가 떠오른다.

당시 독일 대부분의 개신교 목사들은 히틀러에게 아부하는 설교를 하면서 목숨을 연명했다. 그러나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는 1938년부터 히틀러 독재정권 전복운동에 가담했다.

1943년 체포된 그는 이듬해인 1944년 7월 20일 히틀러를 암살하려는 시도가 실패로 끝나자 그 암살 시도에 직접 관여했음을 밝히는 문서가 발견돼 고문을 받고 결국 처형 당했다.

이런 본회퍼와는 달리 당시 히틀러 정권에 아첨하면서 목숨을 부지했던 대부분의 목사들은 설교를 통해서 일반 민중들의 분노와 저항을 가라앉히는 방패 역할을 했다.

억압받고 착취당하는 가난한 유대인들과 서민들에게는 "이 땅은 곧 없어진다, 천국의 소망을 참고 기대하라"고 가르쳤다. 또 히틀러에 빌붙어 사는 부자들과 권력자들에게는 "지금 정부는 당신들 편이다. 이 땅에서 영원한 권력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설교했다.

고난을 받아들이고 수용하면서 극복할 의지를 꺾도록 세뇌시키는 전략, 그런 히틀러의 정권 장악에 앞장서서 홍보를 해 주던 개신교 목사들. 적어도 이 당시만큼은 종교가 아편이었다. 서민들과 유대인들은 모든 권리와 인권과 재산, 그리고 생명과 자식들을 히틀러에게 착취당하면서도 거기에 저항할 힘조차 잃어버린 채 폭력 앞에 순응했다.  

광우병의 위험을 제대로 인식조차 하지 못한 채 미국을 믿어야 한다는 정부와 '미국이 원하면 우리는 한다'는 식의 '숭미'로 일관하는 이명박 대통령, 그리고 총체적인 부패 내각과 불법 증여, 탈세 혐의 등으로 얼룩진 이 정부에 대해 정면으로 도전하는 본회퍼와 같은 목사는 없는지 아쉽다. 히틀러처럼 목숨을 바칠 필요도 없는데 말이다.


태그:#오정현, #광우병, #광우병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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