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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밭담과 보리 밭담의 어우러짐
▲ 밭담 감자 밭담과 보리 밭담의 어우러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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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치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돌담"이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꽤 된다.

제주는 돌의 나라다. 어딜 가나 돌로 쌓여 있고 선조들의 생활 또한 돌로 시작했다. 돌하르방, 밭담, 산담, 올렛담, 성담, 집담, 생활구, 사냥구 등 모두 돌이다. 이중 돌을 쌓아 이어놓은 것을 모두 '돌담'이라 한다.

돌담의 종류에는 외담(한 줄로 쌓은 돌로 올렛담과 밭담이 있다), 접담(두 줄로 쌓은 돌로 산담이 있다), 축담(흙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쌓은 돌이다), 잣담(여러 층으로 쌓은 돌로 어욱대가 있다), 성담(높게 쌓은 돌이다) 등이 있다.

돌담은 과학이자 역사다. 흐트러지지 않고 엉성하지만 살아 숨을 쉰다. 독특한 제주문화유산으로 바람이 불어도 끄떡없는 이유는 구멍 뚫린 돌담이 바람을 통과시키기 때문이다.

돌담을 모두 이으면 만리에 좀 못 미치는 9700리가 된다는데 이는 중국의 만리장성과 맞먹는 대단한 문화콘텐츠다. 이에 제주 돌담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제주 돌담의 역사·문화적 고찰과 평가시스템 구축방안 세미나, 2008. 5. 14. 제주대학교 국제교류회관).

이 자리에서는 제주 돌담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발표돼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고성보 제주대 산업응용경제학과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관광객 400명(2006.2.16.~2 24)에게 돌담 1m의 경관가치를 묻는 '제주 돌담 1m에 보전기금을 지불하겠다면 얼마가 타당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사람들은 최소 100원에서 최대 1만원이라고 답했다. 

이러한 1차 설문을 바탕으로 제주사람들에게 군 단위로 설문조사한 결과(2006.2.25.~2.29) 100원 76명, 400원 67명, 700원 67명, 1000원 63명, 2000원 78명, 3000원 73명, 5000원 63명, 10000원 72명으로(응답자 559명) 나왔다.

이를 평균한 결과, 제주돌담의 경관 가치는 1m당 평균 3001원으로 총길이 약 만 리(1리는 약 393m이므로 39만2727m)를 곱하면 11억7857만3727원이 나왔다. 이는 제주돌담을 보전하는 데 기금을 내겠다는 의사표시일 뿐 매매가격이 아님을 감안한다면 돌담의 가치는 천문학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쯤 되면 '제주의 돌담을 세계문화유산으로'라는 말이 헛구호는 아닌 듯싶다.

밭과 밭의 경계를 나타내기 위해 쌓은 담으로 우마가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음
▲ 밭담1 밭과 밭의 경계를 나타내기 위해 쌓은 담으로 우마가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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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담은 영역을 넓히려는 강자와 땅을 지키려는 약자가 대립하는 것을 없애고 밭의 주인을 분명히 하는 방편으로 쌓기 시작했다.

제주 토양은 화산류가 많아 가벼우므로 바람이 불면 흙과 씨앗이 날아가 버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밭담을 쌓았다. 그 후에는 우마가 들어오는 것을 막고 소유권을 분명히 하는 계기가 됐으며 바람을 막아 곡식을 잘 키우게 했다.

집에 들어오는 길 양옆에 쌓아 사생활을 보호하는 방안으로 활용
▲ 올래담 집에 들어오는 길 양옆에 쌓아 사생활을 보호하는 방안으로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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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래담은 집에서 큰길까지 이어지는 좁은 길이다. 제주 초가집에는 대문이 없다. 정낭과 올래가 대문을 대신했다. 올래는 골목과 비슷한 개념이다. 밖에서 집안이 드러나 보이지 않게 일정한 공간을 확보해 양옆에 돌담을 쌓았다.

올래는 제주 특유의 출입구로 집안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자신의 집임을 나타내는 영역성과 경계성을 갖는다. 또 내부와 외부 영역을 연결 시키는 매개성을 갖는데 집 마당 안으로 들어오기 전에 거치는 입구다. 이는 사생활이 노출된 제주 가옥구조에서 남의 집을 훔쳐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조금 구불거리게 만들었으며 바람이 직접 집으로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효과도 있었다.

사진 위: 묘소 주변에 네모형태로 쌓아 우마가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음, 사진 아래 : 외담으로  대부분 아이나 일가친척 없이 장사를 치른 경우임
▲ 산담 사진 위: 묘소 주변에 네모형태로 쌓아 우마가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음, 사진 아래 : 외담으로 대부분 아이나 일가친척 없이 장사를 치른 경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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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주위를 둘러싼 돌담을 산담이라 한다. 보통 네모 형으로 만들어 우마가 들어가 묘소를 훼손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었다. 산담은 작은 돌은 아래, 큰 돌은 위쪽에 접담으로 쌓아 보기 좋게 했다.산담의 규모로 무덤 주인의 지위를 짐작하기도 한다.

사진 위: 성담-돌담을 이중 이상으로 쌓아 침략, 바닷물, 바람 등 외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높게 쌓음, 사진 아래: 축담-흙이 흘러내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쌓은 돌, 아무리 비가 많이 내려도 끄떡없음.
▲ 성과 축담 사진 위: 성담-돌담을 이중 이상으로 쌓아 침략, 바닷물, 바람 등 외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높게 쌓음, 사진 아래: 축담-흙이 흘러내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쌓은 돌, 아무리 비가 많이 내려도 끄떡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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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돌담은 세계적으로 독특하고 희귀한 문화유산 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그냥 방치되고 있다.

돌담은 방풍의 목적인 경우도 있지만 보통 밭농사를 짓다가 흙속에 있는 돌을 주어 하나씩 쌓아 놓은 오랜 노력의 결과이다. 거친 땅에서 바람으로부터 흙을 보호하고 곡식이 자라는데 이롭게 하며 태양열로부터 물기를 보호하여 농장물의 성장을 돕는 역할도 했다.

돌담에 관한 방언으로 담벼락(겉으로 드러나 있는 한쪽 면), 담고냥(구멍), 담모라졌저(담이 무너짐), 도트다(사람이나 가축들이 다닐 수 있도록 입구를 만든 것) 등 재미있는 말이 많다. 이처럼 돌담은 제주 선조들의 땀과 노력의 결실이며 생활유산이며 문화 콘텐츠다.

정낭과 돌집, 납읍 금산에 있다.
▲ 돌집 정낭과 돌집, 납읍 금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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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주인터넷 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장영주,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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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통일교육위원, 한국녹색교육협회이사,교육부교육월보편집위원역임,제주교육편집위원역임,제주작가부회장역임,제주대학교강사,지역사회단체강사,저서 해뜨는초록별지구 등 100권으로 신지인인증,순수문학문학평론상,한국아동문학창작상 등을 수상한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고 싶음(특히 제주지역 환경,통일소식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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