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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곽답사 기획자 이광국 선생의 열정

숭례문이 불타 없어져 서울 성곽을 대표하는 문이 된 흥인지문(동대문)
 숭례문이 불타 없어져 서울 성곽을 대표하는 문이 된 흥인지문(동대문)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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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국 선생은 여행기획자(tour planner)이다. 그는 '나홀로 테마 여행(touralone)' 카페를 운영하며 국내외 문화유산 답사를 주관한다. 그는 능원묘지 답사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는 조선의 왕릉과 원에 대한 연구와 답사를 마치고 이제는 신라 왕릉을 거쳐, 가야 왕릉으로 답사를 확대하고 있다. 그는 또한 역사적으로 유명한 사람들의 묘지를 찾아 이를 소개하고 있다. 그것은 인물과 시대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를 위해 현장 답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광국 선생은 또한 서울 문화유산 답사를 진행하고 있고, 산이나 섬 등 역사가 서린 곳에 대한 탐사도 적극 진행한다. 서울 문화유산 답사는 2006년 6월에 시작, 현재 26차까지 진행을 해오고 있다.

5월 11일에 진행된 26차 서울 문화유산 답사는 광화문에서 출발, 종로와 인사동을 거쳐 북촌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며칠 동안 진행되는 역사 탐사로는 4일 동안 경주 남산을 집중적으로 탐방한 '경주 남산 완전정복'과 1박 2일간 울릉도 독도를 여행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 성곽 개념도
 서울 성곽 개념도
ⓒ 이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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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그가 이번에는 서울 성곽 돌기에 나섰다. 서울 성곽 탐사를 위해 그는 지난해 말부터 현장을 여러 번 답사하여 코스를 확정하고 완전 종주라는 부제를 붙일 수 있었다고 한다. 성곽이 잘 남아있는 곳은 그 옆으로 난 길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성곽이 없어지거나 사라진 곳은 그 흔적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골목을 수도 없이 들락거린 끝에 성곽의 이어짐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성곽의 일부가 그대로 주택의 담으로 쓰이기도 하고 돌의 일부가 축대를 쌓는 데 사용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가장 훼손이 심한 곳은 서대문인 돈의문에서 남대문인 숭례문까지로 성곽의 흔적이 거의 없어져 버렸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말에서 20세기 초를 거치면서 급격하게 도시화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남소문인 광희문(일명 수구문)에서 동대문인 흥인지문까지도 성곽의 흔적을 거의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이런 곳에서는 코스를 잇기 위해 주변 골목을 보통 서너 번씩 들락날락거렸다고 한다. 그 결과 서울 성곽 완전 종주 코스를 완성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서울 성곽 돌기는 여행기획자 이광국 선생이 발로 뛰어 만들어낸 역사적인 결과물이다.       

서울 성곽이 가지는 의미

촛대바위에서 바라 본 경복궁
 촛대바위에서 바라 본 경복궁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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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조선왕조 500년 동안의 도읍지이다. 서울은 삼각산 줄기를 뒷산으로 하고 한강에 임해 있는 배산임수형의 지형이다. 조선의 태종인 이성계가 한양에 도읍을 정하면서 정도전의 의견에 따라 정궁을 주산인 백악산 앞 경복궁으로 하고 목멱산을 안산으로 관악산을 조산으로 삼았다. 좌측에 있는 낙산이 좌청룡이 되고 우측에 있는 인왕산이 우백호가 되었다.

경복궁의 정문이 광화문으로 여기서 남쪽으로 똑바로 나 있는 길이 주작대로가 된다. 이 길의 끝에 남대문인 숭례문이 있어 도성인 서울 성곽의 정문 역할을 했다. 숭례문에서 동남쪽으로는 목멱산(남산)이 있어 이곳으로 자연스럽게 성곽이 이어졌다.

남산 정상에는 봉수대가 있으며 전국의 봉수대에서 올라오는 소식이 이곳에 모였다. 남산에서 성곽은 동쪽으로 이어져 국립극장과 타워호텔 지역을 지나 장충체육관 뒤로 계속 연결된다. 이곳에서 다시 남소문인 광희문을 거친 다음 청계천을 지나 동대문인 흥인지문까지 이어진다.

서울 성곽 북대문인 숙정문
 서울 성곽 북대문인 숙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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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에서는 북쪽에 있는 낙산까지 산줄기를 따라 성곽이 이어지고, 낙산 정상에서 동소문인 혜화문까지는 내리막길을 따라 성곽이 이어진다. 동소문인 혜화문을 경계로 남서쪽은 종로구 혜화동이고 동북쪽은 성북구 동소문동이다.

이곳 혜화문에서 서북쪽에 있는 숙정문까지는 계속 오르막이다. 숙정문은 서울 도성의 북대문으로 2007년에야 일반에게 개방되었다. 숙정문에 오르면 남쪽으로 경복궁과 남산 그리고 저 멀리 관악산까지 조망할 수 있다.

숙정문에서 서울 성곽의 정상인 백악산까지는 계속 오르막이다. 백악산은 높이가 342m로 사방 조망이 가장 좋다. 서쪽으로 인왕산이 보이고 남쪽 멀리 관악산이 보이며 북쪽으로는 향로봉에서 비봉과 승가봉을 거쳐 문수봉과 보현봉으로 이어지는 북한산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백악산 좌우의 성벽은 1963년부터 보수를 시작하여 최근에 완전하게 복원을 마친 상태다.

백악산에서 인왕산으로 이어지는 서울 성곽
 백악산에서 인왕산으로 이어지는 서울 성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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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복원한 성곽은 북소문인 창의문을 거쳐 인왕산 정상까지 이어진다. 인왕산은 무학대사에 의해 한때 한양의 주산으로 고려되기도 했다. 인왕산은 높이가 338m로 경복궁과 청와대 그리고 창덕궁이 한눈에 들어온다. 인왕산 역시 풍수지리학상 주산이 될 만한 자격이 있어 보인다. 인왕산에서 서울 성곽은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내려간다. 이러한 양상은 사직동까지 이어지며 성곽은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다.

그러나 사직동부터 성곽은 다시 훼손 정도가 심해 신경을 써 찾아야 한다. 일부는 담장으로 일부는 집의 벽으로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찾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서울시 교육청 근방에 이르니 서울 성곽을 복원하기 위한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금년 12월까지 사업을 완료한다고 하니 내년이면 복원된 성곽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곳에서 다시 서대문인 돈의문까지는 성곽이 모두 훼손되었다. 새문안길과 덕수궁길이 만나는 길 가장자리에 '돈의문 터'(1422-1915)임을 알리는 표지판과 조형물이 서 있을 뿐이다. 이곳에서 이화학당과 배재학당 건물을 지나면 서소문로에 이르고 이곳에서 남대문 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엉터리 복원이지만 성곽의 형태가 다시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 성곽은 상공회의소 옆으로 해서 남대문인 숭례문으로 이어진다.

서울 성곽의 변천을 알려주는 안내판
 서울 성곽의 변천을 알려주는 안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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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연결된 것이 바로 서울 성곽이다. 그러므로 서울 성곽은 수도였던 한양을 둘러싸고 있던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도성(都城)이다. 한양 도성은 1395년(태조 4)에 쌓기 시작하여 1397년에 완성되었으며 당시 성벽의 둘레 길이는 6만 3,000척이었다. 이 도성은 1422년(세종 4)부터 다시 대대적으로 증·개축되었으며 그 둘레가 8만 9,610척으로 늘어났다. 그 후 임진왜란 등 전란으로 훼손된 것을 1704년(숙종 30)부터 5년간 대대적으로 수축하여 조선시대 말까지 그 모습을 유지했다.

그러나 1915년 근대화라는 이름으로 성곽과 성문의 일부가 파괴되었고 도시화와 함께 지속적으로 성곽이 훼손되기에 이르렀다. 1963년 성곽 복원 필요성이 대두되어 북악산과 인왕산 지역의 성곽 복원이 진행되었고, 1975년부터 1980년까지 현대적인 의미의 보수와 개축이 이루어졌다. 이때부터 또한 광희문, 숙정문, 혜화문 등에 대한 복원도 이루어졌으며, 2000년대 들어 다시 대대적인 복원이 이루어져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성곽 답사에 10시간이 필요한 이유

사소문 중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창의문
 사소문 중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창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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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곽의 길이는 18㎞가 넘는다. 그리고 성곽을 종주하려면 4대문과 4소문을 지나고 4개의 산을 넘어야 한다. 여기서 네 개의 산이란 동쪽의 낙산, 북쪽의 북악산(백악산), 서쪽의 인왕산, 남쪽의 남산(목멱산)을 말한다.

특히 북쪽의 북악산과 서쪽의 인왕산은 비교적 높고 험해서 성곽 답사라기보다는 산행이고 등산이다. 그러므로 서울 성곽 답사는 큰마음을 먹어야 가능하고, 시간도 10시간이나 걸리는 고된 탐사 길이다.

서울 성곽 답사는 동대문에서 시작할 수도 있고 남대문에서 시작할 수도 있다. 이번에 우리는 동대문에서 시작해 오른쪽으로 도는 코스를 택했다. 그것은 남대문이 불에 타 상징성을 잃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방위를 이야기할 때 동쪽으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오른쪽으로 돈 것은 이곳에 비교적 성곽이 잘 남아있어 바로 성곽의 정취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동대문에서 남쪽으로 청계천을 지나 광희문까지는 성곽의 흔적을 거의 찾을 수 없다.

동대문인 흥인지문에서 9시10분에 출발한 우리 일행은 첫 번째 만나는 산인 동쪽의 낙산에 9시 35분에 도착했다. 여기서 잠깐 사방을 조망하고 출발하여 동소문인 혜화문에 도착한 것이 9시 53분이다. 동소문 옆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약 50분을 걸어 와룡공원에 이른 것이 10시 42분이다. 이곳에서 오르막길을 따라 말바위 쉼터에 있는 서울 성곽 안내소에 이르니 11시이다. 이곳에서 서류를 작성해 패찰을 하나 얻어 목에 걸고 숙정문에 오른 것이 11시 10분이다.

경복궁의 정북에 있는 촛대바위
 경복궁의 정북에 있는 촛대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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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다시 10분 정도 산을 오르면 경복궁의 정북에 해당하는 촛대바위가 나온다. 촛대바위에서 해발 293m인 청운대까지 이르니 시간은 11시 44분이다. 여기서 다시 10여분 산을 올라 백악산 정상에 도착한다. 시간이 정확히 11시56분이다.

백악산 정상에서부터는 내리막길이라 산행이 수월한 편이다. 창의문 쉼터까지 20분 걸려 12시 16분이면 닿을 수 있다. 이곳에서 성곽답사 패찰을 넘겨주고 나서 창의문을 자세히 살펴본다. 창의문은 종로구 청운동과 부암동을 나누는 경계에 있다.

창의문에서 인왕산까지는 다시 오르막이어서 힘이 좀 든다. 또 이곳은 최근에 복원한 성벽이 많아 길이 조금은 미끄러운 편이다. 그리고 성벽 주위에 나무가 적어 산행이 지루하기도 하다. 중간에 간식도 좀 먹고 잠시 휴식도 취하면서 인왕산 정상에 도착하니 1시 20분이다. 이곳에서는 동쪽으로 서울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서쪽으로는 봉수대가 있던 안산이 보이고 서남쪽으로는 한강 조망이 좋다.

인왕산에서 서대문 쪽으로 이어지는 성곽
 인왕산에서 서대문 쪽으로 이어지는 성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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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산에서 성곽은 선바위 안쪽으로 이어진다. 성곽을 따라 사직동에 이르니 성곽이 끝나는 지점이 나온다. 이때 시간이 오후 2시다. 이곳에서부터는 성곽을 찾기 위해 집의 벽과 담장 등을 찾아야 한다.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서대문이 있던 돈의문 터에 이르니 3시다.

이곳 서대문에서부터 남대문에 이르는 시내 중심가의 성곽 흔적을 찾다보니 근대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여럿 보게 된다. 남대문인 숭례문 가까이 가면서 복원된 성곽을 다시 만날 수 있으며 숭례문에 도착한 시간이 3시 50분이다.

이곳에서부터 남산까지는 다시 오르막이다. 마지막 오르막길이어선지 굉장히 힘이 든다. 남산 정상에 오른 시각은 4시 35분이다. 사람들로 붐비는 정상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남산에 분포되어 있는 성곽을 찾아 간다. 산록을 따라 250m 정도 제대로 남아있는 성곽을 구경하고 국립극장에 내려오니 5시35분이다.

이곳에서 다시 성곽은 끊기고 길 건너 타워호텔을 지나야 성곽을 찾을 수 있다. 신라호텔과 장충체육관 뒤로 이어지는 길에서 다시 완벽한 형태의 성곽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것은 대부분 세종 때 만들어졌다.

장충동 지역에 남아 있는 서울 성곽
 장충동 지역에 남아 있는 서울 성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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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곽은 장충체육관 뒤쪽에서 끝나는데 이곳에 도착한 시각이 6시 10분이다. 여기서부터 성곽은 끊어져 역시 주택지 가운데서 그 흔적을 조금씩 발견할 수 있다. 그러던 것이 광희문 가까이 가면서 다시 복원된 형태로 나타나고 광희문에서부터 성곽은 끝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가 광희문에 도착한 시각은 6시 27분이다.

이곳 광희문에서부터 동대문 운동장을 지나 청계천 오간수교까지 서울 성곽의 흔적은 전혀 찾을 수가 없다. 청계천을 지나서 동대문인 흥인지문까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역시 도시화의 결과다. 흥인지문에 도착하니 시간은 벌써 6시50분이다. 해가 이미 서쪽으로 많이 기울었다. 동대문에서 출발하여 서울 성곽을 한 바퀴 돌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데 걸린 시간은 총 9시간 40분이다.

덧붙이는 글 | 5월12일 18㎞가 넘는 서울 성곽을 종주했다. 사대문과 사소문 그리고 네개의 산을 넘는 어려운 길이었다. 동대문에서 시작 동쪽으로 서울 성곽을 한바퀴 돌았고 그 과정을 정리하려고 한다. 서울 성곽을 종주 답사하면서 보고 느낀 이야기를 자연지리와 인문지리적인 측면과 연결시켜 기록할 것이다. 10회 정도 연재할 예정이다.



태그:#서울 성곽, #사대문, #네개의 산, #경복궁, #성곽 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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