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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6일 열린 국정철학 공유·확산을 위한 장·차관 워크숍
 3월 16일 열린 국정철학 공유·확산을 위한 장·차관 워크숍
ⓒ 청와대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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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국정철학과 공직자의 자세' 특강 녹화비디오를 상영하오니 미참석하셨던 분들은 빠짐없이 참석해주기 바랍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특강이나 비디오 상영에 불참하면 1차 주의, 2차 경고, 3차 불이익에 처합니다."

국립경찰병원(원장 서동엽)은 지난 9일 원내 3층 교회에서 '이명박정부 국정철학' 공유 확산을 위한 90분짜리 특강을 마련했다. 이 행사는 이날 오후 1시 30분~오후 2시 50분, 오후 3시 40분~5시 모두 2차례로 나뉘어 각각 실시됐다. 이에 앞선 지난 2일에는 김일영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직접 강단에 서는 특강도 열었다.

그러니까 국립경찰병원은 '이명박정부 국정철학' 전도사로 나선 김일영 교수의 특강을 모두 세번 연 셈이다.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가능한 한 전 직원들이 이 강연을 듣도록 했다. 이 강연을 듣지 않을 경우에는 벌칙도 적용하겠다는 공람도 공지됐다.

정당한 사유 없이 특강에 불참한 사람에 대해서는 벌 당직과 공무해외여행 배제, 근무성적 반영 등의 조처에 취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사실을 접한 이 병원의 한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과거 1인 독재 시대도 아닌데 일선 공무원들에게 이런 교육을 시킨다는 게 너무 우습다"며 "벌칙까지 규정해 특강참여를 독려하는 게 과연 민주국가인지 의심 된다"고 비판했다.

"비싼 강의료 내고듣는 특강인데, 모두 들어야"

이 병원의 교육담당자는 "새 정부 초기에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공무원들이 공유하는 것이 문제가 되느냐"면서 "비싼 강의료 내고 듣는 특강인데 가급적 모든 직원들이 듣는 게 좋은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서 그는 "행정안전부가 전 부처로 '이명박정부 국정철학 공유 확산을 위한 특강을 실시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내려보낸 바 있다"며 "강사 풀도 행정안전부 지시사항으로 내려왔다"고 전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상시학습 차원에서 평소 초청하던 강사들과 달리 '국정철학' 관련 강사에게는 특급의 강사료가 지불됐다"며 "평상시 외부강연에 나섰던 강사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특강 불참자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 벌칙과 관련, 김충곤 국립경찰병원 총무팀장은 "병원 내규에 따라 상시학습체제로 직무교육을 실시하는 데 있어 전체 직원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방법"이라며 "참석자와 불참자에 대한 차별을 두자는 차원에서 고안된 것일 뿐, 벌 당직 등 3차 벌칙에 처한 경우가 없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또 "특강이나 워크숍 등 조직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여러 행사에 빠지는 사람들이 없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하라"며 "이명박정부 국정철학 공유 확산은 전 공무원들이 이미 비디오로 시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행정안전부는 지난 4월 2일 50개 정부부처에 이명박정부 국정철학 공유 확산을 위한 특강을 실시하라고 공문을 내려 보낸 바 있다.

행정안전부는 이 공문을 통해 "특강은 국정철학과 국정운영의 방향, 국정과제의 의미와 관련된 내용으로 장·차관, 고위공무원 등 내부강사 또는 행정안전부에서 제공하는 강사 풀을 활용하라"고 전달했다.

뉴라이트 폴리페서들이 MB정부 국정철학 '홍보 대사'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강사명단은 김태준 동덕여대 교수, 박진근 연세대 교수,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채희율 경기대 교수, 강원식 관동대 교수, 강명헌 단국대 교수, 백승관 홍익대 교수, 강정애 숙명여대 교수 등 25명이다.

이들은 대개 이명박 대통령 후보시절 정책자문단에 포함됐던 '뉴라이트 폴리페서'들이다. 대개는 이명박 대통령의 싱크탱크로 불리는 국제정책연구원(GSI)과 바른정책연구원(BPI) 소속 연구자들이다.

박진근 연세대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 후보 정책자문단에 속해 거시경제정책과 외환정책을 공약으로 만들었으며,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와 채희율 경기대 교수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 출마를 강력히 비난하는 '뉴라이트 지식인 100인 시국선언'에 참가했다.

강명헌 단국대 교수는 금산분리와 출자총액제한제도 등과 관련된 기업지배구조 분야의 공약을 만들어 제공했으며, 백승관 홍익대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의 FTA정책을 맡았다.

이와 관련 행정안전부 교육훈련과 김연숙 사무관은 "새 정부 초기 국정방향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기획특강"이라며 "정부 초기에 새정부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문의하는 부처의 요구가 많아 진행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그는 "강사 풀도 청와대의 추천을 받아 50개 전 부처에 전달한 것"이라며 "양상은 조금씩 다르지만 매번 새 정부가 들어서면 정부혁신을 위해 대대적인 교육이 있게 마련"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방식은 기업도 마찬가지 아니냐며 문제될 게 없다고 밝혔다.

외부강사가 국정철학 공유하고 확산한다?

하지만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던 폴리페서들을 특정해서 국정철학 공유 확산 강사로 기용한 것은 그 자체로 구태의연하다"며 "국정철학 공유 확산이 꼭 필요하다면 그 일을 담당해야 할 공무원들이 할 일이지 국민세금 들여 외부강사를 쓸 일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조돈문 민교협 의장은 "교수들이 자신의 전문지식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차원에서 정부정책을 자문하는 일을 있을 수 있지만, 전문성을 빙자해 정치행위를 하는 것은 문제"라면서 "개인의 정치적 출세를 위해 강연에 나서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전문성으로 결합한 것인 구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여정부 시절 국정홍보처의 고위 관계자도 "국정철학은 외부강사를 동원하는 게 아니다"라며 "대통령이 부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때 얘기를 하는 것이 확산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공무원들에게 보내는 편지 등으로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확산한 적은 있지만 단 한번도 따로 외부강사를 초청해 국정철학을 전파한 기억이 없다"고 밝혔다.

천편일률적인 방식의 똑같은 강연...공무원은 즐거울까

농업진흥청 작물과학원은 지난 4월 27일 전직원 136명이 참여한 가운데 이명박정부의 국정철학에 대한 특강을 실시했으며 이 강연은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가 맡았다.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 말씀 모음' 동영상을 시청한 뒤, 윤 교수의 'MB노믹스 한국경제,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을 주제로 특강을 들었다.

특강이 끝난 뒤에는 선진 인류국가 실현을 위한 '경쟁력 향상 실천방안' 등 3개 과제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부산본부세관도 지난 4월 26일 같은 형식의 특강을 열었다. 이들도 부산경남본부세관 소속 중간간부직 5급~6급 200명이 참여한 가운데 김경태 동남발전연구원장을 초청해 '이명박정부의 국정철학과 공직자의 자세'를 주제로 80분간 특강을 실시했다.

또한 13개 분임조로 나눠 섬기는 공직자세 정착과 실용적 사고, 일하는 방식의 개선방안, 변화와 창의를 통한 행정의 선진화 방안 등에 대해 토론회를 열었다.

전북병무청과 대전병무청도 각각 이명박정부 국정철학 공유와 확산을 위한 워크숍을 열었다. 이들은 각각 지난 4월 19일 전북병무청은 이종문 전북대 교수를, 대전병무청은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를 초청해 특강을 열었다.

이명박정부의 국정철학과 공직자의 자세를 주제로 연 특강에서 송엄용 전북병무청장은 "전 병무직원이 섬기는 공직자세를 확립하고 고객이 체감하는 고객만족 행정을 구현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김종호 대전병무청장도 "국정철학을 함께 공유하면서 병무직원으로서의 역할과 자세, 일하는 방식 등을 획기적으로 개선함으로써 국민을 섬기는 병무청이 될 수 있도록 전 직원이 최선을 다해달라"고 독려했다.

소방방재청은 지난 4월 14일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국정철학과 국정운영 방향을 공유하고, 국정과제의 실천방안과 일하는 방식에 대한 공감대 확산을 위해 '전국 소방관서장 워크숍'을 개최했다.

전국의 일선 소방서장 244명이 참여한 이 워크숍에서 참석자들은 이명박정부 국정철학과 이념공유를 위해 동영상을 시청하고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의 특강을 경청했다.


태그:#이명박정부, #국정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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