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소래산 마애석불 앞쪽에 놓여있는 활짝 웃는 모습의 금도금 '포대화상'
 소래산 마애석불 앞쪽에 놓여있는 활짝 웃는 모습의 금도금 '포대화상'
ⓒ 추광규

관련사진보기


오늘(12일)은 석가탄신일입니다. 사찰마다 신도들의 방문으로 분주한 모습을 보이더군요. 12일 안산에서 시흥으로 넘어가는 입구에 있는 한 사찰은 유골함을 같이 가지고 있어서 신도들과 함께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져 고개 전체가 차량으로 빼곡하더군요.

오랜만에 산으로 발걸음을 옮겨 보았답니다. 일요일이면 교회에 다녀오느라 시간 내기가 마땅치 않은데 오늘은 마춤 맞은 휴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후부터는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린다는 말에 애초 아내가 가고 싶다는 북한산 산행은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꿩 대신 닭'이라고, 가까이에 있는 시흥시 소래산을 찾기로 했습니다. 저는 산에 오르는 것을 끔찍히 싫어합니다. 그래서 결혼한 지 지난 십수 년 동안 산에 어쩔 수 없이 가게 되더라도 정상에 오르는 것은 한사코 마다했습니다. 그저 산 아래쪽에서 막걸리로 목을 축이며 시간을 보내는 게 전부였답니다.

소래산 마애석불 앞에서 인근 사찰에서 개최한 법회에 참석한 신도들이 절을 하고 있습니다.
 소래산 마애석불 앞에서 인근 사찰에서 개최한 법회에 참석한 신도들이 절을 하고 있습니다.
ⓒ 추광규

관련사진보기


지난 십수 년 동안의 기억을 헤짚어 봐도 그동안 조금 높다는 산 정상에는 올라가 본 적이 단 한번도 없는 것 같습니다. 치악산, 설악산, 지리산, 한라산, 두륜산……. 그동안 어쩌다 가 산에 가게 되면 일행들은 정상으로 올려 보내고 저는 산 밑에서 그저 도토리묵에 막걸리 걸치는 게 전부였답니다.

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올 길을 그렇게 힘들여 올라가야만 하는 건지 제 성격에는 도통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산에 올라가는 것은 끔찍하게 싫어하지만, 물에서 노는 것은 이와는 정반대로 무척이나 좋아한답니다. '물고기' 얘기만 나오면 넋을 놓기 마련이지요. 더구나 누군가 낚시 얘기만 나오게 되면 만사 제쳐놓고 낚시가방 둘러메고 따라가곤 했답니다.

오늘은 그동안 수십 차례 산에 가자고 성화하는 아내를 달래느라 '소래산'으로 향했답니다. 산이라고 해봐야 300m가 채 안되는 산이니 그나마 다행인 셈입니다.

소래산은 인천, 부천, 시흥에서 각각 산에 오를 수 있고 산 높이는 정확히 299m 30cm라고 합니다. 그래도 시흥시 쪽에서 올라가노라면 등산로 길이가 1300m 남짓입니다. 산길이니 약 40~50분가량 올라가는 산행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과 6학년인 두 아이들과 아내와 함께 소래산을 올랐답니다. 부처님오신날이라고 소래산 정상 부근 장군바위에 선각되어 있는 보물 제1324호인 마애석불 앞에서는 법회가 한창입니다.

선각되어 있는 마애석불은 훼손상태가 심각한 듯 했습니다. 가까이서 봐도 쉽게 구분이 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마애석불은 소래산 정상 에 가까운 장군바위에 새겨진 선각 불상입니다. 지난 2001년 9월 21일 보물 제1324호로 지정되었습니다. 높이는 14m,  어깨 너비 3.75m, 귀 길이 1.27m, 눈 크기 50cm, 입 크기 43cm의 거대한 불상으로서 우리나라 최대의 석불 조각입니다.
 선각되어 있는 마애석불은 훼손상태가 심각한 듯 했습니다. 가까이서 봐도 쉽게 구분이 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마애석불은 소래산 정상 에 가까운 장군바위에 새겨진 선각 불상입니다. 지난 2001년 9월 21일 보물 제1324호로 지정되었습니다. 높이는 14m, 어깨 너비 3.75m, 귀 길이 1.27m, 눈 크기 50cm, 입 크기 43cm의 거대한 불상으로서 우리나라 최대의 석불 조각입니다.
ⓒ 추광규

관련사진보기


인근한 사찰에서 마애석불 앞에서 법회를 열고 있는 거지요. 주지스님의 불경소리에 신도들은 연신 절을 합니다. 불경소리가 신기한 듯 다람쥐 한 마리도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쳐다보다 카메라 앵글을 들이대자마자 열심히 도망을 가버립니다.

다람쥐도 독경 소리가 신기한 듯 사람들을 쳐다보다, 카메라 셔터 소리에 화들짝 놀란듯 열심히 제 집으로 도망가기 바쁩니다.
 다람쥐도 독경 소리가 신기한 듯 사람들을 쳐다보다, 카메라 셔터 소리에 화들짝 놀란듯 열심히 제 집으로 도망가기 바쁩니다.
ⓒ 추광규

관련사진보기


마애석불에서 460m를 더 오르자 이내 소래산 정상입니다. 산 정상에는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정상 정복(?)의 기쁨을 만끽합니다. 서해바다가 저 멀리 바라다 보입니다. 날씨가 좋지 못해 시야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닙니다.

소래산 정상에서 바라보니, 저 멀리로 서해바다가 보입니다. 시야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닙니다.
 소래산 정상에서 바라보니, 저 멀리로 서해바다가 보입니다. 시야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닙니다.
ⓒ 추광규

관련사진보기



산 정상에서 몇분여를 머무른 다음 발걸음을 돌려 내려오는데 큰 아들이 제게 묻습니다.

"아빠, 산 정상까지 올라간 게 엄마랑 결혼한 다음에 진짜 오늘이 처음이에요?"
"아니. 어떻게 그럴수 있겠냐. 산 정상 밟아 본 적 많다."

집 사람이 가소롭다는 듯 끼어듭니다.

"자기가 언제 산 정상을 밟아 봤다고 얘들한테 허풍 치는 거야!"
"무슨 소리야. 옥구산은 산 아닌감? 옥구산 작년에만 열댓 번 정상 밟았단 말이여."

"아빠 순 엉터리다…."
"엉터리는 무슨 엉터리. 아빠는 어디까지나 사실을 말했을 뿐이란다."

내려오는 발걸음이 조심스럽습니다. 오랜만에 가족끼리 함께 한 산행으로 기분이 고조되어 있다 보니 오가는 말마다 조금은 허풍이 들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참고로 '옥구산'은 시흥시 정왕동에 있는 옥구공원에 있고. 해발 100여 미터가 채 안되는 뒷동산 같은 산입니다.

하지만 옥구산도 분명 '산'이니 제가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닙니다. 산행을 시작한 지 두 시간여 만에 차가 주차되어 있는 가스공사 쪽에 다다랐답니다. 산행을 했다고 다리가 제법 뻐근합니다. 차에 시동을 걸면서 아내에게는 절대로 들리지 않게끔 속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합니다.

"절대로 산 정상까지는 가지 않으리…. 아이고 팔, 다리, 허리야. 삭신이 다 쑤시네 그랴……."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소래산, #석가탄신일, #마애석불, #법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화물차는 굴러가는게 아니라 뛰어서 갈 수도 있습니다. 물론 화물칸도 없을 수 있습니다. <신문고 뉴스> 편집장 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