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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6일 여의도 광장에서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에 모인 시민들을 취재했다. 초등학생부터 중학생, 고등학생, 20대 직장인, 30대 아이엄마, 중학생을 둔 40대 엄마, 고등학생을 둔 50대 엄마 등 다양한 계층에게 촛불문화제에 참여하게 된 계기나 이명박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 등을 물어 보았고, 그 내용을 다음날 새벽 2시경에 블로거뉴스에 게재하였다.

 

기사는 5월 7일 쇠고기 청문회가 열리던 점심 전후까지 블로거뉴스 메인에 올랐고, 그날 하루만 7만7천 건의 조회수에 509건의 댓글이 달려 이 문제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 주었다.

 

댓글에 참여한 연령 역시 다양한 세대 분포를 보였으며 댓글의 내용은 쇠고기 수입에 대한 위험논쟁과 이 문제에 대한 책임논쟁, 촛불문화제라는 현상에 대한 논쟁 등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500여 개의 댓글을 일일이 분석하여 쟁점을 올려 본다. 댓글 주장의 특징을 한눈에 보기 쉽게 하기 위해 '00론'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 기자 주

 

쇠고기 위험 논쟁 - 사망확률론, 에이즈비교론, 생명우선론 등

 

쇠고기 수입에 대한 입장은 대체로 광우병에 걸릴 확률에 관한 논의가 많았다. 아이디 '동관'은 "광우병에 걸려 사망할 확률을 1이라고 가정했을 경우, 떡 먹다 죽을 가능성은 4만3962배나 더 높고, 담배 피우다 죽을 가능성은 434만배나 더 높다"고 밝혔다. 또 ▲목욕하다 빠져 죽을 가능성은 38만4615배 ▲촌충에 감염돼 죽을 가능성 2만1690배 ▲말벌에 쏘여 죽을 가능성 1154배"라며 논쟁에 불을 당겼다. 아이디 '유가이'는 "에이즈 환자가 득실거리는 동남아엔 아무렇지도 않게 다니며 에이즈 균을 발라 오면서 아직 공식적으로 한명의 사망자도 나오지 않은 광우병은 전후사정 안 가리고 거품물며 반대한다는 게 넌센스 아닌가?"며 광우병을 에이즈와 비교해 논리를 폈다. 하지만 '반확률론'도 만만치 않았다. 아이디 '라임 오렌지'는 "99%로 이상이 없다해도 1%로 이상이 있다면..그리고 1%로에 내가 속한다면..나한테는 100%인것이다."며 확률논쟁이 무의미함을 역설했다. 에이즈와의 비교 주장에 대해서도 아이디 '그렇게 따지면ㅎ'는 "에이즈도 처음에15억분의 1인 3-4명이 시작이었지만 요즘엔 4천만명"이라며 광우병이 결코 에이즈보다 심각하지 않은 병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전염성에 관해서 재치 있는 댓글도 많이 보였다. 아이디 '솔직히'는 "초코파이 먹어도 충분히 감염될수 있다는 것이지. 키스 해도 전염 되냐고? 키스를 하는데 상대 입에 소고기 들어 있다면??"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중3이라고 소개한 아이디 '다똥'의 이른바 '믿다망할론'도 무척 흥미로웠다. 그는 "이런 말도안돼는 개정책을 하는 정부를 오냐오냐 하면서 믿어주다나 나라 꼴 망하는수가 있어요. 시민이 이럴때 정치참여를 해야죠"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체적인 의견은 확률보다는 생명이라는 본질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아이디 '실비아'는 "고등학생으로써 교육정책에 관한 불만도 많습니다만, 버스 타고 집에 오는길에 들리는 라디오 방송을 들으니 그것도 배부른 생각이더군요. 쇠고기 수입할거라는 뉴스가 나온 다음 날, 우리반은 한바탕 그걸로 시끌벅적했습니다. 부탁이니 음식이라도 마음놓고 먹게 해 주세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자신을 중학생이라고 소개한 아이디 '인생'은 연예인이나 미용 같은 것에 관심이 많을 것 같은 여중생들이 서로 만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이야기가 '죽는날 얼마 남지 않았다'이거나 '인생15년도 못살았는데 벌써 죽어서 아쉽다'는 비관적인 이야기뿐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초등학교 4학년에 다닌다는 동생이 집에 와서 심각한 표정으로 '누나,우리 이제 곧 죽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어른들은 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하는데 어른들이 그 환경을 만들어 줘야 공부를 하고 좋은 대학을 갈 수 있으니, 정말 학생들이 공부할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누구의 책임인가 - 정부책임론, 앙뚜와MB론, 이명박참선론, 언론책임론, 어른-20대-대학생책임론 등

 

과연 사태를 이 지경으로까지 몰고 간 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하는 점도 뜨거운 쟁점 중 하나였다. 대체로 협상을 이끌어간 정부와 이를 왜곡 보도한 언론에 대한 비판이 많았지만, 근본적으로는 사태가 이렇게 오도록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어른들이나 대학생, 20대들도 학생들의 날선 비판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아이디 'giant'는 "협상문 원본을 보니 완전히 미국하자는 대로 도장만 찍고온 것 같다"며 정부의 협상전략을 '받아쓰기협상'이라며 비판했다.(받아쓰기협상론) 아이디 '하늘나라'는 "국민들의 behavior(행동)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 이종구 질병관리본부 본부장을 거론하며 "이종구란분이 미국산 소고기수입을 위해 우리 비헤이비어를 바꾸라고 한 뒤로 설렁탕 갈비탕집 매출이 폭락중이랍니다. 이제우리나라 전통 문화까지 말살해가며,미국산빼를 수입하겠다니 이게 진짜 우리나라정부,우리나라 사람들 맞습니까?"라며 한국인의 체질과 문화를 폄훼하듯 한 인상을 준 관료의 발언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4월 21일 발언한 "싫으면 안 사 먹으면 된다"는 발언에 대해서 아이디 '로즈마리'는 굶주린 민중에게 빵이 없으면 케잌을 먹으라고한 프랑스의 마리 앙뚜와네트가 생각난다며 이른바 '앙뚜와MB론'을 펼쳤다. 이와 함께 '이명박참선론'도 네티즌의 재치를 여지 없이 보여준 주장이었다. 아이디 '우산'은 "이명박은 뭐하고 있는지, 눈,코,입 다 틀어막고 참선하나요..아무것도 안 보이고, 아무것도 안 들리나요..진짜 이 나라를 몰락시키려고 우주에서 보낸 외계인이 아닌지"라며 현직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일방적인 정책도 비판의 대상에 올랐다. 아이디 '당신의견도 공감하고'는 "명바긔는 우리가 양보하면 자기도 물러서는 게 아니라 더 비키라고 우릴 때릴 인간임"이라며 이른바 '잔인명박론'을 펼쳤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협상에 대해서 옹호하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아이디 '냉정해집시다'는 다짜고짜 정부의 멱살을 잡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물론 그누구의 의견도 묻지않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버린 정부에게 큰 문제가 있겠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정부도 미국소고기 개방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겠지요. 어쩔수 없었던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라고 정부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이디 'ctharn'은 "잘못이나 책임이 있다 해두 새루 출발헌 정권에 대해 젊은이들이 1년 정도 기다릴 여유가 필요허다구 봅니다."며 정부의 대안을 기다려 보자고 제안했다.

 

정부는 이번 협상의 당사자이기 때문에 욕을 많이 먹었지만, 언론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아이디 '랄리'는 "언론 느네들 다책임져라, 국론 분열시키고,정부,국민 이간질하고"라며 언론의 보도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밖에 어른들과 대학생들이 학생들의 무수한 비판을 받았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거의 투표를 안 하다시피 했다는 20대는 '예비유권자'인 학생들의 질타를 받아야 했다. 기자가 '여의도 촛불문화제' 취재를 갔을 때 대학생을 보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 때문이었는지 학생들은 자신들의 선배인 대학생들이 '정치부재'에 빠져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아이디 '하늘나라'는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학생들이 별 생각없이 게임하듯 참여한 것이라는 일부의 비판에 대해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 고등학생이나 중학생들이 놀 게 얼마나 많은데 그런 집회가겠나. 정말로 그아이들은 걱정이 돼서 나간 것이다. 거기 나간 애들은 적어도 게임중독이나,폭주족이나 이런애들이 아니다. 중간의 보통애들이라고 봐야한다"며 학생들의 참여에 대해서 높은 가치를 부여한 후 "그 아이들이 자기 판단에 의해 거기까지 갔을 때는 자기의 건강권을 어른들이 지켜주지 않을 거라는 판단에서 간 것이라고 봐야 한다.우리 어른들이 각성해야 한다."며 어른의 반성을 촉구했다.

 

아이디 'Cristiano'는 "이번 총선 20대여성 투표율이 5%랍니다.. 이건 찍을 사람 없어서 안 찍은 게 아니라 아예 나라 돌아가는 꼴 자체에 관심이 없단 소리죠"라며 20대의 저조한 정치 참여를 비판했다. 하지만 올해 투표권을 가지게 되었다는 20대 여성 '유가이'는 여성을 비하하는 것 같다며 불만을 제기한 뒤 "어릴때부터 정치에 대한 생각은 ' 신문과 뉴스 첫머리 보도되는 아저씨 아줌마이들 싸우고 멱살잡는 것'이란 인상뿐인데, 어른들은 왜 그동안 정치에 관심을 안 갖으셨는지요?"라며 20대의 정치 무관심은 정치를 이 지경으로 물려준 어른들에게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대학생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아이디 '최화'는 "고등학생들이 대학생들보다 낫네요~"라며 대학생들의 정치 무관심을 에둘러 비판했다. 이 주장에 바로 뒤이은 댓글에서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디 '씁쓸하지만'이 "대학생이지만 이 말이 약간불편하면서도 할말이 없네요"라며 이 주장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에 대학생들이 좀더 책임을 느끼고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현상의 원인은 무엇인가 - 부도덕한계론, 학생만나라걱정론, 삶즉정치론 등

 

이번 현상에 대해서 많은 네티즌들이 논쟁을 펼쳤다. 무엇보다도 지도자의 부도덕보다 경제살리기만 중시해 현재의 정권을 너무 쉽게 열어 준 것이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 인상적이다. 아이디 '둥근빛'은 "애들까지 나서서 저럴 정도면 이명박 정부는 실패한 것이다. 내가 이럴 줄 알았다. 부도덕한 사람이 무슨 정치를 하고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이냐!"라며 경제에 대한 도덕성의 우위를 주장했다.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기성신문들이 쇠고기 협상에 관한 사안과 현상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고 강하게 불만을 제기하는 네티즌들의 주장에서는 언론의 의제설정 기능이 기성 신문에서 인터넷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이른바 '인터넷우위론'이다.  아이디 '고구마'는 "조중동은 없는 내용 만드는 신문이고 또한 나라 팔아먹은 친일파 신문이고 여긴 국민 여론을 사실대로 알리는 인터넷 토론의 광장이라는 차이점이 있쥐"라며 기성 신문에 대한 인터넷 여론의 우위를 주장했다. 아이디 '이포' 또한 "인터넷 시대가 요즘은 거짓말 안속아 절대!!!!!!!"라며 이른바 '인터넷우위론'을 뒷받침했다.

 

이번의 집회는 초중고등학생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특징을 보여주는데, 이에 대해서 역시 찬반이 갈렸다. 아이디 '허니'는 "고등학생들, 공부하기 싫으니까 별 짓을 다하는구나. 20,30 대 형누나들이 왜 가만있는지 아냐? 어차피 모든건 정치논리로 끝나게 마련이다. 너흰 그냥, 반 이명박교 교주들한테 휩쓸려 다니는 노리개일뿐"이라며 이른바 '철부지고딩'론을 제기했다. 이에 대한 반발이 매우 뜨거웠다. 이 댓글에 바로 뒤이어 아이디 'U2001'은 "모든 건 정치논리로 끝나기 때문에 당신도 반(反)반이명박교 교주들한테 휩쓸린 채 그런 줄도 모르고 지껄이는 것일 뿐이다. 정치와 삶이 분리될 수 없는 것이 자명한데, 이에 대한 현명한 대응은 옥석을 가릴 줄 아는 올바른 정치적 시각을 갖는 것이지 그렇게 자신이 정치와는 상관없이 고고한 척 자기기만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정치혐오와 무관심조차 정치적인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며 이른바 '삶즉정치론'을 주장했다. 아이디 'pack369'는 "세계 어느나라 학생들이 그렇게 많이모여 집회를 하는데 그렇게 평화롭게 합니까? 좀 배우고 자랑스러워해야할 우리 자식들이고 조카들이고 동생들입니다!  제발 이런 학생들을 이상한 단체니 불온한 세력 운운하며 이성을 잃은 정부가 오히려 이성을 찾고 왜? 우리 아이들이 이러하는지 반성해야 합니다!"라며 이른바 '학생희망론'을 주장했다. 아이디 '꼼꼼히 읽어요'도 역시 "셈 없는 애들 눈으로 보니 더 정확한 거구요"라고 말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대한민국에서 나라걱정을 하는 사람들은 학생뿐이라는 이른바 '학생만나라걱정론'도 제기됐다. 아이디 '하늘바다'는 4.19혁명도 고등학생들이 먼저 나섰고, 대학교로 몰려가서 대학생형들을 동참시켰다고 설명한 후 "어른들이 집 한 채 가진 거 어떻게 집값 올리까, 누굴 찍어서 재개발로 이익을 볼까 고민하는 동안에. 나라 걱정은 고등학생들의 몫이 되버렸네요"라며 어른들의 정치 무관심을 안타까워했다.

 

 

촛불문화제에 대한 많은 댓글을 분석하면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이 문제에 대해서 어른과 학생들의 논쟁구도가 형성되리라는 예상이 여지없이 빗나갔다는 사실이다. 일부 보수적인 어른들이 학생들의 과도한 정치참여에 대해서 우려를 나타냈을 뿐 어른들의 일반적인 반응은 학생들의 참여가 긍정적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학생들만이 희망이라고 주장했다는 사실이다. 어른들이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해서 아이들도 그럴 것이라는 예측은 얼토당토한 논리라는 것이 이번 문화제 댓글 분석을 통해 입증되었다. 특히 한 고등학생이 자신의 친구들에게 충고한 댓글은 지금도 생생히 남아 있다.

 

"저도 고딩이에요. 근데 집회가는건 나쁘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근데 우리가 광우병에 대해서 좀더 잘 알고 가야할 듯해요

남들이 하니까... 눈에 보이는게 나쁘니까 해서 가는게 아니라

광우병에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나갔으면 좋겠어요"(아이디 '와우')


태그:#여의도 댓글전쟁, #댓글전쟁, #촛불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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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놀이 책>,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 이제 세 권째네요. 네 번째는 사마천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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