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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길산 8부능선 가파른 산비탈에 한송이 연꽃처럼 피어 있습니다.
▲ 운길산 수종사. 운길산 8부능선 가파른 산비탈에 한송이 연꽃처럼 피어 있습니다.
ⓒ 엄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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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8일 화요일. 바람 한 점 없는 청명한 봄 날씨. 직장동료, 동네 후배(샘터 산악회원 둘리와 지훈아빠님) 등과의 합동 산행. 수종사로 유명한 운길산 산행에 나섰습니다.

저는 2005년 가을에 한 번 산행을 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양수리에서 북한강을 따라 대성리, 청평, 강촌, 춘천으로 이어지는 경춘가도. 서울에서 가깝고 자연환경이 아름다워 서울 사람들의 가장 친근한 나들이 장소입니다. 그 길 옆에 자리잡은 운길산 수종사. 고승의 부도와 부처님 입상 뒤로 수종사가 보이고 있습니다.

세조가 금강산을 유람하고(혹은 피부병 치료를 위해 오대산에서 요양하고) 환궁하던 길에 양수리에서 하룻밤을 머물고 있었는데, 한밤중에 어디선가 은은한 종소리가 들려왔다고 합니다. 다음날 신하를 시켜 그 출처를 찾게 했더니, 18나한상이 모셔져있는 바위굴에서 울리는 소리였는데 굴 속에 물방울이 떨어지면서 암벽을 울려, 청아한 종소리처럼 들렸던 것이라고 합니다.

수종사 입구에 서 있던 작은 일주문을 없애고 크게 지었다고 합니다.
▲ 수종사 일주문에서. 수종사 입구에 서 있던 작은 일주문을 없애고 크게 지었다고 합니다.
ⓒ 엄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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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는 그것을 기이하게 여겨, 그곳에 절을 세워 수종사(水鐘寺)라 부르게 하였다는군요. 북한강과 남한강을 어우르는 두물머리 앞에 앉아 있는 절. 수종사는 이처럼 물과 인연이 깊은 절입니다. 이곳의 물 맛은 유명하니 반드시 한 모금 마시고 떠나시길.

바위굴로 떨어지던 그 맑은 석간수(石間水)는 차맛을 우리기에도 일품이었다고 합니다. 인근 마현마을에서 나고 죽은 다산(茶山) 정약용은 이곳 샘물로 차를 즐겼다는데 말년에는 수종사에서 해동명필 추사 김정희, 다성(茶聖) 초의 선사와 교류하며 차를 마셨다고 하는군요.

석간수는 지금도 산신각 아래 자물쇠로 잠근 철문 안에서 마르지 않고 흐르고 있다는데 물량이 극히 적어 일반인들은 맛볼 수 없고 매일 세 차례 예불 때 부처님께만 올려진다고 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삼정헌(三鼎軒)의 차는 이곳에서 나는 물로 우려내기 때문에 그 유명세가 대단합니다. 수종사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 데는 삼정헌이 한몫 톡톡히 한 것입니다.

삼정헌에서 차 한잔 못마시고 떠난 것이 너무도 아쉽습니다.
▲ 2005년 가을의 삼정헌 풍경. 삼정헌에서 차 한잔 못마시고 떠난 것이 너무도 아쉽습니다.
ⓒ 엄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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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정헌은 선(禪), 시(詩), 차(茶)가 하나로 통하는 다실(茶室)의 뜻으로, 지난 2000년 주지 동산 스님이 지었다고 합니다. “사찰을 찾는 모든 이들이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편히 쉬었다 가면 그만”이라며 찻값은 받지 않습니다. 삼정헌에 들어서면 넓은 통유리 너머로 양수리 일대가 훤히 내다보입니다.

차를 우리는 법이나 마시는 법은 몰라도 된답니다. 벽면에 커다랗게 붙여져 있는 안내문을 보며 천천히 따라하면 아무 문제없습니다.

삼정헌은 숱한 시인 묵객들이 다녀가며 자신의 시집을 내놓고 갔다고 하는데 직접 우린 찻잔을 앞에 놓고, 책꽂이에 꽃힌 책 중에서 손이 가는대로 아무 시집이나 한 권 꺼내 읽노라면 신선 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겠지요?

그러다보니 우리도 수종사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달려간 곳이 삼정헌입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우리가 갔을때는 문이 닫혀 있었습니다.

"다실, 오늘은 이만 끝."

이렇게 써 있었는데 그때 시간이 낮12시 조금 넘어서 였습니다. 이제는 운영을 하지 않는 것인지 조금 염려섞인 서운함이 앞서는군요.

그렇다면 동양 제일이라는 두물머리 전망을 조망해 봐야겠지요? 높고 낮은 산봉우리 사이로 유유히 흘러오던 남한강(394km)과 북한강(325km)의 두 물줄기가 몸을 섞어 하나의  큰 강이 되어 "한강"이라는 이름으로 재 탄생되는 곳. 양수리( 일명 두물머리)가 한눈에 쏙 들어오는 수종사 전망대.

"와!" 하는 탄성과 함께 눈이 번쩍 뜨이는 곳입니다. 서울 근교에 이렇게 멋진 풍경이 있을 줄 자신의 눈을 의심케 하는 곳. 마치 강원도의 높은 산 위에 올라가 있는 듯한 착각이 드는 곳. 세상의 시름과 번뇌를 한 방에 날려버리는 곳. 이처럼 전망이 아름다운 수종사는 사진찍는 이들이 많이 찾는 곳입니다.

수종사는 가파른 산비탈에 지어진 작은 절입니다. 공간이 협소한 만큼 모든 전각이 아담하고 있어야 할 것만 있습니다. 특히 약사전과 산신각의 크기는 두어 평에 불과해, 한 사람만 들어가도 꽉 차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 한강이 되는 곳입니다.
▲ 수종사 전망대에서 바라 본 두물머리 풍경.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 한강이 되는 곳입니다.
ⓒ 엄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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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보전 옆으로는 태종의 다섯 번째 딸인 정의옹주의 부도와 삼층석탑, 팔각오층석탑(수종사다보탑)이 간격을 좁힌 채 다정하게 서 있습니다. 부도와 다보탑은 겉으로 보기에 소박해 보이지만 각각 1939년과 1957년 중수할 때 소중한 문화재가 쏟아져 나왔다고 합니다.

부도에서는 고려시대 청자항아리, 금동구층소탑, 은제도금육각감 등 19점, 다보탑에서는 금동불감, 목조불상, 금동불보살상 등 24점이 발견되었다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몇 점을 도난당하기도 했지만,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었다가 다시 불교중앙박물관으로 이관되어 전시되고 있다고 합니다.

정의옹주의 부도와 삼층석탑, 오층석탑이 나란히 서 있습니다.
▲ 부도와 석탑. 정의옹주의 부도와 삼층석탑, 오층석탑이 나란히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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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보전 앞마당을 지나 조그만 해탈문을 나서면, 세조가 절을 짓고 기념으로 심었다는 웅장한 두 그루 은행나무와 마주하게 됩니다. 550여 년간 깎아지른 벼랑 위에서 모진 풍파를 이겨내며, 사방으로 긴 가지를 뻗고 있는 기세가 자못 대단합니다.

그곳에 있는 해우소(화장실)에서 바라보는 풍광 또한 아름답기 그지 없습니다. 옛 스님들의 자연을 바라보는 안목이 탁월함을 알 수 있습니다. "응가"를 하면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풍광. 근심걱정이 밑으로 다 쏟아져 나올것만 같군요.

500년이 넘은 은행나무 두 그루 옆에 해우소가 있습니다.
▲ 은행나무와 해우소. 500년이 넘은 은행나무 두 그루 옆에 해우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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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아우러져 멋진 풍광을 자아냅니다.
▲ 고목과 소나무. 산과 아우러져 멋진 풍광을 자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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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종사 뒤편으로 나 있는 조그만 오솔길 등산로. 저는 이 길이 너무나 좋습니다. 아기자기한 오솔길에서 왜 이렇게 편안함을 느끼는지. 고목과 소나무가 펼쳐 놓은 아름다운 풍광. 정상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헬기착륙장과 그 위 언덕에 놓인 평상. 이곳에서 우리는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와우! 남자들이 준비한 도시락인데 종류가 꽤 다양하군요. 김밥, 떡, 족발, 계란부침과 햄튀김, 오이, 김, 김치, 고추와 마늘, 번데기통조림, 고추장, 된장, 단무지 등등. 그리고 막걸리로 땀을 식힙니다.

산에서는 뭐든지 다 맛있습니다.
▲ 점심식사 모습. 산에서는 뭐든지 다 맛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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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으면 이곳에서 북한산 백운대가 보입니다.
▲ 운길산 정상. 날씨가 좋으면 이곳에서 북한산 백운대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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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운길산 정상에 도착. 정상에서 바라보는 시야가 그리 좋지 않습니다. 날이 좋으면 이곳에서 북한(삼각)산 백운대 방향이 보입니다. 산을 내려 와 다시 수종사로 원점회귀. 아쉽지만 우리는 수종사를 떠납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의 양수리 풍광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기만 합니다.

뒤풀이가 그리워 자주 모인답니다.
▲ 뒤풀이 모습. 뒤풀이가 그리워 자주 모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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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화곡1동 일명 복개천변에 위치한 '마산 아구찜·해물탕집'. 건너편에 경인고속도로가 있습니다. 게장맛도 일품, 아구찜 맛은 최고. 해물탕은 안 먹어봐서 그 맛을 알만합니다.  산행 후 뒤풀이가 즐거워 산에 간다는 이 아자씨들. 어느덧 경인고속도로변에 뉘엿뉘엿 해가 지고 있습니다. 저는 아름다운 석양에 취하고 술에 취해서 휘청휘청거리며 집으로 걸어 갑니다.


태그:#수종사, #운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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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행과 등산을 좋아합니다. 지금은 스킨스쿠버와 마라톤에도 푹 빠져있지요. 많은 여행기를 접해보고 배우고 있으며 부족하나마 제 여행기를 올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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