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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7일 오후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시도교육감 회의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에 학생들이 참가하는 것에 대해 "여의도에 모인 학생수가 청계천 광장보다 많았다"며 "이 지역은 전교조가 심한 지역"이라고 사실상 전교조를 배후세력으로 지목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촛불문화제 현장에서 출석을 부르는 것도 아니고 요즘 학생들이 누가 날바닥에 앉아 촛불하나 달랑 들고 있는 영양가 없는 행사에 가란다고 가고 오란다고 오는가? 참으로 실소를 금할 수 없는 발언이다.

 

하지만 공 교육감을 뛰어넘는 게 있었다. 공 교육감이 중학생 정도라면 미국유학파 박사 정도인 <조선일보>가 주인공이다.

 

조선은 8일자 A39면 '전교조, 선생님이라면 선생님답게 행동하라'는 사설을 통해 전교조에 대한 '살처분'을 시도했다. 특히 5일자 <오마이뉴스> 사회면 "아이야, 너는 대통령이 왜 싫니?" 라는 기사를 기웃거린 듯한 글에서 전교조가 미국 쇠고기와 대통령에 대한 반감을 최대한 끌어올려 아이들을 거리로 끌어내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처럼 썼다.

 

조선은 사설에서 "전교조 충북 음성지회가 지난 5일 연 어린이날 행사엔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정말 싫어요'라는 풍선, 플래카드가 등장했다"며 "행사에선 어린이들에게 이명박 대통령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를 스티커로 붙여 표시하라는 놀이가 있었다"고 전했다.

 

조선은 이어 "'싫다'는 쪽이 수백 명, '좋다'는 쪽은 4명뿐이었다고 한다"고 썼다. 또한 "전교조 제주지부장을 지냈던 초등학교 교사는 쇠고기 수입에 반대한다며 며칠째 단식하면서 수업하고 있다"며 그를 "무지(無知)하고 무모(無謀)하고 무책임한 사람"이라고 몰아 세웠다.

 

어린이날인 5일 하루를 어린이들에게 즐거운 놀이마당과 문화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지역의 전교조 교사들은 보름을 준비한다고 한다. 그것도 일과 시간이 아닌 방과 후 뜻있는 교사들이 밤을 새워가며 불과 수백만원의 예산으로 수천 명이 즐기고 체험하는 행사를 치러낸다.

 

어렵게 이어온 행사가 올해로 11번째를 맞았다. 이날 점자 읽어보기, 눈감고 걷기, 수화배우기, 휠체어 타보기, 관절 움직이지 않고 걷기, 입모양만으로 대화하기 등 장애인들의 고통을 체험해 보는 소중한 시간도 마련됐다.

 

<조선>은 이런 전교조 교사들의 활동도 아이들을 꼬드기려 짜낸 전술로 치부해 버릴지도 모른다. <조선>에서 지적한 풍선과 플래카드는 참여단체인 '음성민중연대'와 '음성학교급식연대'에서 준비했다. 모든 걸 전교조에서 한 것처럼 뉘앙스를 풍기면 이날 풍선 준비하느냐고 고생한 참여단체 회원들의 수고를 무시하는 행위다.

 

또한 대통령에 대해 좋고 싫음에 대한 질문은 이날 어린이들의 마음을 알아보기 위한 13가지 설문 중 하나였다. 전교조 교사 누구하나 설문조사표 근처에 서서 참여를 유도하지도 않았다. 적은 인원으로, 밀려드는 아이들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현장에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있었던 증인이기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전교조를 매도하려 너무 무리하게 회초리를 들었다. 누가 과연 무지하고 무모하고 무책임한지 <조선>에게 되묻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충청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조선일보, #사설,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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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이의 아빠입니다. 이 세 아이가 학벌과 시험성적으로 평가받는 국가가 아닌 인격으로 존중받는 나라에서 살게 하는 게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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