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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사람 얼굴조차 보이지 않게 동북아를 통째로 뒤덮는 황사. '누런 재앙' 공포가 갈수록 커가고 있다. 독성 강한 중금속과 전염병, 심지어 방사능 물질까지 실어 온다. 몽골과 중국의 사막화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은 최대 피해국이다. 발생국이 막아준다면 천만다행이지만 그럴 능력이 없으니 말썽이다. 그렇다고 우리에게 뾰쪽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일본도 한국 버금가는 피해자지만 해결책이 없어 답답하긴 마찬가지. 당국간 협력이 최선일 테지만 정부들은 말만 앞세운다. 시민사회가 나서야 할 차례다.

'푸른아시아(시민정보미디어센터의 새 이름)'라는 한 시민단체가 몽골사막화 저지의 꿈을 키우고 있다. 작은 단체지만 큰 희망을 만들어 간다. 몽골 환경당국이 이 단체의 사막화 예방 모델을 최고로 인정했고 중국도 이 모델을 활용키로 공식 결정(한국정부에 요청)한 상태. 그러자 대한항공 등 기업과 시민단체, 그리고 정부가 따라 나섰다.

이에 푸른아시아와 함께 '황사 발원지, 몽골 사막화 현장을 가다' 기획연재를 마련했다. 기후변화로 시작된 사막화와 황사의 심각성을 알리고, 푸른아시아가 일구는 조림 모델의 지속가능성을 확인해 보려는 것. 한반도 7배 넓이의 몽골. 90%가 사막화한 그 땅을 초록세상으로 바꾸겠다고 구슬땀을 흘리는 녹색전사를 따라 출발.... 기자 주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바닥을 드러낸 울란호수. 몽골 고비지역 최대(수심 5미터) 호수가 거북이 등처럼 갈라져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바닥을 드러낸 울란호수. 몽골 고비지역 최대(수심 5미터) 호수가 거북이 등처럼 갈라져있다.
ⓒ 푸른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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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해 삼켜버린 '노란 공포'

불과 8년 전만 해도 황사에 관심을 갖는 이는 적었다. 천 년이 넘게 '흙비' '노란비' '흙안개'라는 기록이 있어 왔으니 그 자체를 모르는 건 아니었다. 이 노란 흙먼지가 하늘을 가리고 산업을 마비시키며 국민건강을 통째로 위협한 적은 없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한데, 2002년 노란 공포가 한반도를 뒤덮고 멀쩡한 해가 사라지자 달라졌다.

총리실 산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분석보고서 기록을 보자.

"황사의 공습으로 2002년 한해 181만7천 명이 병원치료를 받았고, 165명이 사망했다. 병원을 찾은 심혈관계질환자가 8540명, 호흡기 질환자는 71만9083명으로 추산된다. 이비인후과와 안과 환자는 110만 명에 육박한다. 유무형의 피해를 환산하면 최대 8조 원에 육박한다."

2002년 황사는 가공할 위력을 보여줬다. 14일간 한반도를 덮쳤는데, 1인당 피해액이 12만원에 이를 정도였다. 건강·교육 피해뿐이 아니다. 반도체나 정밀기기 불량률이 치솟고, 조선소 페인트·용접 공사를 불가능케 했다. 또 휴대폰 중계기가 말썽을 일으키고, 비행기가 고장나거나 결항되며, 세척(차, 공장, 의류)이 불가피했다.

어쩌다 한번 찾아오는 불청객이지 큰 말썽거리가 아니었던 황사. 이 황사가 동북아인들의 '공포'가 된 건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에 따른 중국과 몽골의 사막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부터다. 그 중에서도 전국토의 90%가 사막화된 몽골이 더 큰 문제다. 1990년에만 해도 사막화 정도가 46%에 불과했으니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짐작케 한다.

중국의 사막화는 27.3%. 경제대국이니 사막화 방지를 위한 노력도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1991년 '사막화방지를 위한 중국국가위원회'가 설립돼 '국가행동계획'을 세워 시행하고 있으며 나름의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 일본, 미국과 국제협력도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원도 대부분 중국에 집중돼 있다.

8만 톤 흙먼지, 한반도는 '휴업중'

몽골 남부 최대 사막지대인 고비지역의 사막. 빨간 흙살을 드러내고 있는데, 황사의 발원지다.
 몽골 남부 최대 사막지대인 고비지역의 사막. 빨간 흙살을 드러내고 있는데, 황사의 발원지다.
ⓒ 푸른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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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빈곤국인 몽골은 국제사회의 관심이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오기출 푸른아시아 사무총장에 따르면, 지난 1년 몽골에서 768개의 호수, 780개의 강, 1400여 개의 오아시스가 바닥을 드러냈다. 황사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기상학계에 따르면, 동북아 황사의 50%가 몽골에서 발원한다.

황사는 몽골의 남부 고비사막과 중국의 서북부·내몽골 사막지대에서 편서풍을 타고 날아오는 모래(흙)다. 한 번 발생하면 동아시아 상공은 1백만 톤의 흙먼지로 뒤덮인다. 한반도에만 8만 톤을 쏟아놓는데 이는 15톤 트럭 5천대가 넘는 분량이다. 이 흙먼지에는 중금속 등이 포함된 유해물질 농도가 1000㎍/㎥(평소에는 50㎍/㎥)나 된다. 1㎥ 당 미세먼지가 10㎍ 증가시 폐암 사망자가 8% 는다.

애초 가뭄이 심한 봄철에 발생했는데, 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건기가 늘어나며 이젠 철을 가리지 않고 불어온다. 기상청에 따르면, 연평균 황사 발생일 수가 1961~1990년엔 2.6일, 1990년~2001년까지는 8.8일을 기록했다. 2007년에는 무려 27일이나 됐다. 봄에만 생기던 황사가 1월, 12월 등에도 발생, 때를 가리지 않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

몽골 사막화에는 자연적 요인과 인위적 요인이 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건조성 기후가 특정 지역에 집중적으로 나타나는데, 몽골이 바로 그 피해 지역. 지난 70여 년 몽골의 연평균 기온은 1.9˚C 상승했고, 연평균 강수량은 2% 감소했다. 특히 사막지대인 남부 고비지역의 연평균 강수량은 12.5%나 줄었다.

몽골이 평균 해발 1500m에 위치한 데다 지구상에서 바다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대륙이다 보니, 습윤한 해양기류가 수증기를 다 빼앗긴 뒤 불어온다. 게다가 사방이 높은 산으로 둘러 쌓여있어 습한 기류를 차단해 건조한 대륙성 기후를 갖게 됐다. 당연히 국토의 대부분이 사막이다.

기후변화와 가축 방목의 형벌

몽골 남부 고비지역에서 발원한 황사가 편서풍을 타고 이동하는 모습을 담은 2002년 3월 20일 몽골기상청 위성사진.
 몽골 남부 고비지역에서 발원한 황사가 편서풍을 타고 이동하는 모습을 담은 2002년 3월 20일 몽골기상청 위성사진.
ⓒ 푸른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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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위적 요인에서는 가축의 지나친 방목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주민 40%가 목축업에 종사하며, 농업 생산물의 80%를 목축업에서 얻는다. 토지의 83.2%가 목축(농업 포함)에 이용되고 있다. 가축 수도 1918년 9백만 마리에서 2007년 4천만 마리로 4배 이상나 증가했다. 3배 이상 증가하다 보니 땅이 다져지고 식생에 악영향을 끼친 것.

풀을 뿌리째 파먹는 염소와 양이 전체 가축의 88%나 차지하는 점도 큰 문제다. 이밖에 도로가 불명확해 차들이 아무데나 길을 내고 다니는 것도 식생에 악영향을 미친다. 취약한 삼림관리체계, 무분별한 지하자원 개발, 인구증가 등도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급속한 사막화 추세에 비춰보면 이를 막으려는 몽골과 주변국의 노력은 빈약하기만 하다. 몽골은 사막화 저감을 위한 3단계 국가실행계획을 2003년에야 확정했다. 지난해까지 원인분석과 정책준비 등을 포함한 1단계 사업을 마쳤다. 그 안에는 450㎢ 조림사업도 포함돼 있다.

아울러 2035년까지 너비 600미터의 그린벨트를 3700km 조성키로 한 사업도 시작됐다. 국토를 횡단하는 여러 개의 벨트를 조성하는데, 주로 남부 고비(사막)지역을 포위해 모래이동과 사막화 확산을 차단할 목적으로 추진 중이다. 하지만 예산과 기술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규모가 작긴 하지만 사막화 방지를 위한 국제협력사업도 다각화하고 있다. 사막화방지협약 사무국, 지구환경기금, 유엔개발계획, 유엔환경계획, 유네스코 등 국제기구가 앞장서고 있다. 이어 덴마크, 일본, 한국, 독일의 국제협력기구도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푸른아시아'의 자립형 모델

한국에서는 농림부와 산림청이 그린벨트 사업 추진 협약을 몽골 정부와 체결하고 매년 100만 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한국국제협력단도 환경전문가 파견을 지원한다. 민간에서는 푸른아시아와 동북아산림포럼, 한몽로타리클럽 정도가 조림사업을 하고 있다. 푸른아시아를 통해 대한항공, 요코하마타이어, 인천환경원탁회의, 희망재단 등이 지원하고 있다.

푸른아시아의 조림사업이 몽골 정부 뿐 아니라 사막화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모든 이들에게 주목받는 이유는 지속가능성 때문. 푸른아시아는 하나의 모델을 만들고 있다. 주민협동조합 모델로 일정기간이 지나 외부지원이 끊겨도 주민들이 자립이 가능하도록 하려는 것. 목축 말고는 먹고 살 길이 없던 이들에게 조림으로 생계를 이을 수 있도록 한다면 성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설계하는 데만 2000년부터 5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2005년부터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조림지 묘목의 95% 이상을 잘 기르고 있어 매년 시범조림지를 조금씩 확대하고 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사업 확대가 아닌 자립형 모델을 완벽하게 성공시키는 것. 올 말까지 실험이 사실상 끝난다. 이미 성공한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어 이제 남은 건 전국으로 확산하는 일이다.

이 단체가 또 하나 심혈을 기울이는 건 몽골 정부와 국민이 자신감을 갖고 사막화 방지사업을 펴도록 돕는 일. 지난 10여년간 광범하게 구축한 각종 정보(조사)와 추진력(시행착오 포함)를 바탕으로 몽골정부의 정책 기획과 실행을 지원하는 일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특히 사막화예방의 중요성을 주민들이 인식하도록 하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오기출 푸른아시아 사무총장은 "우리의 관심은 직접 지원하는 게 아니라 몽골 사람들이 스스로 사막화방지 사업을 완성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말만 앞세우고, 이벤트 몇 번 하는 생색내기 환경운동은 몽골 사막화 방지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오 총장은 또 "사막화 방지를 위한 기업이나 정부 후원(현지 시장개척 의도)이 모두 중국에 집중될 때 우리가 후원자도 없이 몽골 땅을 누비고 다니며 성공할 수 있을까 궁금증을 가졌었다"며 "성공 모델을 만들어낸 만큼 사막을 푸른 숲과 초원으로 만들 자신감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최방식 기자는 인터넷저널 편집국장입니다.



태그:#황사기획연재, #몽골사막화, #푸른아시아, #최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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