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을 올바르게 인도하고 가르쳐야 할 교육기관이 학생의 공로에 편승하려한 사실이 밝혀져 교육계의 심각한 부도덕성을 드러냈다.
이번 일은 충남 아산의 한 고등학생이 영화촬영기법 등을 인터넷으로 스스로 공부하면서 제작한 작품(단편영화) <천국보다 먼 서울>이 세계적인 영화제 ‘제31회 아시안아메리칸 국제영화제’에 초청작으로 선정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 같은 사실이 최초로 <아산투데이> 보도를 통해 소개되고 이후 중앙일간지에 보도되기 시작하자, 어느 순간 학교 측은 학생의 이번 성과를 자신의 학교에서 특기적성을 키우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방과후학교 UCC동아리반’ 활동을 통해 이룬 것이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충남도교육청에서도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같은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 결과 일부 언론사에서는 이를 사실로 보도하기도 했다.
도교육청은 지난 4월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충남도교육청이 야심차게 추진한 방과후학교에서 만든 영화가 세계적인 영화제에 초청받아 화제가 되고 있다”고 소개한 뒤 “이 영화가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당당히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도교육청과 이 학교의 방과후학교 활성화 노력의 결과였다”고 진출배경을 설명했다.
도교육청은 더 나아가 “우리 교육청은 전국 최고 수준의 방과후 학교 활성화로 이의 쾌거를 이뤘다”며 “올해도 학생들이 특기 적성의 끼를 발휘할 수 있도록 방과후학교에 300억원의 예산을 집중 투입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교육기관이 내세운 방과후학교에 의한 결실이라는 내용은 허위인 것으로 밝혀졌다. 학생이 작품을 만들어 영화제에 출품하고 초청작으로 선정되기까지 학교에는 이와 관련한 어떠한 UCC동아리반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
이 학교에서는 지난 4월 24일경 이 작품에 출연했던 학생들을 불러 모아 마치 동아리활동을 하고 있는 것처럼 비디오카메라에 담는 모습을 연출하게 한 뒤 이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 등 뒤늦은 UCC동아리반 급조에 나섰다.
학교 관계자는 지난 1일 결국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이와 관련한 UCC동아리반이 없었다”고 시인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다만 이 학생이 미국까지 다녀오자면 여러 가지 금전적인 도움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아산시나 충남도, 동창회 등의 지원을 쉽게 이끌어내기 위해 한 일이지 절대 다른 뜻은 없었다”고 변명했다.
이와 더불어 도교육청의 행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도교육청은 이 같은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분명 이일과 관련해 사실 그대로의 내용을 팩스로 보낸 것이 확인되고 있는데도 도교육청에서는 단지 학교에서 알려준 내용과 일부 신문보도를 참고해 보도 자료를 만들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이의 사실여부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한편 이번 작품은 3개월이 넘는 제작기간에 카메라장비 임대료만 하루에 10만원씩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가정형편이 넉넉지 못한 이 학생은 오래 전부터 토요일을 중심으로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부족한 제작비용을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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