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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2일 <조선일보> 1면.

역시 <조선일보>다. 결정적인 국면에 한 건 크게 했다. 이른바 '광우병 괴담'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했다. 미국산 쇠고기 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섰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음해'와 '괴담'이 난무하는데 한국 정부는 무얼 하고 있는 거냐며 혼쭐을 냈다.

 

<조선일보>는 지난 2일 '광우병 괴담' 총력 저지에 나섰다. <동아일보>가 앞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에 대한 비판적 여론에 제동을 걸고 나섰지만, <조선일보>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조선일보>는 이날 1면 머리기사와 3면 해설면, 그리고 사설과 데스크 칼럼을 모두 동원했다. 일사불란한 총체적 대응이었다. 사태가 보통 심상치 않다는 판단이었다고 볼 수 있다.

 

<조선일보>는 정부의 안이한 대응을 신랄하게 지적했다. 대통령의 홈피가 네티즌들의 비난 여론으로 문을 닫고,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요구 서명자 숫자가 5월 1일 기준으로 40만 명을 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광우병 위험에 대한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주장들이 인터넷을 떠돌"고, 급기야 반미운동으로까지 번질 태세인데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호통을 쳤다.

 

그러자 정부는 그날(2일) 관계장관들이 대거 출석에 예정에도 없던 이른바 '끝장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인터넷에서 이명박 대통령 탄핵 서명이 들불처럼 번져나가면서 위기감을 느꼈을 정부였지만,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적극 홍보하고 나선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조선일보>의 질책 때문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다.

 

어쨌든 <조선일보>는 다시 한 번 그 정치적 영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내각이나 청와대 인사, 한나라당 공천 파문, 대운하 추진이나 환율이나 물가 정책 여러 가지 난맥상에 대해 그래도 할 말은 한 데 이어 결정적인 전기에 '정치적 구원 투수' 역할에 나섰기 때문이다.

 

<조선>, '정치적 구원투수'로 나서다

 

역시 승부는 타이밍이다. 시도 때도 없이 이명박 정부의 백기사 역할을 자임했던 또 다른 신문과 비교해 볼 때 <조선일보>의 적시타 한 방이 훨씬 더 커 보인다. 새 정부에 대해서도 할 말은 하고 또 결정적인 순간에는 구원 투수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으니, <조선일보>에 대한 새 정부의 '예우'도 크게 달라질 듯싶다.

 

하지만, 세상은 공평하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게 자연의 법칙이자 세상의 순리다. <조선일보>는 스스로 선포한 '광우병 괴담'과의 전쟁에서 힘겨운 방어자 역할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비단 그 뿐만이 아니다. <조선일보>는 미국산 쇠고기를 비롯해 세계의 모든 쇠고기에 대한 수입 개방에 대해서, 특히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서 그 품질과 안전성을 끝내 지켜주어야 하는 수호자의 역할을 끝까지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선택했다.

 

무엇보다도 <조선일보>는 그렇지 않아도 도처에 구멍이 송송 뚫려 있는 미국의 검역 시스템 문제가 튀어 나올 때마다 이를 또 옹호해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일지도 모른다.

 

어디 그 뿐인가. <조선일보>는 아직 그 발병과 전염 메커니즘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광우병과 변형 크로이츠펠츠 야코브병의 확산 가능성에 내내 가슴 조리지 않으면 안 되는 딱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조선일보>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인간광우병에 대한 우려와 걱정을 '근거 없는 괴담'이라고 매도하면서 내세운 기막힌 논리는 미국인과 미국에 있는 한국 교포들, 미국을 여행하는 한국 관광객들이 잘도 먹는 미국산 쇠고기인데, 그걸 수입해 먹자는 데 왜 그 난리냐는 식이다.

 

사실 논리도 뭐도 아니다. 한마디로 죽으면 같이 죽고, 살면 같이 살자는 식의 '조폭 논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우리 처지에 무슨 그런 사치냐는 반문이기도 할 것이다. 1970년대, 혹은 1980~90년대는 통했을지언정, 이제는 통하지 않는, 앞으로는 더 통하지 않을 그런 '조폭 논리'에 편승한 것은 <조선일보>로서는 앞으로 내내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과학의 발견이나 21세기의 삶의 방식과는 완전히 거꾸로 가자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조선>, '조폭 논리'에 편승하다

 

무엇보다 <조선일보>는 본의 아니게 '미래세대'를 대상으로 '괴담과의 전쟁'을 선포한 꼴이 되고 말았다. <조선일보>가 5일자 신문에서 보도한 것처럼 지난 3, 4일 이틀 연속 청계천에 모인 '분노한 시민'의 절반 이상이 중고교생들이다. <조선일보>는 이들을 "판단력 없는 중·고교생"(5일자 사설 '정부는 쇠고기를 미선이·효선이 사건처럼 키울 셈인가'에서)들이라고 했다. 일부 매체가 제공한 유언비어와 "일부 선동에 쉽게 휩쓸리는 사람들"이라고도 했다.

 

인터넷에서 이명박 대통령 탄핵에 나서고, 청계천에 모여 자기 주장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이들 중·고교생들이 과연 <조선일보>의 주장처럼 선동에 휩쓸리는 철없고 판단력 없는 아이들일까?

 

물론 그들이 미숙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들은 적어도 '논술'로 무장된 아이들이다. 최소한 말이 되는지, 안되는지는 판단할 수 있는 인격체들이다. 정치적 이해타산이나 정략적 이해관계를 '논리'와 '이념'으로 포장해 왜곡하는 '머리 좋은 논객'들보다는 훨씬 더 눈이 밝은 존재들이다. 무엇보다 자유로운 영혼들이다.

 

<조선일보>는 그런 아이들을 '선동'에 휘둘리고 '괴담'이나 유포시키는 '철없는 아이들'로 매도했다. <조선일보>는 두고두고 이들 '미래세대'와 화해하기 어렵게 됐다. <조선일보>의 미래를 저당 잡힌 셈이다. 그것이 '미국산 쇠고기'이자 '광우병' 때문이라는 것이 조선일보>로서는 아주 뼈아플 수 있는 대목이다.

 

<조선일보>의 손익 계산은 어떻게 될까? 그 대차대조표는 아마도 얼마 되지 않아 뽑아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길게 보면 10년, 혹은 20년쯤 걸릴지 모른다. 인간광우병 잠복 기간도 아마 그쯤 될 것이다. <조선일보>가 운이 좋다면 그 안에 인간광우병을 치료할 수 있는 의학적 성취가 나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도박치고는 상당히 위험한 도박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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