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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뽑은 '아동권리조약.' 아이들이 빨간색 스티커를 붙여놓았다. 제31조에 스티커가 가장 많다.
 아이들이 뽑은 '아동권리조약.' 아이들이 빨간색 스티커를 붙여놓았다. 제31조에 스티커가 가장 많다.
ⓒ 이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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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아산에 있는 나누미지역아동센터 교사입니다. 어린이날을 맞아 해마다 저희는 작지만 재미있게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축제를 기획하여 진행하곤 했는데요, 올해는 사정이 여의치 않았습니다.

그래도 어린이날인데 어찌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선생님들이 생각해낸 것은 올해는 아이들과 함께 UN 어린이 권리 조약을 읽고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하였구요, 내친김에 아이들이 직접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권리를 뽑아보는 것도 의미있겠다 싶어서 수업을 해 보았습니다.

1위 - (제31조) 어린이는 맘껏 놀고 쉴 권리가 있다.  21표
2위 - (제35조) 아무도 어린이를 유괴하거나 팔 수 없다. 9표
3위 - (제28조) 어린이는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 초등교육은 무료여야 한다. 8표
4위 - (제38조) 전쟁이 있을때 가장 먼저 보호받을 권리. 15세 미만은 절대로 군대에 들어가거나 전쟁에 참여해서는 안된다. 5표

그 외 (제27조) '적정한 생활수준을 유지할 권리/부모님이 어려우면 나라가 부모님을 도와주어야 함' 과 (제19조) '누구도 아이를 해칠 수 없음/매맞거나 무관심속에 방치하지 말고 보호해야 함'이 공동으로 4표를 받았어요.

휴, 어떠신가요? 저는 아이들을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로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아이들은 일제고사며 진단평가며 자꾸만 강화되는 경쟁과 시험을 위한 공부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더군요. 자신들의 놀고 쉴 권리를 보장해달라는 것이 압도적이라는 점, 어른들 정말 많이 반성해야겠지요?

게다가 아이들은 유괴당하지 않을 권리를 2위로 선정했는데요, 이 점 역시 아이들이 안전과 보호가 정말 필요하다며 절박하게 외치는 것으로 제게는 들렸어요.

저희 공부방은 주로 저소득 결손 가정 등 소외계층의 아동이 이용하는 복지시설입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의외로 '초등 무료 교육 권리'를 꼽았는데요, 이는 겉으로는 무상교육, 의무교육이지만 각종 사교육과 함께 어려운 형편의 가정에서 학교든 뭐든 돈이 계속 들어가고 있는 현실을 아이들이 알고 있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허울만 무상교육이지 사실은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을 아이들이 꿰뚫어본 것이지요. 5위로 선정된 '정할 생활을 유지할 권리, 부모님이 어려우면 나라가 도와주어야 함' 역시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맘이 아프기도 하고, 한편으로 대견하고 기특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이라크 파병 등의 문제들 때문인지 아이들은 전쟁에서 보호받을 권리도 뽑았는데요, 아이들이 그저 철부지가 아니라 나름대로 세상을 파악하고 생각할 줄 아는 존중받아야 할 소중한 인격체라는 점, 모든 어른들께 새삼 강조드리고 싶습니다.

그외에 한 두표씩 받은 조항이 있어요. 어른들은 어린이에게 항상 '최선의 것'을 주어야 한다든지, 어른들이 어린에게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할 때는 어린이의 의견을 '들어주고 존중해주어야' 한다든지, 어린이권리조약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배워야 한다'는 조항이랍니다.

어린이날 수업, 저희는 아이들에게 즐거운 축제를 해주진 못했지만, 아이들은 저희에게 축제보다 더 소중한 무엇을 주었어요. 어린이를 존중한다는 것이 정말 무엇인지, 어떻게 어린이들과 함께 생활하여야 하는지 반성과 깨달음의 기회를 준 것이랍니다.

말로만 미래의 희망이라고 어린이를 추켜세우지 말고, 진실로 어린이를 존중하고 어린이 권리를 생각해보는 5월이 되었으면 하네요.

덧붙이는 글 | 나누미지역아동센터는 소외아동을 돌보는 무료 공부방입니다. 뜻있는 분들은 아이들을 위한 소중한 후원 보내주시면 좋겠습니다. 041-546-1815



태그:#아동권리조약, #어린이날, #아동인권, #공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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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인권교육활동가모임 부뜰,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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