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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 2일 저녁 9시 30분]

 

"인간을 수입하는 게 아니라, 축산물을 수입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인간 광우병이 발생해도 우리나라가 수입중단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상길 농림수산식품부 축산정책단장이 내놓은 답이다. 광우병 우려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국민의 생각과 큰 괴리가 있었다.

 

다시 기자의 질문. "광우병 걸린 소는 발견 안 되고, 인간 광우병만 확인되면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물었다. 이 단장은 "인간 광우병은 그 이전에 발생한 것"이라고 답했다. 순간 기자들 사이에선 폭소가 터져 나왔다. 답변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과 함께였다.

 

이는 2일 오후 3시부터 2시간 30분 동안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 완전 개방과 관련한 정부 합동 기자회견의 한 장면이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김성이 복건복지가족부 장관 등 주무부처 관계자들이 최근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총출동한 자리였다.

 

하지만 이날 정부의 해명은 기자들을 납득시키지 못했다. "미국이 광우병 위험을 통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정부 관계자들은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 미국을 광우병 위험 통제국으로 인정했으니 안전하다"고 답했다. 미국 검역 시스템에 대한 무한한 신뢰만이 이들의 유일한 해명 논리인 듯 보였다.

 

정운천 "미국 국민 전체와 여행객들, 미국산 쇠고기 먹어"

 

이날 기자회견은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대국민 담화문 낭독으로 시작했다. 그는 "미국산 쇠고기는 미국 전체 국민은 물론, 미국을 여행하는 많은 여행객들이 먹고 있다"며 미국산 쇠고기의 안정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국에서도 뼈에서 우려낸 육수를 스프나 스테이크 소스 등을 만드는 데 활용하는 등 다양한 요리에 사용하고 있다"며 뼈를 고아먹는 우리나라의 광우병 위험 우려에 대해 적극 해명하려 했다.

 

정 장관은 "미국에서 동물성 사료 금지 조치가 시행된 1997년 8월 이후 태어난 소에서 광우병이 확인된 사례는 없었다"며 "기존에 발생한 3건의 경우, 2건은 1997년 8월 이전에 태어난 것이고, 1건은 외국에서 수입된 소였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개정 합의는 국제적 기준과 과학적 근거에 의해 이뤄졌다"며 "일부에서 확실한 과학적인 근거 없이 제기하는 안정성에 관한 문제들이 사실인 것처럼 알려지고 있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기자들은 "수입하는 미국산 쇠고기에서 광우병 쇠고기가 들어올 확률은 얼마인가?",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만 제거하면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한 것인가?"라고 물었다.

 

미국의 대규모 쇠고기 리콜사태에도 정부 "미국 검역 시스템은 완벽"

 

이에 대해 이상길 농림부 축산정책단장은 "(광우병 발생 확률이) 제로는 아니다, 미국에서 앞으로 광우병 위험이 전혀 없는 것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는 미국에서 1억 마리 당 (광우병 소가) 한두 마리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그 정도는 미국의 광우병 통제 시스템을 통해 충분히 걸러 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단장은 또한 "뇌와 척수를 제거하면 광우병 특정위험물질의 90% 가까이 제거된다,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어진 "나머지 10%는 무시해도 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97년 8월 이후 광우병은 발생되지 않았다, 현재 조치로도 완벽하다"고 답했다.

 

그러자 기자들은 "지난 2월 캘리포니아 도축장에선 일어서지 못하고 주저앉는 소를 도축하는 영상이 공개돼 사상 최대의 쇠고기 리콜 사태가 발생했고, 4월엔 버지니아 주에서 인간광우병으로 의심되는 증상을 보인 22세 여성이 사망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상길 단장은 "그것은 동물보호단체에서 찍은 것으로 초점은 동물보호"라며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그런 소라고 해서 광우병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은 "전 세계적인 광우병 유행은 끝났다"며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재협의를 할 수 있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상길 단장은 "양국 간의 신뢰의 문제이고, 국제 기준을 토대로 만들었다"며 "미국이 국제수역사무국으로부터 광우병 위험 통제국의 지위를 유지한다면 재협의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정부의 무너진 원칙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원칙이 무너진 것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기자들은 "참여정부 때는 강화된 미국산 동물성 사료 금지 조치가 이행돼야 뼈있는 쇠고기를 수입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이번엔 공포 시점으로 해 합의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상길 단장은 "참여정부, 이명박 정부 구분이 없다, 구체적인 협상 내용을 밝히기 어렵다"면서 "현재 미국의 조치로도 광우병 위험은 없다, 미국은 강화된 동물성 사료 금지 조치를 이행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시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복지부는 불과 2달 전, 전염병 예방 지침서에서 '소의 뇌와 척수는 광우병 감염이 높다, 먹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또한 2005년 5월엔 국제수역사무국 총회에서 정부는 '연령에 관계없이 살코기와 혈액도 위험하다, 수입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냈다."

 

이에 대해 이 단장은 "살코기와 혈액이 위험하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것이었다"고 말했고, 강문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장은 "실험실 수준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종구 본부장은 "전염병 예방 차원과 검역은 다르다"고 전했다.

 

정부 초청 민간전문가들 "한국인 광우병에 취약하다는 말은 괴담"

 

이날 쟁점이 된 사안은 "광우병 환자 180여명 모두 MM유전자를 가졌다, 한국인의 94%가 MM유전자를 가져 38% 수준인 영국인 등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광우병이 발병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었다. 정부에서 초청한 민간 전문가들은 이를 '괴담'으로 취급했다.

 

양기화 대한의사협회 연구조정실장은 "아직 규명되지 않아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 추가적인 역학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천 연세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유전자 연관성은 명확하지 않다"고 전했다.

 

한 기자가 "알츠하이머로 사망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그 중 일부가 인간광우병이라는 괴담이 있다"고 지적하자 양기화 실장은 "부검하지 않고는 진단이 불가능하지만 인간광우병은 평균 발병 연령이 평균 29세로, 알츠하이머와 발병 연령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고 답했다

 

이어 "소에서 추출된 젤라틴을 재료로 하는 젤리, 화장품도 위험한가?"라는 질문에 강문일 검역원장은 "대부분 소가죽에서 추출되는데 소가죽은 안전하다"고 답했다.


태그:#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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