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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유학생들의 폭력시위에 한국인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여느 집회 같으면, 문제의 발단이 시민사회단체를 향한 비난도 있었을텐데, 이번에는 그런 것이 보이지 않는다. 폭력시위를 한 중국인들을 몽땅 처벌하라는 이야기들 뿐이다. 대학가도 마찬가지다. 학교 자유게시판등을 살펴보면, 우리 학교의 중국유학생들 중에 시위에 참가한 사람이 있으면 찾아서 처벌하자라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사태를 거꾸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유학생들의 폭력시위가 발생하기 전, 한국의 시민사회단체에 의해, 중국의 올림픽 성화봉송에 항의하는 시위가 있었다. 그리고 중국의 올림픽 성화봉송 전에, 티베트 사태가 있었다.

 

즉, 이번 사태의 본질은 중국이 티베트인들의 자유와 자치를 억압한 것에 있다. 그러나 지금 한국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논쟁 속에서 '티베트'는 없다.

 

인권과 독립은 사라지고 '민족의 대결'만 남아

 

한국 누리꾼들의 논리는 간단한다. "왜 남의 나라에 와서 난리를 치냐"는 것다. 여기에 티베트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이자, 이번 폭력시위를 사실상 묵인한 중국 당국에 대한 비판은 없다. 비판의 대상은 티베트에 억압적인 중국이 아니라, 한국의 자존심을 건드린 중국이다. 티베트의 독립과 자유의 가치가 민족주의적 대결 속에서 묻혀버리는 것이다.

 

이런 한국 누리꾼들의 논리와 중국인들이 폭력시위를 일으킨 논리도 똑같다. 중국인들의 논리는 "왜 내 나라 땅에 대해 왜 남의 나라 사람들이 난리를 치냐"는 것이다. 결국, 이번 중국 유학생들의 폭력시위에 대한 한국 누리꾼들의 반응은 중국인들의 반응과 똑같았다.

 

중국인들을 집단적 범죄집단으로 몰아가는 한국인들의 반응은 중국인들의 물리적인 폭력만큼이나 위험하다. 한국인들의 민족주의적·국가주의적 반발이 중국인들의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를 강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인민들은 티베트 인민 억압에 대한 비판을 "나와 국가가 하나"라는 이데올로기로 묻어버릴 것이다. 자신들을 '범죄집단'이라고 비난하는 외세에 맞서, 올림픽을 지키고 자국의 영토를 지키겠다는 맹목적인 집단의식만 남을 뿐이다. 이것은 한국인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중국인들과의 민족대결논리와 티베트의 자유와 독립은 결코 일치할 수 없다. 결국 서로 적대적인 두 나라의 국민감정이 '티베트 인민들의 자유와 독립'이라는 가치를 묻어버리게 만드는 것이다.

 

중국인들의 폭력시위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그 책임을 묻는 것은 정당하고 이성적인 절차에 따라야 하는 것이고, 민족주의적 감정에 의한 마녀사냥이 되어서는 안된다.

 

또 이 사태의 진정한 책임은 한국에 유학하고 있는 중국의 평범한 유학생이 아니라, 티베트의 자유와 독립을 짓밟고 자국 국민의 폭력시위를 묵임함으로써 그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중국당국에 있다.

 

이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며, 한국인들은 중국유학생들에 대한 처벌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티베트의 자유와 독립이라는 본질적인 가치를 주장해야 할 것이다.

 


태그:#티베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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