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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구 "위헌? 이석연의 웃기는 소리"
ⓒ 박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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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예산안 편성을 놓고 정부와 여당 사이의 대립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차기 지도부 선출과정에서 이 문제를 쟁점화할 뜻을 내비쳤다. 

 

이 의장은 30일 <오마이뉴스> 기자를 만나 "차기 전당대회에서 '행정부 종속' 문제가 이슈가 될 것"이라고 말해 자신의 후임자를 포함해 차기 당 지도부가 정부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이 의장이 다음달 정책위의장에서 물러나면 18대 국회에서 추경편성 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국가재정법을 개정하겠다는 방침을 흘려왔다. 한나라당 내 박근혜계와 이명박계는 이 의장의 발언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어 '당의 행정부 종속' 문제가 차기 전당대회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한구 "차기 정책위의장 뽑을 때 추경안은 쟁점도 안 된다"

 

이 의장은 이날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한나라당 민생대책특위 회의를 마친 뒤 <오마이뉴스> 기자를 만났다. "차기 정책위의장을 뽑을 때, 추경안이 쟁점이 되지 않겠냐"는 기자의 물음에 그는 "추경안을 받겠다고 얘기하는 후보가 있다면 아마 떨어질 것이다, 그건 얘기가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이 의장은 "그 정도가 아니라 차기 당 지도부를 선출할 때 행정부 종속형 지도부가 만들어지느냐, 국회의 권능을 중시해 독립성을 강화하는 지도부가 만들어지느냐가 이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재정전략회의에서 4월 임시국회에서 추경안 편성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후에도 행정부에서는 "18대 국회에서 추경안을 재추진해야 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오전 부처 직원들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앞으로 내가 얘기한대로 정책들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고, 이석연 법제처장도 "정부의 추경편성권을 제한한 국가재정법은 명백한 위헌이므로 국회가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의장은 이런 분위기에서 자신의 퇴진 이후에도 여당이 정부로부터 추경안 문제에 있어서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인데, 실제로 '당-정 분리'가 차기 원내대표 선거 및 전당대회 등에서 핵심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계-이명박계, 이한구 발언에 상반된 반응

 

'친박 복당' 문제로 이명박계와 갈등을 빚고 있는 박근혜계는 "이 의장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며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서병수 의원(당 여의도연구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차기 지도부는 무조건 정부를 쫓아가기 보다는 당 주도로 제대로 된 정책을 밀고갈 힘이 있어야 하고, 정부의 잘못이 있다면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 적극 협력해야 하지만, 협력 모델을 어떻게 만들 지가 문제"라며 "당권과 대권이 일치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만큼 세상이 바뀌고 있지 않냐"고 반문했다.

 

서 의원은 추경안 편성 문제에 있어서도 "감세 등 다른 정책수단을 모두 사용해본 뒤 추경안을 검토할 수도 있겠지만, 가급적이면 안 하는 게 맞다"며 '소극적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반면, 차기 지도부 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이명박계의 한 중진의원(익명 요구)은 "이 의장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이 의원은 "시대가 달라졌으니 여당이 행정부에 끌려 다니지 않고 오히려 행정부를 조정·통제하는 위치에 서는 게 맞다"고 하면서도 "그러나 이 의장처럼 행정부와 조율된 의견을 내놓지도 못하고, 언론을 통해 행정부를 반박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는 "안 그래도 국민들이 '당정 엇박자'를 걱정하고 있는데, 여당 정책위의장이 논쟁의 중심에 서서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며 "행정부를 설득할 능력이 없다면 여당 정책위의장을 그만두는 게 맞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다음은 이한구 의장과의 일문일답.

 

"강 장관의 소신대로? 한나라당엔 치명적이다"

 

- 당의 정책결정권 문제를 안상수 원내대표와 조율했나?

"그건 조율할 필요가 없다. 당헌당규에 나온 대로 하면 되는 거지. 무슨 조율을 해? 원내대표도 (오늘 회의에서) 그 부분에 대한 얘기가 없었다."

 

- 차기 정책위의장을 뽑을 때 추경안이 쟁점이 될까?

"그건 아마 이슈가 안 될 거다. 추경안을 받겠다고 얘기하는 후보가 있다면 아마 떨어질걸? 당이 그 동안 공약으로 실컷 얘기해놨는데 그 부분까지 어떻게…(선거 공약대로) 안 하겠다고 공약을 내걸 사람이 있겠나?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그 정도가 아니라 다음번에 당 지도부를 선출할 때 행정부 종속형 지도부가 만들어지느냐, 국회의 권능을 중시해 독립성을 강화하는 지도부가 만들어지느냐가 이슈가 될 것이다."

 

- 이석연 법제처장이 추경요건을 제한한 국가재정법이 위헌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웃기는 소리하고 있다. 헌법에 그런 얘기가 어디 있어? 정부가 마음대로 돈을 써야한다는 논리인데 그런 게 어디 있나? (법제처장이) 너무 유식한 것 같다."

 

-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앞으로 내가 얘기한 대로 정책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관이 소신을 가지고 일하는 것은 내가 뭐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한나라당 입장에서 그건 안 된다. 우리로서는 굉장히 치명적이다."


태그:#이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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