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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둣빛 고운 산색을 따라 산에 오르니 산속 푸르름이 잔물결을 이루며 춤을 춘다. 4월의 끝자락에서 바라본 산새가 싱그럽다 못해 눈이 부시다. 저 빛나는 푸른빛이 손에 닿으면 내 손도 저토록 눈부시도록 아름다울 수 있을까?

 

차를 타고 잘 닦아진 길을 따라 운주산을 오르는데 길 양쪽에 연산홍이 화사한 옷을 입고 반겨준다. 충남 연기군 전동면과 전의면의 경계에 위치한 운주산은 해발 460m로 가족단위로 등산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평소에도 부담 없이 가족과 자주 찾곤 하는 곳이다.

 

 

주차장을 지나 더 높은 곳까지 차를 몰고 산으로 올랐다. 운주산성이 있는 곳까지 길이 잘 정비되어 차를 타고도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 차를 세우고 등산로를 따라 오르려니 아주 작은 옹달샘이 땅 속에서 물을 뿜으며 웃고 있다. 가만히 손을 담그자 깊은 땅속에서 스며 나오는 물이라서 그런지 무척 시원하다.

 

 

나무 계단을 타고 산에 오르는 길에는 예쁜 제비꽃이 여기저기 피어있다. 그 한편에는 진달래도 아닌 것이 철쭉도 아닌 것이 화사하게 피어있다. 저 꽃 이름이 뭘까? 분명 진달래도 아니요, 철쭉도 아닌 듯 한데 이름을 알 수가 없어 사진으로 담았다. 산에 오를수록 그 꽃은 더 많이 볼 수 있다.

 

 

숲속 오솔길을 걸으며 내려다본 산색이 장난이 아니다. 어찌 저토록 투명하고 고운 물감을 색칠했을까. 봄은 역시 대단한 계절임에 틀림이 없다. 자연의 섬세함이 운주산 구석구석을 조화롭게 꾸며놓았다. 산을 오르는데 자꾸만 발목을 잡고 멈추게 하는 꽃들과 나무, 그들을 바라보며 상큼한 미소를 지어본다. 봄과 함께 서 있는 나, 와우!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거야.

 

한참을 오르다 보니 구불구불 오솔길 양쪽에 큰 바위들이 길을 막아선다. 마치 그냥가면 서운하다는 표정으로 서있는 바위와 악수를 나누는데, 바위틈에 작은 나무가 서 있지 않은가.

 

 

 

어떻게 저 딱딱한 바위를 뚫고 나무가 자라고 있을까 싶어 자세히 살펴보았다. 주변의 다른 바위에도 어김없이 한두 생명이 태어나 바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저 강한 생명력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보고 또 봐도 믿기지 않은 모습, 그러나 분명 커다란 바위에는 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는 나무와 꽃들이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어떠한 고난이라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나무와 꽃들이 바위에 앉아 뽐내고 있다.

 

 

큰 나무에서 떨어진 낙엽과 바람에 흩날리던 흙먼지가 바위틈에 쌓이고 이곳에 씨가 떨어져 생긴 모습이겠지만 그 빈약한 터에 둥지를 틀고 살아가는 나무와 꽃들의 강인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그 끈질기고 강인한 생명력을 갖고 있다면 더 멋진 세상이 펼쳐지겠지.

 

산속에는 봄이 그려 논 산수화가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비 온 뒤의 산뜻함을 맛보듯 운주산을 산행하며 산뜻한 기분이 그만이다. 살아가면서 매일 매일 펼쳐지는 일상이 이렇듯 산뜻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난다.

 

 

어느새 저만치 달아나는 세월 속에 피고 지는 꽃들, 그들은 결코 의미 없이 사라가진 않으리라. 자연의 고마움을 잘 알기에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한 줌 거름이 되고, 흙이 되고, 먼 훗날 새 생명을 안고 다시 태어나리라. 바위틈에 자라나는 저 강한 나무들처럼….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왠지 숙연해 지며 자연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느껴본다.

덧붙이는 글 | sbs u 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운주산,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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