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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가 '4·15 공교육 포기 조치(학교자율화)'을 발표한 지 꼭 2주가 되는 29일. 중학교에 다니는 3자녀를 둔, 부산에 사는 채승영씨는 아이들 학교 가는 모습도 보지 못했다. 겨우 아침밥만 챙겨줬다.


새벽같이 서울로 가기 위해서다. 아이들에게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0교시와 우열반 등에 반대하러 간다"고 얘기했다. 아이들도 "힘껏 싸우고 오라"고 힘을 북돋아 줬다.

채씨는 "아이들끼리도 대통령이 바뀌고 나서 왜 이렇게 학교에서 공부를 시키냐고 난리예요"라고 말했다.

지난달 중학교 일제고사가 끝난 뒤 1교시를 앞당겨 사실상 '0교시'를 하고 7교시에 보충수업을 시작했다. 이 때만 해도 교육청 눈치를 봤다. 0교시 등을 하지 못하게 된 위법 사항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4월 15일 조치 뒤에는 학교가 마음 놓고 하는 상황으로 변했다. 방과 후 학교에 자율학습까지 하면, 아이들은 밤 9시 10분에 집에 온다.

채씨는 "인문계고등학교와 뭐가 다른가요, 그래도 고등학교 올라가서 본격적으로 받았던 입시경쟁 스트레스가 중학교까지 온 겁니다"라며 "이제 중학교는 자립형사립고와 외고 등 특목고에 얼마나 많은 학생을 보내느냐에 따라 명문중학교인가 아닌가가 나눠져요"라고 말했다. 이어 "학교 마음대로 하라면 아이들 공부하다 죽으란 얘기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5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서울에 도착한 채씨는 같은 마음으로 광주와 전남, 부산, 전북, 정읍등 전국 각지에서 모임 학모부 50여명과 청와대 들머리인 서울 청운동사무소 앞에 섰다. 그리고 "공교육을 포기했으니, 교육세도 걷지 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부모들, 단단히 '뿔' 났다

 

(사)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회장 윤숙자)는 이 자리에서 '4·15 거짓 학교자율화 철회를 위한 대정부 투쟁'을 선언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겨우 2개월 만이다.

윤숙자 회장은 "영어몰입수업, 대학 마음대로 입시, 학원 24시 운영을 추진하더니 급기야 사이비, 거짓 자율화까지 내놓고 지금도 입시경쟁 교육으로 힘들어 목숨을 끊는 아이들이 얼마나 늘어야 끝 낼 거냐"며 "아이들을 살려내는 심정으로 모였다"고 말했다.

오승규 참교육전국학부모회 전남지부장은 "학원이 이미 학교로 침투해서 몇 십 만원의 강좌를 들으라는 것을 봐라"며 "소수 특정 몇 %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어 "지방 교육은 실업계를 빼고는 초토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은순 참교육전국학부모회 광주지부장은 "교사인 전교조 위원장도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내 아이가 죽어가고 있다"면서 "오늘을 시작으로 전면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후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은 "이번 조치는 학생인권침해고 사육화 조치"라며 "0교시와 우열반 금지라고 하는데 0교시는 1교시 당겨서 하고 똑같은 교재로 똑같은 시험을 보는 수준별 이동수업이 우열반"이라고 말했다. 이어 "명백한 사기고 질 높은 공교육을 위해 내실있는 교육을 기대 했는데 생이빨을 다 뽑아버린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슬기 '청소년 다함께' 활동가는 "학교 다닐 때 비싼 교복을 입히지 못하고 비싼 과외와 학원을 보내지 못해 미안해 하시던 어머니가 생각났다"면서 "입시 지옥과 교육의 빈부격차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퇴진 운동도 불사

참교육전국학부모회는 이날 ▲잘못된 4·15 학교자율화조치 즉각 중단 ▲민주적인 여론수렴과정을 거쳐 다시 시작 등을 요구했다.

이를 위해 참교육전국학부모회는 전국 각지에서 항의 집회와 1인 시위를 나서는 것은 물론 철회를 요구하는 대국민 서명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특히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는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퇴진운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이선 참교육전국학부모회 수석부회장은 "장관 취임 두 달여만에 퇴진을 염두하는 것은 그만큼 학부모와 학생들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전교조, 청소년다함께,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등 단체 관계자들도 함께 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인터넷<교육희망>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학교자율화,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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