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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나무는 엄나무라고도 부른다. 엄나무백숙에 들어가는 나무가 바로 음나무다. 어르신들은 음나무를 두릅보다 하급으로 여겼는지 개두릅이라고도 불렀다. 하지만 두릅에 비해 결코 맛과 향이 뒤떨어지지 않는다.

 

음나무는 예로부터 액운을 막는다 하여 방문위에 걸어놓았던 풍습이 있었다. 우리 민족이 음나무를 식용과 약용으로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이용해온 것이다. 이즈음 음나무 어린순은 나물로 먹기 적격이다. 때가 때인지라 맛객도 음나물 2kg을 주문했다.

 

스치로폼 박스를 여니 기다렸다는 듯 나방 한마리가 날아오른다. 뒤 이어 거미 한마리가 답답했다는 듯 상자 안을 탈출한다. 곤충들의 천국인가? 하지만 기분 나쁘다기보다 오히려 반갑기만 하다. 곤충이 산다는 건 그만큼 인간에게 해가 없는 안전한 먹거리라는 방증이니까. 재배인이 명함과 함께 보낸 음나무 재배과정은 다음과 같다.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으며, 발효퇴비 사용과 1년에 3회이상 풀베기작업으로 안전하고 깨끗하게 재배.

-음나무 밑에는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아 오염되지 않은 토양에서 고사리, 취나물, 붓꽃, 둥글레 등 각종 산나물과 들꽃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음나물의 변신은 맛!

 

가장 일반적인 음나물 섭취법은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먹는 숙회이다. 그간 많이 먹었던 방식이므로 이번엔 새로운 요리를 시도해봤다. 요리 시 중요한 건 식자재가 지닌 고유한 맛과 향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 때문에 제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 하더라도 재료의 특성이 드러나지 않는다면 후하게 점수를 줄 수는 없다. 음나물은 그 특유의 씁쓰름한 맛과 독특한 향을 살려내는 게 요리의 포인트.

 

음나물 에피타이저

 

1.음나물을 데쳐 줄기만 잘게 자른다.

2.마를 간다.

3.연어회를 반으로 잘라 아랫면에 고추냉이를 살짝 발라 접시에 놓는다.

4. 1과 2를 3에 얹는다.

5. 가츠오부시로 만든 간장국물(없으면 시중에서 시판되는 제품을 사용)을 끼얹는다.

6. 가다랑어 포를 얹는다.

 

물렁하고 미끌미끌한 마의 단조로움에 쌉싸름한 음나물이 더해져 식감을 살린다. 살짝 쓴맛은 입맛을 돋게 만든다. 마지막에 연어 한점으로 마무리하는 건 화룡점정과도 같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연어회였다.

 

음나물초밥

 

1.음나물을 살짝 데친다.

2.가츠오부시 끊인 물에 간장과 맛술, 소금으로 간을 한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가츠오부시 국수장국을 이용해도 된다)

3. 2의 가츠오부시 국물에 데친 음나물을 30여분 담가둔다.

3. 쌀을 여러번 헹궈 흰물이 나오지 않도록 한 뒤 다시마 한장을 넣고 밥을 짓는다.

4.식초, 설탕, 소금을 3:2:1의 비율로 넣고 저어서 녹인다.

5. 4의 초대리에 밥을 넣고 잘 섞는다.

6. 밥을 쥐어 고추냉이를 바르고 음나물을 얹어 김으로 묶는다.

7. 가다랑어 포를 음나물 잎에 살짝 뿌린다.

 

두릅초밥을 응용해 만들었다. 맛 또한 두릅초밥과 별반 차이가 없다. 신선하고 쌉싸름한 맛이 계절을 느끼게 해준다.

 

음나물 숙회

 

1.음나물을 데쳐 물기를 뺀 후 먹기좋게 2등분한다.

2.초고추장, 마요네즈, 간장(가츠오부시를 끊인 맛간장)을 준비한다.

 

너무나 간단해 요리라고 하기에도 민망하다. 초고추장에만 먹지만 특별히 간장과 마요네즈도 준비했다. 음나물은 줄기와 잎의 맛과 향이 다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줄기는 잎에 비해 쓴맛이 덜해 단맛이 느껴지는 편이고 잎은 쓴맛과 향이 진하다. 따라서 줄기는 간장이나 마요네즈에 찍고 잎은 초장에 찍어야 음나물의 풍미를 최상으로 만끽할 수 있다.

 

음나물쇠고기볶음

 

1.한우를 산적용으로 구입해 간장, 설탕, 후추, 참기름, 다진마늘, 다진 파, 가 들어간 양념에 재워둔다.

2. 음나물을 데쳐 줄기만 자른다.

3. 아스파라거스를 살짝 데쳐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4. 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아스파라스를 넣고 볶는다.

5. 재워둔 한우를 넣고 재빨리 볶으면서 음나물 줄기를 넣는다.

 

내가 만들었지만 참 맛있다. 소고기와 엄나물의 개성이 강해 충돌하기 십상인데  아스파라거스가 중간에서 잘 조정해 준다. 맛객이 두릅을 가장 맛있게 먹는 건 두릅초밥과 두릅산적인데, 음나물쇠고기볶음 역시 두릅산적에 버금가는 맛이다. 이 요리를 먹으면서 와인이나 맥주가 생각나지 않는다면 100원을 드리겠다.

 

이 짧은 계절이 선사하는 자연의 미각 음나물. 여러분도 한번, 음나물의 풍미를 제대로 만끽해보지 않으실래요? 음나물의 변신은 맛! 이라는 사실도 확인할 겸.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음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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