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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뒤편 왼쪽부터 유우익 대통령실장, 김병국 외교안보수석, 김중수 경제수석, 박미석 사회정책수석, 이주호 교육과학문화수석, 박재완 정무수석, 이종찬 민정수석, 곽승준 국정기획수석,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이명박 대통령 뒤편 왼쪽부터 유우익 대통령실장, 김병국 외교안보수석, 김중수 경제수석, 박미석 사회정책수석, 이주호 교육과학문화수석, 박재완 정무수석, 이종찬 민정수석, 곽승준 국정기획수석,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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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부정한 방법으로 축재했다면 문제가 되지만 무조건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공격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문제는 우리가 지금 무조건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이를 테면 정몽준 의원의 경우 재산이 몇 조 단위라고 하지만, 우리는 재산 자체만으로 그를 공격 대상으로 삼아본 적이 없다.

이 대변인은 "공직자 재산 공개는 공직에 취임한 이후 부당한 방법으로 축재할 가능성을 차단하는 게 목적"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일부만 맞는 말이다. 공직자 재산 공개의 목적은  공직 취임 이후에 부정축재를 못 하게 하는 데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공직자로 취임할 자격이 있는지를 도덕적으로 심사하려는 목적이 더 큰 것이다.

요컨대 청와대의 논리는 과거야 어쨌든 '앞으로 잘하면 된다'는 것인데, 우리가 보기에 그들이 앞으로 잘 할 것 같지도 않을 뿐더러, 설사 잘 한다고 하더라도 파렴치한 공직자는 보기 싫다는 것이 국민 다수의 정서라는 걸 청와대는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잃어버린 10년 동안 부동산 찾아다닌 사람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목민관의 직책 54조 중에서 전정(田政)이 가장 어렵다(牧之職 五十四條 田政最難)'고 말한다. 옛날 어진 수령은 백성에게 소를 빌려주고 양식을 도와주면서 땅을 개간하도록 권장하여 농사를 짓게 했다. 모두가 백성을 잘 살도록 만들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명박 정부의 공직자라는 사람들은 땅값이 쌀 때 농민들의 땅을 사들이고, 그 땅에서 농사도 짓지 않으면서 땅값이 오르기를 기다렸다가 팔아먹는 수법으로 재산을 불렸다. 이를 국민이 어찌 문제 삼지 않을 수 있겠는가를 대통령은 반드시 헤아려야 한다.

이봉화 복지부차관.
 이봉화 복지부차관.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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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승준 국정기획수석은 고려대학 3학년 재학 중일 때 신도시 판교 인근 1만㎡의 땅을 위장 전입 수법으로 사놓았다. 그가 신고한 재산은 이 땅을 포함해 110억원대에 이른다. 그는 초등학생인 아들 재산을 2800만원으로 신고했는데 이것이 모두 세뱃돈을 모아놓은 것이라고 한다.

이봉화 복지부 차관은 서울시청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시절 경기도 안성시 7800㎡의 땅을 사 놓았다. 여기에는 위장 전입은 물론 농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는 이렇게 불법으로 땅을 사고 나서도 서울시의 요직인 재무국장과 감사관에 발탁되었다가 이번에 보건복지부 차관으로 임명된 것이다. 이런 차관에 논문 표절 의혹에다 자질 부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성이 장관까지 버티고 있으니 보건복지부의 미래가 어떠할지 생각만으로도 막막한 일이다. 

23세 장남의 재산을 8억5천만원으로 신고한 김병국 외교안보수석은 동생에 대한 불법 증여 의혹까지 불거졌다. 박인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은 본인과 배우자 명의의 건물만 6채라고 한다. 여기에는 서울 송파구의 빌딩을 비롯하여 아파트, 오피스텔, 상가 등 모든 부동산 목록이 들어 있다.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은 서울 서초동에 본인 명의의 아파트와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오피스텔을 가지고 있다. 또한 그의 부인 명의로 강남구 개포동의 주공아파트가 한 채 더 있다.

그들은 방방곡곡 치열하게 부동산을 찾아다닌 것 같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춘천 인근의 절대농지를 사 놓고 있었다. 신정수 국무총리실 정책분석평가실장은 강원도 정선군에 임야와 전답을 가지고 있다.

"머슴이 뭘 압니까?" 그저 재산만 불릴 따름이지

이번 발표를 통해 청와대 수석진은 내각보다 더 부자들이며 축재 방법 또한 그들에 조금도 뒤지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졌다. 내각과 수석진의 부정축재 전략동맹이랄까? 

이명박 대통령은 '공직자란 머슴과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의 부동산 재산은 300억원이 넘는다. 수백억의 재산을 가진 분들이 아무리 자기가 머슴이라고 한들 국민들이 그것을 믿는다고 보는가? 이 대통령은 정말 진정한 머슴이 되고 싶으면 약속한 재산 사회 환원을 즉각 시행함과 동시에 불법, 탈법으로 재산을 축재한 공직자들을 갈아치워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이명박 정부의 공직자들이 머슴이라는 것을 믿지도 않거니와 그들이 머슴이 되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그들은 자기 할 일을 상식적인 선에서 하면 되는 것이다.

신정아와 양정례가 울고 갈 박미석 수석

박미석 사회복지수석.
 박미석 사회복지수석.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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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석 사회복지수석은 부적격 공직자의 기네스북 감이다. 그는 미국에서 가정생태학을 전공했다. 가정생태학이란 가정식품학과 대동소이한 학문이다. 이런 그가 전공과 그리 관련도 없어 보이는 아동복지학과 교수가 되더니, 이번에는 전공과 전혀 무관한 청와대 사회복지수석 자리를 차지한 것부터 범상치 않은 일이다.

그는 미국 박사학위를 배경으로 교수가 되었고 서울시 자문위원으로 일하면서 이명박 서울시장을 알았던 인연으로 청와대 비서관 자리에 오른 것 같다. 그는 제자와 공동으로 작성한 논문을 단독 명의로 발표한 적이 있으며 두 차례에 걸쳐 제자의 논문을 표절했다는 혐의를 받기도 했다.

그는 논문 표절이 아니라 같은 자료를 달리 이용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다시 말해 제자의 논문을 참조·인유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정말 참조·인유한 논문이라면 어떻게 같거나 유사한 문장이 60여 군데나 있을 수 있는 건지를 그는 해명하지 못했다. 또한 참조·인유한 논문이라면 그 출처를 공공연하고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 공공연성과 명백성 둘 중에서 어느 하나만 없어도 그것은 표절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가 논문을 표절했다는 혐의를 여전히 지우지 않고 있다.

그는 두 논문이 BK 21 지원금과 무관한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것 역시 거짓이었음이 밝혀졌다. 게다가 그는 영종도 농지에 불법으로 땅 투기를 한 사실이 새로 나타났다. 더욱 놀라운 것은 자기가 손수 짓지도 않은 땅이면서도 자경확인서를 허위로 작성하여 청와대에 제출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명백한 공문서 허위작성에 해당한다.

이 정도면 학력을 허위로 작성하고 지인을 이용하여 원하는 자리를 얻은 신정아나 양정례를 탓하기가 어려워지는 수준이다. 알다시피 신정아는 4년형을 받고 복역 중이며, 양정례는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이와 견줄 때 박미석 수석 역시 사퇴는 물론 즉각 사법 처리되어야 마땅하다고 본다. 따라서 검찰은 박 수석에게 소환장을 보낼 준비를 해야 된다고 본다. 아니면 신정아와 양정례의 죄를 풀어주든지 해야 최소한 논리적으로는 타당하지 않을는지?

미국산 쇠고기 안심과 한국산 부동산 양심

최근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에 가서 32개월짜리 미국산 안심 스테이크를 먹었다고 한다. 의도적으로 월령 30개월이 넘은 쇠고기를 먹은 것은 광우병 위험이 있는 소일지라도 전면 수입 개방하겠다는 사대적이고 자발적인 세리머니처럼 보였다.

광우병의 잠복 기간은 10년이라고 한다. 그런 소를 최소한의 시간적 안전장치도 없이 당장 수입하려는 무모함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리고 우리 축산농가의 도산을 뻔히 보면서도 "적게 먹으면 된다"고 말하는 그 오기는 또 무엇에서 비롯하는 것일까?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각) 캠프 데이비드에서 첫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미동맹을 '전통적 우호관계'에서 '21세기 전략동맹'으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각) 캠프 데이비드에서 첫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미동맹을 '전통적 우호관계'에서 '21세기 전략동맹'으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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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런 일련의 일들이 이번에 나타난 공직자들의 부도덕성과 결부된다고 본다. 흔한 말로 해서 그들의 양심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산 안심을 수입하는 한국산 양심이랄까? 미국산 안심은 아주 불안하고 한국산 양심은 조금도 양호하지 않다.

독불장군(獨不將軍), 병졸 없는 장군은 없는 법이다. 이 대통령도 병졸들과 상의하는 장군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 또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유유상종(類類相從), 같은 무리끼리 어울려 모인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인선한 내각과 수석진의 면면을 보니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정말 실감난다.

그들은 툭하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말해 왔다. 그런데 사실 우리 같은 서민은 잃어버린 것이 전혀 없다. 아니 애초부터 가진 것이 없었으니 잃고 자시고 할 것이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지난 10년 동안 치열하게 부동산을 찾아다니거나 수상한 논문들을 써왔음이 밝혀졌다.

그렇게 하여 그들은 축재에 성공했고 이어서 권력까지 거머쥔 것처럼 보인다. 다시 말하거니와 우리는 잃어버린 10년을 전혀 실감하지 못한다. 다만 앞으로의 5년이 현실적으로 걱정된다. 거칠게 말해서 '거덜 낼 5년'이 되지 않을까 두려워진다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김갑수 기자는 소설가로서 오마이뉴스에 항일역사팩션 <제국과 인간>을 연재 중입니다.



태그:#부정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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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평론을 주로 쓰며 '인간'에 초점을 맞추는 글쓰기를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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