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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12일 동국대학교 중앙도서관에서 제2회 리더스가이드 작가와의 대화를 하고 나서 작가, 출판사, 동국대 관계자, 리더스가이드 회원과 운영자들이 단체사진을 찍었다.
 2008년 4월 12일 동국대학교 중앙도서관에서 제2회 리더스가이드 작가와의 대화를 하고 나서 작가, 출판사, 동국대 관계자, 리더스가이드 회원과 운영자들이 단체사진을 찍었다.
ⓒ 최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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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작가와의 대화'

책을 읽는 독자의 바람이 있다면 바로 그 책을 쓴 작가를 직접 만나는 것이다. 최근 작가를 만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출판사와 인터넷 서점을 중심으로 한 '찾아가기 마케팅' 덕분이다. 정말 마음만 먹으면 일주일에 한 두 명 정도의 '저명 저자'를 만날 기회가 생긴다.

하지만 마케팅 측면에서 이루어지는 작가와의 만남이나 팬 사인회, 각종 이벤트가 아쉽다. 독자와 작가의 진정한 대화와 소통을 할 수 있는 행사는 여전히 빈곤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도서정보 유통매체 '리더스가이드(www.readersguide.co.kr)'가 진행하는 '리뷰어와 작가와의 대화'(이하 '대화' 또는 '작가와의 대화')는 기획과 진행방식에서 여타 저자 간담회와 차별성이 있어서 주목된다.

올 들어서만 2회의 '대화'를 가졌고, 5월 9일에는 초미의 관심사인 '삼성 문제'를 가지고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프레시안북에서 출간된 <삼성왕국의 게릴라>를 집필한 취재진과 인터뷰이를 초대해 이 책을 읽고 리뷰까지 쓴 리뷰어들이 삼성문제에 관한 진지한 토론을 벌인다.

리더스가이드 박옥균 대표는 "리더스가이드 '작가와의 대화'는 그 달에 가장 이슈가 되는 주제이거나 독자들이 가장 보고 싶어하는 저자를 초대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6월의 작가'로 초대된 진중권씨는 리더스가이드 설문 조사에서 '가장 만나고 싶은 작가'로 선정됐다.

리더스가이드의 '대화'는 '리뷰어'라는 이름의 일반독자가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서평이벤트'를 통해 작가의 책에 대해서 '집단평가'를 진행하고, 리뷰어들이 제출한 리뷰와 온라인 질문을 바탕으로 '대화'가 펼쳐진다. 리더스가이드의 리뷰어들은 한 달에 최소 10권 이상 책을 읽어왔던 리뷰어들이기 때문에 '내공'이 무척 깊다. 이들은 자연스럽게 예스24나 알라딘, 교보문고 등 인터넷 서점 커뮤니티를 주름잡고(?) 있다. '대화'에 초대된 저자들이 깜짝 놀랄 정도다.

독자들의 서평이 작가에게 전달되는 시점에 '대화'가 펼쳐진다. 사전에 온라인 질문을 먼저 접수하고, 현장에서 오프라인 질문을 모아 온오프라인 참여가 가능하다. 이럴 경우 돌발적인 질문이나 아예 질문이 없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는 효과가 있다. 준비된 질문과 준비된 리뷰어는 '작가와의 대화'에서 감초 노릇을 한다.

특히 지방에 살고 있어서 서울에 올라오기 어려운 독자들은 온라인 질문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작가와의 대화'는 대체로 1시간 동안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갖고, 10분 쉬는 시간 동안 현장에서 질문지를 걷고 나머지 1시간~1시간 반 정도 질문과 토론을 중심으로 행사를 진행한다. '대화'에서 작가와 독자가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할 수 있도록 시간을 안배한 것이다.

2008년 3월 15일 서교동 작은책 사무실이 있는 태복빌딩 2층 강연실에서 <법률사무소 김앤장>(후마니타스)의 공저자인 장화식 씨를 초청해 저자간담회를 가졌다. 20여 명의 리뷰어가 모여 3시간 넘게 토론을 벌이다 모자라 뒤풀이까지 장장 6시간이 넘는 '대화'가 이어졌다.
 2008년 3월 15일 서교동 작은책 사무실이 있는 태복빌딩 2층 강연실에서 <법률사무소 김앤장>(후마니타스)의 공저자인 장화식 씨를 초청해 저자간담회를 가졌다. 20여 명의 리뷰어가 모여 3시간 넘게 토론을 벌이다 모자라 뒤풀이까지 장장 6시간이 넘는 '대화'가 이어졌다.
ⓒ 오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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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대화'를 함께한 출판사와 작가들의 평가

'작가와의 대화'에 초대된 작가와 출판사의 반응을 들어봤다.

제1회 '작가와의 대화'에 초대된 장화식씨는 "전문가라면 전문가랄까? 책을 충분히 읽고 수준이 있어서 질문 내용이 핵심을 잘 짚었다"는 평가와 더불어 "다른 데에 강연을 다니면 강의식으로 되거나 관객들에게 책에 대한 기본적인 소개를 하는 데 할애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리뷰어들은 이미 그 사안이나 책에 대해서 정독하고 정성스런 리뷰까지 제출한 상태이기 때문에 눈높이를 맞추기 편했고, 한편 부담(?)도 됐다"고 말했다.

제2회 '작가와의 대화'에 초대된 최형국씨는 "일단 새로웠다. 비판이든 칭찬이든 글쓰는 사람으로서는 달게 받아들여야 발전이 있기 때문에 리더스가이드 리뷰어들의 비판이 매우 유익한 약이 됐다. 일반적인 대중과의 만남이 아니라 파워리뷰어와의 만남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전해졌다"고 술회했다. 그가 얻은 가장 큰 소득은 "독자들이 어떤 점을 궁금해 하고 무엇을 못마땅해 하는지 잘 알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법률사무소 김앤장>을 출간한 후마니타스의 박상훈 대표는 "리더스가이드 리뷰어들이 올린 리뷰의 양에 먼저 놀라고, 리뷰어들의 글솜씨에 두 번 놀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서평이벤트를 통해 제출된 리뷰 모음은 출판사를 통해 작가에게 전달되고 작가는 이를 토대로 '대화'의 내용을 구성한다.

리더스가이드 리뷰어들이 <친절한 조선사>에 대해서 했던 집단평가의 일부를 옮겨 본다.

소재나 삽화 등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리뷰어들의 전체적인 평가는 '아마추어리즘'이다. 아이디 '라주미힌'은 먹거리를 다루는 소제목 '임금의 수라에 올라갔던 음식의 양과 비용은?'을 예로 들어 아무런 가공도 없이 데이터만 나열해 놓았다고 비판했다. "그 당시 서민이나 양반의 음식 소비량과 비교라도 했으면 의미라도 있지 않느냐"는 반문이다.

마치 신문기사의 목차를 보는 듯한 신선한 타이틀들은 한편으로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아이디 'jade'는 "소제목들이 너무 '화려'해서 정작 읽다보면 시시해진다"고 썼다. 제목이 화려한 만큼 과장과 꾸밈이 따라붙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디 '구르믈버서난달처럼'은 "자극적이고 흥미를 유발하는 각 단락의 제목만큼이나 읽고 나서의 공복감이 더 커지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 오마이뉴스, 2008년 4월 11일자 "26인의 리뷰어, <친절한 조선사>를 집단평가하다"

글을 써서 제출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아무리 프로 작가라고 하더라도 독자의 평가나 반응에 목말라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독자들이 책에 대해서 집단으로 평가하여 다양한 생각을 전해주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후마니타스의 관계자는 "서평을 받아보니 책에 대한 평가에서부터 부족했던 부분, 원하는 것 등을 피드백받을 수 있었던 점이 출판사로서는 이점이었다. 특히 저자분들이 더 좋아하셨던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출판사와 작가들의 반응을 요약하면 '눈높이'와 '피드백'이었다. 박옥균 대표는 "서평이벤트 행사가 봇물처럼 불어났지만 출판사가 피드백을 받고 나아가 비판과 충고까지 받을 수 있는 서평단은 리더스가이드와 리뷰어들이 7년간 쌓아온 온ㆍ오프라인 책 커뮤니티의 성과가 아닐까" 하고 자평했다.

4월 12일 동국대학교에서 가졌던 <친절한 조선사> 작가와의 대화에서 한 리뷰어의 자녀에게 저자가 아기살(편전)을 기념으로 선물하고 있다. 멀리서 전문 촬영요원이 장면 하나하나를 카메라에 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4월 12일 동국대학교에서 가졌던 <친절한 조선사> 작가와의 대화에서 한 리뷰어의 자녀에게 저자가 아기살(편전)을 기념으로 선물하고 있다. 멀리서 전문 촬영요원이 장면 하나하나를 카메라에 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 오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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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도서정보유통매체-서점'이 독자에게 주는 풍성한 선물 꾸러미

제1회 '작가와의 대화'는 서교동 '작은책 강연실', 제2회는 '동국대학교 중앙도서관', 이렇게 리더스가이드 작가와의 대화는 장소를 달리하다가 5월 9일 예정인 제3회부터는 '영풍문고 종로점'에서 고정적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영풍문고 종로점은 이를 위해 1달에 1회 50석 이상 규모의 강연실, 해당 책 코너, 동영상 소개,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 공지 등을 통해 '북쩍이는 잔치'가 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기로 했다. 출판사는 좋은 책과 저자를 제공하고, 리더스가이드는 숙련된 리뷰어들의 집단 평가와 기획 등을 선물꾸러미에 담았다. 이 풍성한 선물은 모두 '독자'의 몫이다.

'작가와의 대화' 진행방식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판이 커진 만큼 기존의 리더가이드 회원 참여에서 일반 독자들에게까지 참여폭이 확대된 것이다. 최형국씨는 "꼭 리더스가이드의 리뷰어만이 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도 작가와의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한 바 있다.

즉, 리더스가이드 리뷰어를 '주축'으로 하고, 일반 독자들과 영풍문고의 회원들, 출판사의 단골회원들을 참여시켜 다양한 반응과 관심을 이끌 계획이다. 특히 '작가와의 대화' 참여가 녹록치 않은 독자들을 위해 온라인 질문 외에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해 주기로 했다.

제2회 <친절한 조선사>부터 전문 동영상팀을 활용해 촬영을 시작했고, 매달 1건 이상의 동영상 파일을 만들어 리더스가이드 사이트와 각종 유관 기관에 배포할 계획이다. 이는 '리뷰어'라는 전문독자뿐만 아니라 책에 처음 관심을 갖기 시작한 일반 독자들에게도 책에 관한 내실 있는 정보를 제공해 주기 위함이다.

그리고 독자들은 종이 텍스트에 머무르지 않고, 멀티미디어 콘텐츠 등 다양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 이와 같은 기획력과 공동 프로모션의 소문이 금세 퍼졌는지 좋은 책과 좋은 작가를 보유한 출판사들이 '작가와의 대화'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6월에는 최근 <서양미술사1>을 출간한 휴머니스트 출판사와 저자 진중권씨가 제4회 작가와의 대화에 초대된다. 리뷰어들과 독자들은 촌철살인 진중권씨를 만날 생각에, <서양미술사1>이라는 따끈따끈한 신간을 읽을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독자들은 리더스가이드 사이트(www.readersguide.co.kr)나 영풍문고 사이트(www.ypbooks.co.kr)를 통해 '작가와의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


태그:#작가와의 대화, #리더스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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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놀이 책>,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 이제 세 권째네요. 네 번째는 사마천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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