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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틈이 없이 촘촘하게 꽂힌 책들. 이 책들 사이에서 내 마음에 살포시 와닿을 책 하나 골라 봅니다.
▲ 책꽂이 빈틈이 없이 촘촘하게 꽂힌 책들. 이 책들 사이에서 내 마음에 살포시 와닿을 책 하나 골라 봅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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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

햇볕이 따뜻한 낮, 집에서 사진기를 챙겨들고 헌책방 한 곳 찾아갑니다. 집에서 즐겨보고 있는 책도 있건만, 아직 헤아리지 못하고 있을 세상 많은 책들 가운데 한 구석이나마 살펴보고 싶어서입니다.

사들인 책은 남김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남김없이 읽는다고 하여 남김없이 받아들이지는 못합니다. 책마다 지은이 땀방울이 열 해고 스무 해고 서른 해고 쉰 해고 배어 있는데, 이만한 세월을 어찌 몇 시간 만에 빨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책 하나 읽으면서 얻어들이는 보람은 눈으로 글줄을 따라 읽을 때가 아니라, 눈에서 머리를 거치고 가슴을 지나 온몸에서 꿈틀꿈틀 움직이며 나타날 때가 아니랴 싶습니다. 어느 책은 열 번 거듭 읽어도 알맹이를 제대로 맛보지 못할 수 있고, 어느 책은 얼추 훑기만 해도 달갑지 않은 알맹이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똑같이 땀방울이 배인 책이지만, 피눈물 섞인 땀방울이 있고 얕은 잇속이 스민 땀방울이 있으며 땀방울처럼 보이는 콧물이 있습니다.

쉽지 않게 번 돈으로 사는 책입니다. 내 소중한 시간을 들여서 읽는 책입니다. 처음에는 한 권 두 권이었으나, 이 한 권 두 권이 쌓여서, 집구석에 책을 쟁여놓자면 퍽 넓은 자리가 있어야 합니다. 저와 옆지기 몸뚱이가 쉴 만한 자리는 두 평이면 넉넉하지만, 책을 차곡차곡 놓아야 할 자리로는 쉰 평으로도 모자라고 백 평은 되어야 조금 홀가분합니다. 세월이 더 흐르면 백 평이 되어도 모자라고 이백 평이 되어도 빡빡하리라 봅니다.

 (2) 책에서 만나는 삶

날이 따뜻해지니, 〈오래된 책집〉 아저씨는 가게 유리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습니다. 이제는 따뜻한 기운과 시원한 바람을 느낄 수 있는 때입니다. 추운 겨울날에는 문을 닫아 놓고 지내야 하지만, 이제부터는 바깥바람을 넉넉히 받아들이며 지낼 수 있습니다.

〈오래된 책집〉 책탑은 조금 높아지기는 했으나 많이 높지는 않습니다. 바로 옆에 헛간으로 쓸 자리를 얻었기에, 새로 들어오는 책은 옆자리에 쌓아 놓고, 매장 골마루는 넉넉하게 마련해 놓습니다. 《김유미-내 안의 야생공원》(신구문화사,1999)이라는 책을 뽑아듭니다. 뽑아들까 말까 하다가 ‘야생공원’이라는 말에 끌립니다. 느낌으로는 자연 삶터 이야기를 다룬 책 같지는 않지만, 아무튼!

김유미 님이 펴낸 책 하나. 겉에 싸인 종이띠가 보기 싫어서 떼어냈습니다.
▲ 겉그림 김유미 님이 펴낸 책 하나. 겉에 싸인 종이띠가 보기 싫어서 떼어냈습니다.
ⓒ 신구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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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아든 책에는 종이띠 하나 붙어 있습니다. 종이띠에는 “시인 김영랑, 그 화려한 로맨티시즘을 재현한 손녀딸 김유미의 글ㆍ그림 이야기”라는 말이 적혀 있습니다. 헛, 시인 김영랑 님 손녀딸? 김영랑 님 손녀딸이라는 김유미 님은 1963년에 태어났습니다.

시인 김영랑 님은 김영랑 님입니다. 그림을 그리는 김유미 님은 김유미 님입니다. 굳이 ‘아무개 손녀딸’이라는 이름을 내걸며 종이띠를 만들어서 붙여야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해 주면, 출판사에서는 책을 파는 데에는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을 테지요. 그렇다면 정작 이 책을 묶은 글쓴이 김유미 님은? 김유미 님도 이와 같은 종이띠가 둘러져 있기를 바랐을는지?

김유미 님이 당신 할아버지를 떠올리며 쓴 대목이 있는가 요리조리 찾아봅니다. 딱 한 군데 보입니다. ‘바람끼 많고 돈 많고 애첩 아홉을 거느리며 할머니를 슬프게 했던 할아버지 이야기’ 한 꼭지가 할머니 옛날 장롱 이야기를 하는 글에 몇 대목 끼여 있습니다.

.. 할머니가 윷놀이와 곰방대를 좋아하신 것은 할아버지의 바람끼와 함수관계가 있다. 할아버지가 달아난 아랫목을 그녀는 궐련향으로 훈훈하게 했으며, 윷놀이로 고독을 달래었다. 윷판 안에서만큼은 그녀는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었고 상대를 공격할 수 있었으며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도 있었다. 그러나 생에서는 늘 고립된 사냥감이 되어 있었다. 돈이 많았던 할아버지는 여행을 좋아하셨다. 여행 끝에 달고 온 전리품은 늘 여자였다. 그에게는 아홉 명의 여자가 있었다. 애첩들은 갖가지 출신으로 젊고 예뻤으며 그의 애정을 겨냥해 모험을 아끼지 않았다. 어느 날은 다섯 번째가 맨발로 강물에 뛰어들기도 했고, 세 번째가 대들보에 목을 매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 할머니는 119구조대처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그녀들을 구했다. 거기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진 답례는 비단옷이었다. 그녀는 비단옷과 사랑하는 사람을 바꾸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  (126∼127쪽)

할머니는 백 살 가까운 나이까지 사셨다고 합니다. 참으로 기나긴 날을 외로움과 슬픔에 잠긴 채 살아가셨습니다. 김유미 님은 이 할머니가 쓰시던 장롱, 백 해를 훌쩍 넘긴 장롱을 물려받아서 당신 집 한쪽에 고이 모셔 놓았다고 합니다.

.. 유치원에 갔던 둘째 아들이 상처투성이가 되어 돌아왔던 날, 아이는 울먹이며 말했다. “내가 곱슬머리에 납작코라고 아이들이 자꾸 놀려요…….” 나는 아이를 무릎 위에 앉혀 놓고 귓속말로 속삭였다. “엄마 비밀을 너에게만 털어놓을게. 사실은 네가 날 꼭 닮은 거야. 엄마 어렸을 땐 너보다 몇 배 더 미웠지. 미운오리새끼도 백조가 될 수 있단다.” 아이는 키스세례를 퍼부으며 말했다. “못생긴 게 다행이구나. 난 커서 아름다운 백조가 될 거야…… 예쁜 엄마.” ..  (41쪽)

책장을 처음부터 다시 넘깁니다. 그림을 그리며 살아가는 김유미 님 삶과 발자취를 더듬어 봅니다. 아버지가 여러 가지 일을 하는 동안 딸아이로서 지켜본 느낌, 겉멋과 알량한 자존심으로 커 나간 어린 나날, 그림을 배우는 대학생으로 지내던 일, 처음으로 나라밖 그림잔치를 열고 일본에 갔을 때 만난 사람들, 쪼들리는 살림에 허덕이면서도 그림 공부를 놓지 않던 일, 그림쟁이를 떠나 한 사람으로서 한 집안 여성으로서 느끼는 이야기들을 살펴봅니다. “시장 어귀에서 푸성귀를 파는 나와 동년인 아낙네의 수줍은 얼굴에서도 무지개는 영롱하게 떠오른다.(43쪽)”는 이야기를 읽습니다.

교사 김남선 님이 아이들한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누구보다도 자신을 돌아보는 이야기로 풀어내는 책 하나입니다.
▲ 겉그림 교사 김남선 님이 아이들한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누구보다도 자신을 돌아보는 이야기로 풀어내는 책 하나입니다.
ⓒ 풀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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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선-아이들 앞에 바로 서려는 어른의 이야기》(풀빛,1994)라는 책이 보입니다. 이 책에는 글쓴이 사진이 실려 있습니다. 이에 앞서 나왔던 김남선 님 다른 책, 이를테면 《배우며 가르치며》(1987)와 《못 다 가르친 역사》(1988)에는 글쓴이 사진이 실려 있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는 이분 ‘김남선’ 님이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 실린 사진은 1951년에 태어난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입니다. 머잖아 예순 고개를 넘는 할머니가 되는군요.

.. 십수 년의 세월 동안 이렇게 고민하다가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기를 낳게 되었는데 28시간의 진통을 거치면서 차라리 죽고 싶다고 외칠 정도로 극심한 고통을 맛보았다. 이 산고를 치르면서 세상 여자들에 대한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학교에서 그냥 평범하게 보았던 기혼여성 동료들이 존경스럽게까지 보였다 …… 지금도 나는 나의 위대한 스승이 우리 아들딸이라고 말한다. 우리 아이들이 인간이 왜 귀한 존재인가를 가르쳐 주었다 …… 어머니 앞에서 자식은 하느님이다. 특히 자식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부모의 마음은 바로 천국이다. 그러한 아이들을 끌어안고 있으면 세상을 다 품은 듯 마음은 뿌듯함으로 가득 채워진다. 그러다가 아기가 아파서 울게 될 때는 아파하는 아기보다 더 아픈 것이다 …… 나도 우리 아기의 고통을 안고 한밤을 꼬박 새운 뒤 학교에 가 아이들 앞에 서는 날이면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이 녀석들! 다 엄마의 눈물 속에서 큰 자식들!’ ..  (100∼101쪽)

가난을 겪은 사람들 가운데에는, 가난은 지겹고 나쁘고 털어내야 하는 무엇이라고 느끼는 사람이 있습니다. 가난을 겪으면서 ‘나는 이렇게 이제 가난을 털어냈지만 아직도 가난에서 시름시름 애닳는 사람들은 얼마나 고단할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가난은 한 사람이 부지런히 애쓴다고 해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은 사회 얼거리임을 깨달으면서 우리 사회를 올곧게 고쳐나가도록 힘을 기울이는 사람도 있습니다. 나 하나 먹고살기에도 빠듯하니 가난 문제까지 골머리를 썩이고 싶지 않다고 손사래치는 사람 또한 있습니다.

.. 시간이 가면서 엄마의 마음이 되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마음이 바뀌니 불쾌했던 감정이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내 마음에 맞는 사람만 만나기를 바라는 것은 일종의 독재자의 마음이나 도둑의 심보와 같은 게 아닐까 생각하니 내 불쾌감이라는 것이 쓸데없는 감정의 낭비처럼 느껴졌다 ..  (133쪽)

여자는 어머니 마음이 되고 남자는 아버지 마음이 됩니다. 딸아이 마음이 되었다가 아들아이 마음이 됩니다. 어른이나 어버이 마음이 되는 한편 어린이 마음이 됩니다. 여러 마음이 골고루 모두어지면서 사람 마음으로 거듭납니다. 우리들은 저마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한 사람입니다. 누가 누구 위에 올라설 수 없고, 누가 누구 밑에 깔릴 수 없는 사랑스럽고 애틋한 한 사람입니다.

문학을 하는 어느 분이 쓴 수필모음입니다.
▲ 겉그림 문학을 하는 어느 분이 쓴 수필모음입니다.
ⓒ 청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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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너의 행복한 얼굴 위에》(청하,1986)라는 책이 보입니다. 이승훈. 낯선 이름입니다. 출판사 이름은 낯이 익습니다. 어떤 책일까? 가볍게 쓴 줄글인가, 아니면 문학평론인가?

.. 자동문이 있는 커피숍보다 회전문이 있는 커피숍에서 이따금 친구들과 만나기도 하는 것은 아마도 자동문에 비하여 회전문이 그래도 덜 비인간적이기 때문이리라. 최소한 회전문은 우리의 작은 노력이나마 노력을 요구한다. 같은 유리로 되어 있지만, 자동문이 지니는 정성(靜性)에 비하면 회전문은 한결 동적(動的)이다. 자동문에서 싸늘함만을 읽는다면 회전문에서는 어떤 따뜻함 같은 것을 읽을 수 있다. 사람의 손이 닿으면 그것은 천천히 팔랑개비처럼 돌아간다 ..  (141쪽)

가볍지 않게 쓴 줄글인데 문학평론을 살살 곁들입니다. 퍽 어려운 말이 곳곳에 튀어나옵니다. 그다지 어렵다고 할 만하지 않은, 아니 그다지 깊지 않다고 할 만한 이야기를 펼치지만 글은 여러 겹 빙빙 둘러치기를 합니다. 몇 번 책을 덮었다가 펼쳤다가 하면서, 그래도 이 책 어디엔가 나한테 살이 되고 피가 되는 이야기가 있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 파리에서 본 것 가운데 가장 흥미로웠던 것이 그렇다. 파리는 인공의 아름다움으로 충만한 것 같은 도시였다. 인공적 미의 극치는 바로 자연의 미와 통하는 것이다. 인간의 손은 자연의 무질서를 파리라는 인공의 질서로 변화시켰다. 그러나 파리에서 내가 본 것은 질서의 냉혹함이라기보다는 무질서의 따뜻함이었다. 인공적 미의 극한에는 자연의 미가 놓여 있었던 것이다 ..  (130쪽)

글쓴이가 1980년대 첫머리에 파리 나들이를 하면서 가장 재미있게 본 모습은, 사람이 만든 아름다움이 가득 찼다고 느껴지는 이 도시가, 알고 보면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곳곳에 살뜰히 살려 놓고 있어서, 언뜻 보기에는 너저분하며 어질러져 있는 듯하지만, 찬찬히 둘러보니 모두 제 모습과 제 깜냥대로 자유로이 자리잡으면서 알맞게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라고 합니다. 사람이 바라거나 이루고자 하는 가장 높은 아름다움은 다름아닌 자연스러운 아름다움, 그러니까 자연을 담아낸 아름다움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이야기를 왜 이리도 어렵게 적어 놓으려 했을까요. 글쓴이 이승훈 님은 요즈음도 이렇게 글을 쓰면서 살아가실는지요.

그러나저러나, 한국사람들이 높이 사거나 섬기는 유럽 가운데 하나인 프랑스라는 나라가 보여주는 ‘무질서의 따뜻함’이 좋다고 한다면, 지금 우리 나라에서 보여주는 ‘돈놀이 재개발’은 하루빨리 멈추어야 합니다. ‘질서의 냉혹함’만 좇고 있는 우리 뜀박질을 그만두어야 합니다. 모든 집을 아파트 하나로만 맞추려고 하는 움직임을 거두어야 합니다. 우리는 왜 골목길에 깃들이는 골목집에서 골목사람으로 살아가면 안 되는지요? 1층 또는 2층짜리 집에서 옹기종기 모여서 살아갈 권리와 자유는 누릴 수 없는지요? 정부나 지자체에서 ‘재개발 선정’을 하고 ‘재생사업 선포’를 하면 주민은 군말 없이 자기 고향을 버리고 떠돌이처럼 이리로 저리로 떠나야 합니까?

기름한 책꽂이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조금씩 주저앉게 됩니다. 나중에는 사이에 지르는 나무 하나 받쳐야 할 테지요.
▲ 책꽂이 2 기름한 책꽂이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조금씩 주저앉게 됩니다. 나중에는 사이에 지르는 나무 하나 받쳐야 할 테지요.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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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마루야마 겐지

《마루야마 겐지/조양욱 옮김-산 자의 길》(현대문학북스,2001)이라는 책이 보입니다. 나온 지 몇 해 되지 않았으나 벌써 판이 끊어져 버린 책입니다. 제법 읽히는 분 책임을 헤아린다면, 이렇게 일찍 판이 끊어져서 새책방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대목이 놀랍습니다. 글쓴이가 더 내지 않기를 바랐을까요, 아니면 독자 반응이 ‘출판사가 생각하기로는’ 썩 높지 않아서 저작권 계약을 마친 뒤 판을 끊기로 생각했을까요.

책방에서 서서 읽다가, 집으로 가지고 가서 앉아서 읽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앞서 골라둔 책과 함께 셈대에 올려놓습니다. 〈오래된 책집〉 아저씨가 책값을 셈하다가 “마루야마 겐지 책은 제가 모으고 있어서요” 하면서, 셈대 옆 책꽂이에 차곡차곡 모아 놓은 책을 가리킵니다. “네, 괜찮습니다. 저야 돌아다니다 보면 또 만나겠지요.” 판이 끊어진 책을 만나는 일이란 쉽지 않지만, 앞으로 일곱 해 뒤에 어느 동네 헌책방 책시렁 한켠에 얌전하게 꽂혀 있는 《산 자의 길》을 다시 만나리라 믿어 봅니다. 일곱 해 사이에 다시 못 만난다면 다음 일곱 해 사이에 만날 지 모를 일이며, 그때에도 또 못 만난다면 그 다음 일곱 해를 한 번 더 기다려야지요. 그때까지 제가 마루야마 겐지 이름을 잊고 지내지 않는다면, 이 책을 언젠가는 만날 수 있을 테며, 끝내 못 만나도 눈을 감게 된다면, 아쉬운 대로 오늘 한 번 손에 쥐고 만지작거렸던 느낌을 곱씹어도 넉넉하지 않으랴 싶습니다.

글줄 하나하나 새겨읽으면서 받아들일 수 있는 책입니다만, 언뜻 스쳐가는 글줄 몇 대목을 두고두고 되씹으면서 곰삭일 수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오로지 소설쓰기 하나로 살아가겠노라 다짐하면서 자기 다짐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몸과 마음을 추스르며 살아가는 한 사람 이야기를 ‘깊은 줄거리까지 살피지는 못하’더라도, 이 다짐을 지켜나가고 있다는 소식 하나를 붙안으면서, 나는 나대로 무슨 다짐을 마음에 새기면서 살아가고 있는가 돌아봅니다. 나한테 가장 걸맞으면서 즐거운 길을 제대로 붙잡고 있는지 헤아려 봅니다.

모든 책을 다 읽으려고 해도 나쁘지 않으나, 자기 주제와 깜냥에 걸맞도록 하나씩 반가운 책을 살피고 고르고 헤아리면서 가만가만 받아들일 수 있다면 더없이 좋습니다.
▲ 책들 모든 책을 다 읽으려고 해도 나쁘지 않으나, 자기 주제와 깜냥에 걸맞도록 하나씩 반가운 책을 살피고 고르고 헤아리면서 가만가만 받아들일 수 있다면 더없이 좋습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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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인천 배다리 〈오래된 책집〉 : 전철로 도원역이나 동인천역에서 내린 뒤, 배다리(금창동) 헌책방골목으로 오시면 맨 오른편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 인터넷방 <함께살기 http://hbooks.cyworld.com> 나들이를 하시면 헌책방+책+우리 말 이야기를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태그:#헌책방, #오래된책집, #인천, #배다리,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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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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