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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 축사. 미국산 쇠고기 전면수입으로 소값이 급락한 반면 사료값은 포등하자 농민들이 소 입식을 꺼리고 있다.  사진은 충북 옥천의 한 축사
 텅빈 축사. 미국산 쇠고기 전면수입으로 소값이 급락한 반면 사료값은 포등하자 농민들이 소 입식을 꺼리고 있다. 사진은 충북 옥천의 한 축사
ⓒ 오마이뉴스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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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식객>의 촬영장소로 널리 알려진 공주우시장도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23일 충남 공주우시장에서 암소 거래가는 A급을 기준으로 kg당 7700원. 앞서 16일 거래가보다 600원이 폭락했다. 영화 주인공들처럼 좋은 소를 고르기 위해 심사숙고하는 사람들도 예전보다 줄었다. 이날 장에 나온 소는 80마리에 이르렀지만 거래량은 47두에 불과했다. 큰 폭의 하락세에 농민들이 소를 끌고 되돌아간 때문이다. 전(前) 장에 69마리가 나와 67마리가 거래된 데 비하면 이날 거래량은 장날이라고 하기가 무색할 정도다.

시장 한 구석에 매어져 있는 송아지 시장에는 아예 사람들의 발걸음이 뚝 끊겼다. 숫 송아지 경우 이날 장에 나온 45마리 중 13마리만이 거래됐다. 거래가는 155만원. 전장에 비해 무려 55만여원(16일 장 208만 6000원)이 떨어졌다.

공주축협 관계자는 "소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어 농민들이 송아지 입식을 꺼리고 있다"며 "하락폭이 어디까지 갈지 알 수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고 우려했다.

<식객> 촬영지 공주우시장, 미국산 쇠고기 여파로 거래 '뚝'

이날 공주에서 만난 최명기(61) 씨는 "어찌해야 할지 고민스러워 잠도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씨는 "지난 해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직전까지만 해도 같은 암소가 kg당 9000원대를 유지했다"며 "FTA타결 직후 8000원대로 떨어졌고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여파로  7000원대까지 내려 앉았다"고 말했다.

충남 공주의 한 축사
 충남 공주의 한 축사
ⓒ 오마이뉴스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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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직후인 지난 해 4월과는 크게 달랐다. 당시만 해도 농민들은 사료값을 줄여 고급육을 육성할 경우 나름대로 돌파구가 생길 것이라는 셈법이었다. 하지만 축산농민들의 계산은 빗나갔다. 곡물가 폭등에 발맞춰 사료값이 급등했다. 

홍성에서 만난 배성훈(58)씨는 "자고 나면 오르는 사료값에 속이 시커멓게 탔다"며 "여기에 소값마저 내려앉을 경우 더 이상 수지타산을 맞출 수가 없다"고 낙담했다. 

전북 장수에서 40여마리의 소를 키우고 있는 조용래(38)씨는 "소 한 마리를 출하하기까지 송아지값에 사료값·약값 등을 빼면 소값이 유지되더라도 고작 몇십만원 밖에 남지 않는다"며 "하지만 사료값이 계속 올라 수익이 거의 생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충북 영동에서 한우 20여 마리를 키우고 있다는 오상근(51)씨는 "최근 소 마리수를 늘리기
위해 축사를 늘려 지었다"며 "소값 폭락으로 마리수를 늘리기는 고사하고 건축비도 건지지 못할 판"이라고 말했다.    

소값은 급락, 사료값은 수직 상승

실제 사료값은 포대당 지난 해 초 6000원대에서 지난 해 중순 8000원대를 거쳐 현재 1만원을 넘어섰다.

충북 옥천의 조가원(54)씨 우사는 텅 비어 있었다. 조씨는 최고 90여 마리를 키울 수있는 축사를 갖추고 놓았지만 지금은 큰 소를 기준으로 15마리만을 키우고 있다.

조씨는 "70두 정도를 키우다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면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구정무렵에 대부분의 소를 팔아치웠다"고 말했다. 조씨는 이어 "미국소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고급육을 생산해야 하는데 사료를 덜 먹이면 절대 고급육이 나올 수 없다"고 일축했다.

조씨는 "큰 소의 경우 하루 사료만 반포에서 한포를 먹어 치운다"며 "사료값이 오르고 고기값은 떨어지면 절대 미국산과 경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료값외에 주 조사료인 볏짚 값도 크게 올랐다.
 사료값외에 주 조사료인 볏짚 값도 크게 올랐다.
ⓒ 오마이뉴스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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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쇠고기 발언'에 대한 비난도 쏟아졌다.

조씨는 "대통령이 '쇠고기 수입으로 질 좋은 고기를 들여와서 일반 시민들이 값싸고 좋은 고기를 먹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보도를 들었다"며 "광우병 우려가 있는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면 돈 많은 사람들은 안 먹고 돈 없는 서민들만 먹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개방하면 민간이 알아서 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서도 "그동안
식당에서 '원산지 표시제'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요구해 왔지만 이제와서 단속강화만 되뇌이고 있다"며 "미국산 쇠고기가 한우로 둔갑하는 것도 막지 못하면서 민간이 알아서 하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정부대책에 대한 원망도 끊이지 않았다.  영동에 사는 오상근씨는 "정부가 내놓은 마리당 품질장려금 지급과 도축세 폐지 등 지원대책은 한 마디로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이라며 "키울수록 손해를 보는 마당에 품질장려금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도축세 폐지에 대해서도 "축산농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으로 유통업자들만 혜택을 입을 것"이라며 "중간 유통업자들을 위한 대책을 농가지원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부터가 농가실정을 전혀 파악조차 하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소 키우겠다는 이웃 나오면 말리고 싶다"

축산농민들에게 공통적으로 향후 대책을 물었다. 이들은 "막막하다" "답답하다" "키울 수도 없고 안 키울 수도 없고 진퇴양난이다" 등으로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25년째 한우만을 키워왔다는 옥천의 조가원씨에게는 '만약 이웃 농민이 축산을 시작하겠다고 할 경우 뭐라고 조언하겠냐'고 물었다.

"솔직히 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다. 전혀 전망이 안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나도 축산을 하면서 절대 소 키우지 말라고는 할 수 없고 미래가 보이지 않으니 '신중하게' 정말 '신중하게' 생각하라고 말해 주고 싶다"


태그:#한우, #쇠고기, #송아지, #공주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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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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