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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가 심은 두릅나무에 굵고 건강한 새싹이 돋았다
▲ 두릅 박씨가 심은 두릅나무에 굵고 건강한 새싹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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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릅나무는 높이 3~4미터까지 자라고 주로 산에서 자생하는 오갈피나무과에 속하는 갈잎떨기나무이다. 이른 봄에 올라오는 새순을 '두릅'이라고 하며, 맛이 좋아 집주변에 심거나 밭가에 심어 봄철 올라오는 새순을 떼어내어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기도 하고 나물로 무쳐 먹기도 하는데, 산채 가운데 고급품에 속한다. 맛이 상큼하고 먹기에 좋다.

산행을 하다 두릅나무가 보이면 가시 때문에 피해갈 수밖에 없지만 채취한 두릅나무의 새순은 혈당강하작용이 강해 나와 같이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는 매우 유익한 나무란다. 나는 요즈음 박씨가 가져다주는 두릅과 또 집사람이 산에서 채취한 취나물 머윗잎 등, 산채나물로 밥상을 메운다. 산에서 사는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큰 호사이며 재미이다.

아직은 진행 중인 토목작업과 이로 인한 불규칙한 생활 때문에 정상적인 혈당관리가 힘들지만 머지않아 산채나물의 효과를 기대해 본다.

두릅나무껍질과 뿌리껍질은 오래전부터 당뇨병, 간 질환, 위염, 위궤양 등에 사용되어 왔는데 최근 두릅 새순에 있는 '에리토사이드'라는 물질이 혈당강하작용이 높다는 것을 밝혀졌다. '에리토사이드'를 추출하여 만든 약을 먹은 사람들은 복용한 지 한두 달 지나면 혈당값이 내려가고 간 기능도 회복되며 비만도 훨씬 줄어드는 효과를 본단다.

내가 인터넷을 통해 구입한 과일나무 묘목들, 아직도 1/3정도는 졸도상태에서 깨어날 줄 모른다.
▲ 과일나무 묘목 내가 인터넷을 통해 구입한 과일나무 묘목들, 아직도 1/3정도는 졸도상태에서 깨어날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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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람이 사온 라일락꽃 사이에서 일하다보니 향기에 취한다는 의미를 알 것 같다.
▲ 라일락 꽃 집사람이 사온 라일락꽃 사이에서 일하다보니 향기에 취한다는 의미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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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랑헌에 토목작업이 추진되어 가면서 가장 먼저 심어진 나무가 박씨아저씨가 자기 밤나무농장에서 옮겨 심은 두릅나무이다. 따로 부탁하지도 않았건만 석축 아래 빈터에 두릅나무를 심어놓아 때가 되자 새싹을 올렸다. 황무지인 우리 집터에는 박씨의 두릅의 뒤를 이어 내가 인터넷으로 구입한 각종 과일나무들과 집사람이 사온 라일락과 야생화들이 터를 잡아간다. 이들은 삶의 표상이 되어 우리의 꿈을 대변한다.

우리의 가장 가까운 이웃은 사랑헌에서 마을 쪽으로 약 200m 떨어진 집에서 혼자 사는 박씨아저씨이다. 거리도 가깝지만 산골 생활의 경험이 없는 우리는 여러 가지로 박씨아저씨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가난한 집에 태어난 박씨아저씨는 어릴 때는 어머니가 구걸해온 음식을 먹고 자랐으며, 16살이 되면서 남의 집 머슴살이로 삶을 연명하였단다.

오두막으로 향하는 길옆의 야생화 종묘들
▲ 야생화 오두막으로 향하는 길옆의 야생화 종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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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여 결혼을 하고 애들을 낳았지만 작업장에서 오른쪽 팔과 어깨를 다쳐 더 이상 노동을 하여 식구들을 부양하기 힘들어지자 아내와 자식들을 서울에 두고 고향인 산동으로 내려와 혼자서 살아간다. 가끔은 자식들과 아내가 방문한다지만 외로워 보이는 박씨아저씨는 매우 낙천적이고 적극적인 삶의 의지를 보인다.

박씨아저씨의 주 수입원은 밤나무와 산수유나무 관리와 봄철에 각종나무의 묘목판매와 채취하는 산채 나물들이 주 수입원이다. 박씨아저씨는 넓은 땅이 없기 때문에 묘목장사도 매우 영세하다. 박씨아저씨가 일년에 딱 한 번 채취하는 두릅 밭을 상춘객들에게 털리고 망년자실 해 있을 때 그렇게 외로워 보일 수가 없었다. 나와 집사람의 통닭에 소주 한 잔 위로잔치가 어떻게 그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싶다.

집사람과 박씨아저씨가 화개장터에서 구입한 녹차 묘목이 심어지고 씨가 뿌려진 석축사이의 텃밭
▲ 녹차나무 집사람과 박씨아저씨가 화개장터에서 구입한 녹차 묘목이 심어지고 씨가 뿌려진 석축사이의 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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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으로 구입한 녹차나무 100구루를 석축사면에 심었건만 단 한 구루도 새싹이 돋질 않는다.
▲ 새싹을 내지 못하는 녹차나무들 인터넷으로 구입한 녹차나무 100구루를 석축사면에 심었건만 단 한 구루도 새싹이 돋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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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힘을 쓰지 않아도 되는 일이나 컨디션이 좋아 반나절이라도 일을 할 수 있을 때는 박씨아저씨는 시랑헌으로 올라와 우리를 돕는다. 계약이나 전자계산기 없이도 원활히 돌아가는 것이 박씨아저씨와 집사람의 계산인 것 같다. 세상 온갖 일을 두루 섭렵한 박씨아저씨의 눈은 매우 날카로우며 그의 조언은 우리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녹차나무에 많은 비료와 농약을 한다는 소리를 이곳에 와서 들었다. 감나무 역시 마찬가지란다. 농약과 비료 그리고 중국산 음식물은 우리 사회에 너무 깊숙이 파고 들어와 있다. 보통의 각오로는 이런 현실로부터 탈출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건강 때문에 나에게 술이 떠난 자리를 녹차가 대체할 줄 잘 아는 집사람은 옛날방식으로 생산한 시랑헌의 고유차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박씨와 화개장터에서 녹차나무와 씨를 구입하였다.

직장 일을 하여야 하는 나는 대전에서 인터넷을 통해 100그루의 녹차나무를 구입하였다. 내가 시랑헌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같은 날 집사람이 구입한 녹차나무와 내가 인터넷으로 구입한 녹차나무를 심었다.

심은 지 한달이 지났건만, 내가 3배 이상 비싸게 주고 구입한 녹차나무에서는 새잎이 날줄 모르고 집사람과 박씨가 사온 녹차나무는 단 한 구루도 죽거나 시들지 않고 푸르름을 유지하고 있다.

내가 인터넷으로 구입한 금낭화가 아름다운 꽃을 피웠다.
▲ 금낭화 내가 인터넷으로 구입한 금낭화가 아름다운 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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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으로 구입한 화초 중 금낭화가 아름다운 꽃을 피웠다. 금낭화 한 구루로 나의 후회 막급한 심정을 달래야하나?

덧붙이는 글 | 전원생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태그:#전원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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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연구단지에 30년 동안 근무 후 은퇴하여 지리산골로 귀농한 전직 연구원입니다. 귀촌을 위해 은퇴시기를 중심으로 10년 전부터 준비했고, 은퇴하고 귀촌하여 2020년까지 귀촌생활의 정착을 위해 산전수전과 같이 딩굴었습니다. 이제 앞으로 10년 동안은 귀촌생활의 의미를 객관적인 견지에서 바라보며 그 느낌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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