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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나물 지난 주말 아버지와 함께 마을 뒤 동산으로 취나물 캐러 갔습니다. 취나물 구경 하세요.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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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19일) 옥룡 시골집에 들렀습니다. 아버지는 다짜고짜 '취나물' 캐러가자고 합니다. 어렸을 적, 봄이면 엄마가 무쳐준 진한 향에 쌉쌀한 맛이 나는 취나물은 인기 있는 반찬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아내가 가끔씩 다량으로 재배한 취나물을 시장에서 사와 무쳐 밥상에 내오던 게 기억의 전부인 것 같습니다.

검은 머리카락 보다 흰머리가 훨씬 더 많은 아버지는 고희를 훌쩍 넘었지만 여전히 활동적이십니다. 이름 봄부터 논갈이 밭갈이 등 이웃집 농사일까지 거드느라 늘 쉬는 날이 없습니다. 며칠 전 고사리를 뜯으려 산에 가는 길에 제법 많이 자란 취나물을 보았다고 합니다.

산기슭 아래 작은 도랑 따라 구불구불 난 길은 어렸을 적 초등학교 가던 길이었습니다.
▲ 취나물 캐러 가던 길 산기슭 아래 작은 도랑 따라 구불구불 난 길은 어렸을 적 초등학교 가던 길이었습니다.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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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봉지를 준비하여 취나물을 많이 보았다는 마을 뒷산으로 갔습니다. 산 아래 논길 따라 푸름이 짙어가고 있습니다. 작은 꽃들은 일제히 피어 바람에 간들간들 흔들립니다. 속삭이듯 정담을 나누는 것처럼 귀엽고 예쁘게만 보입니다. 어디에서 씨앗이 날아왔는지 길 한쪽에 자리 잡은 갓의 노랑꽃이 봄바람에 주체를 못하고 흔들리고 있습니다.

산 아래 들길 따라 10여분을 걸어가자 서산에 다다랐습니다. 산기슭 바위틈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물방울이 시원하게 느껴집니다. 땅에 달라붙어 노랗게 피어난 양지꽃 군락이 듬성듬성 시야에 들어옵니다. 양지꽃 어린순을 나물로 먹는다고 합니다. 잎과 줄기는 위장의 소화력을 높이고 뿌리는 지혈제로 쓰여 한방에서는 전체를 약재로 쓴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이른 봄에 돋아나는 새순은 거의 다 먹는다고 해도 될 것 같군요. 냉이, 쑥, 참나물, 돌나물, 씀바귀, 두릅나무 새순, 가죽나무 새순 그리고 곰취나물, 취나물 등 춘곤증을 이길 수 있는 좋은 나물입니다.

봄날 밥상을 더욱 푸짐하게 만드는 나물입니다.
▲ 취나물 봄날 밥상을 더욱 푸짐하게 만드는 나물입니다.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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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나물 캐러 뒤 산에 올랐습니다.
 취나물 캐러 뒤 산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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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위쪽으로 조금 오르자 취나물을 만났습니다. 아버지는 취나물을 손으로 가리켜 주었지만 평범한 풀처럼 보여 얼른 눈에 띄지 않습니다. 밥상에서 나물로 무쳐진 것만 보아서 그런지 취나물을 보면서도 다른 식물과 함께 섞여 있는 취나물을 '이게 취나물이구나' 쉽게 구분하기가 어렵습니다.

처음 만난 취나물을 보고 주변을 가만히 살펴보니 정말 여기저기 취나물이 눈에 많이 띄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가을에 떨어져 쌓인 낙엽을 조금 걷어 내고 칼로 밑동을 자르자 취나물이 몸통 채 빠져나옵니다. 취나물의 쌉쌀하고 풋풋한 독특한 봄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강한 향이 코끝에 와 닿습니다.

'취나물' '만병통치'라네

"취나물이 어디에 좋은가요."
"만병통치라네."
"암디라도(몸의 아무데나) 약이 된대."
"신경통에 그리 조태. 위장에 좋고."

아버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느껴 던 취나물의 효능을 이야기 하여 줍니다. 가만 듣고 보니 깊은 산속에 산삼만이 최고인줄 알았는데 '취나물' 역시 산삼 못지않은 보약이라 생각이 듭니다.

70여년을 넘게 계절이 바뀔 때 마다 봄이면 고사리, 취나물 등 봄나물을 캐서 봄 밥상의 푸짐한 찬거리로 즐겨 먹었던 취나물의 효능에 대해서는 삶 속에서 느낀지라 쉽게 '만병통치'라고 일축합니다.

'취나물'은 국화과에 속하는 풀인 '취' 중에서 식용 가능한 종류로 양념에 무치거나 볶아 먹는 풀로 그 종류만 해도 100여종 그 중 60여종이 우리나라에 자생하고 있으며 24종을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나 '취나물'은 단백질, 칼슘, 인, 철분, 비타민 B1·B2, 니아신 등이 함유되어 있는 알칼리성 식품으로 맛과 향기가 뛰어나며 감기, 두통, 진통에 효과가 있어 한약재로도 이용된다고 하니 아버지가 말씀하신 '만병통치약'란 말이 크게 과장된 말은 아닌 듯싶습니다.

'취나물' 맛이게 먹는 방법

"삶아 먹어도 되고 삶아 너물 해먹어도 되고 그냥 생걸로(생으로) 싸먹어."
"생걸로 초장에 싸먹으면 그리 조타네."
"매(너무) 삶으면 안 좋아요."
"덜 삶는다. 시피 삶아 같고 찬물에다 서너 시간 담가 놓았다가 옛날식으로 된장에 무쳐 그러면 무치다가 참기름을 넣고 마늘 양념 다 주 넣어 그래 무쳐 먹는 게 제일 맛있어."

아버지의 '취나물' 요리법 설명은 군침이 돌게 합니다. 상추나 배추 등 넓은 잎을 가진 채소로 쌈을 싸 먹는 줄 알았는데 작은 잎을 가진 '취나물'도 쌈으로 좋다고 합니다. 특이한 쌉쌀하고 풋풋한 향이나 쌈으로 더욱 좋다고 합니다.

'취나물'은 그리움이자 향수였던 것입니다.
▲ 보약캤다. '취나물'은 그리움이자 향수였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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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자 향수였던 취나물

"사는 우리 인생이 부지런하면 사는 거라."
"옛날 남한(나이든) 사람들이 부지런하면 죽 먹을 디 밥을 먹는다. 그랬어."
"이런 것도 부지런히 캐다 해먹으면 건강상 그리 좋아."

아버지에게 '취나물'은 먹는 것 외에도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취나물'은 그리움이자 향수였던 것입니다. 아버지의 옛날 젊은 시절 이때쯤 익지 않은 푸른 보리가 바람결 따라 출렁이고 지난 가을에 거두어놓은 곡식이 떨어져 배고픔을 밥 먹듯이 하던 시절 '취나물'은 허기진 배를 채우는 먹을거리로 대용 되었다고 합니다.

한 시간 남짓 취나물 캐자 작은 봉투 하나 가득 취나물을 캤습니다. 오늘 저녁 찬거리로는 충분할 것 같습니다. 취나물 캐러 가자던 아버지의 의도를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u포터에 송고했습니다.



태그:#취나물, #옥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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