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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서울 청와대 앞 청운동사무소는 격한 목소리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오전 10시30분부터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 규탄’, ‘반값등록금 국민사기 규탄’ 등의 기자회견이 연달아 열린 것.

 

정부의 모습을 규탄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는 같았다. 두 회견 모두 민생과 직결되는 사항이라는 점도 같았다. 또한 금방이라도 청와대로 뛰어들 것 같은 격분한 감정도 같아 보였다.

 

그러나 규탄의 지점은 사뭇 달랐다. 한 쪽은 하루아침에 급속히 추진해 버린 이명박 대통령의 강한 추진력(?)을 규탄하는 모습이었고, 다른 한 쪽은 아무리 요구해도 꿈쩍도 안 하는 지지부진한 대통령의 모습을 규탄했다.  

 

참여연대 안진걸 민생희망팀장은 “온 국민이 간절히 원하는 ‘등록금 문제’ 같은 것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인 정부가 국민들이 원하지도 않는 ‘쇠고기 개방’ 같은 것에 대해서는 급속한 추진력을 보이고 있다”며 개탄했다.

 

같으면서도 상반된, 청와대 앞의 두 기자회견 풍경을 지면에 담아봤다.

 

[쇠고기 개방 규탄] 국민 담보로 일순간에 결단?... "대통령은 돌아오지 말라"

 

10시 30분부터 진행된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 규탄’ 기자회견에 나선 한국진보연대, 환경정의 등 15개 단체 30여명의 회원들은 하나같이 침통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돌아오지 말라”는 등의 격한 표현도 연달아 나왔다.

 

이들은 국민 건강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미국산 쇠고기는 30개월 미만의 소도 수입해서는 안 된다고 끊임없이 주장해왔다. 이 상황에서 30개월 이상의 소, 그것도 등뼈까지 포함한 ‘광우병 쇠고기’를 전면 개방하기로 합의한 결정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박상표 정책국장은 “더 이상 광우병에 대한 검역을 하지 않겠다는 검역포기 선언”이라며 “이는 국민들 보고 ‘당신들 건강은 알아서 챙겨라’는 식의 건강포기 선언이며 정부의 기능을 포기한 처사”라고 맹비난했다.

 

"제정신 아닌 사람이 한 계약을 제정신인 국민이 막아야"

 

진보신당 이덕우 공동대표는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 한 계약이기 때문에 금치산법에 따라 이 계약은 무효”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공동대표는 “소를 미치게 만든 것은 인간들인데 드디어는 스스로 죽어간다”며 “이 대통령은 돈이면 된다는 식으로 전부 퍼주고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권을 내바치고 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공동대표는 “지금 이 대통령은 제정신이 아니다”며 “제정신을 가진 여러분들과 이번 결정을 무효 시키라고 계속해서 외칠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정의 김지현 식품안전위원장도 “물밀듯이 밀려들어 올 쇠고기가 우리 가족들의 식탁, 우리 아이들, 군인들의 급식 현장으로 직행할 모습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그런데도 잘했다며 껄껄 웃고 있는 대통령이 우리의 대통령인지 아니면 미국 식품관련 단체의 대통령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사흘째 청와대 분수 앞에서 단식농성 중인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도 초췌한 몸을 이끌고 목소리를 보탰다. 강 의원은 “국민건강은 이명박 대통령이 그렇게 외치는 경제와 돈벌이 이전의 문제”라며 “FTA에 목을 매는 맹신적인 태도로 국민건강을 갖다 팔았는데, 팔았다면 돈이라도 받아야지 이건 아무것도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강 의원은 “조공 바치듯이 다 갖다 바친 이런 몰상식을 막기 위해 이제는 국민이 나서서 뒤집어야 한다”며 “많은 의원들과 힘을 모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철회 촉구 결의안’을 내서 정부의 독단을 바로 잡을 것”이라고 외쳤다.    

 

정부 대책은 광우병 보완 장치는 하나도 없는 '생색내기 대책'

 

각 단체들은 ’도축세 폐지’, ‘원산지 단속 강화’, ‘브루셀라병 보상 기준 격상’ 등의 정부의 보완 대책에 대해서도 “말도 안 되는 생색내기 대책”이라며 비난을 이어갔다.

 

‘수의사연대’ 박상표 정책국장은 “국민 목숨을 담보로 한 행위를 해 놓고 기껏 내놓은 정책이 ‘도축세’ 이런 것들”이라면서 “이런 것들이 광우병, 그리고 국민건강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어 박 정책국장은 “광우병에 대한 안전대책은 하나도 없는 실정”이라며 “’도축세 1% 완화’ 이런 것들은 생색내기 식 대책에 불과하며 몰락하고 있는 농가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전혀 아니다”고 지적했다. 분개한 박 정책국장은 “더 이상 이 대통령은 대통령 자격이 없으니 미국 영주권 얻어서 거기서 살아라”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한편 이들 단체들은 향후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 방침을 철회시키도록 모든 방법을 총 동원하여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미국산 쇠고기는 ‘사지도, 팔지도, 먹지도 말자’는 3불 운동을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대대적으로 벌일 예정이며, 요식, 배식업체 등에 미국산 쇠고기의 사용 여부를 묻고,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운동도 벌인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실장은 “법적 조치를 포함하여 모든 행동을 전개할 예정”이라며 “직접적인 대중행동을 통해 기필코 국민 목숨을 위협하는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방침을 철회토록 할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반값 등록금 국민사기 규탄] "나쁜 것은 바로결단, 등록금은 뒷짐지기"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 규탄’ 회견이 끝난 직후인 오전 11시경, 같은 장소에서는 등록금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도 연이어 열렸다. 일순간에 결단하는 쇠고기 개방과 달리 등록금에 대해서는 아무런 의지도 보이지 않는 정부의 모습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등록금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전국네트워크’소속 회원 10여명은 “정부는 우리가 요구하는 ‘등록금 상한제’등의 등록금 인상 대책이 ‘대학자율 확대 기조와 상충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며 “폭등하는 등록금 문제로 고통 받는 학부모, 학생들을 위한 대책은커녕 일말의 기대마저 무참하게 외면해버린 국민배신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민주노동당 박지현 학생위원장은 “지난 대선 때 대통령은 반값등록금을 약속하더니 당선된 후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고 전제한 뒤, “대통령은 틈만 나면 자율과 경쟁을 외치며 이것이 모든 것을 해결할 거라고 말하지만 결과는 1000만원으로 불어난 등록금으로 나타났다”며 언성을 높였다.     

 

이어 박 위원장은 “1000만원 등록금을 마련하려 수 많은 학생들이 생체실험의 마루타가 되고 있으며, 우리 부모님들은 하나 둘 목숨을 끊고 있다”면서 “대통령의 반값등록금 공약 이행, 그리고 등록금 상한제 입법을 촉구하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영옥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도 “이 정권은 뉴타운으로 서울시 표를 사기쳐 얻어놓고 이제는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우롱하고 있다”며 “자신의 피를 파는 등의 극단적인 모습으로 등록금을 마련하는 사람들 앞에서 대통령의 반값 등록금은 ‘빌 공’자 공약이었나”고 개탄했다.  

 

반값 등록금은커녕 등록금 상한제도 안 된다? 

 

계속해서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정부의 의지마저 보이지 않는 등록금 문제에 대한 답답함도 토로했다. 하루아침에 급속한 속도로 추진된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 방침’과는 너무 대조되는 모습이라는 것.

 

참여연대 안진걸 민생희망팀장은 앞서 있었던 미국산 쇠고기 관련 기자회견을 보고 “이명박정부는 나쁜 것은 바로 바로 결단하고 온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대해서는 거북이 걸음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강하게 성토했다.

 

이어 안 팀장은 “등록금 문제는 학생들뿐만이 아니라 온 국민을 고통 속으로 내모는 전 사회적인 문제”라며 “우리가 오래 전부터 계속해서 요구해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면 답답할 따름”이라고 개탄했다.

 

또한 “정부여당은 계속해서 ‘반값 아파트, 반값 사교육비, 반값 등록금’ 등 ‘반값’ 시리즈를 내놓으며 국민들을 현혹해놓고 정책은 이와 반대로 민생을 극한 상황으로 치닫게 하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거꾸로 가다가는 민란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충고했다.

 

등록금넷은 향후에도 등록금 문제 해결과 관련한 요구안이 담긴 범국민서명운동, 그리고 5월말 2차 범국민대회를 통해 계속해서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한 여론몰이에 나설 예정이다.


태그:#쇠고기, #광우병, #등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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