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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쇠고기 협상이 18일 최종 타결됐다. 이르면 다음달부터 뼈가 붙어있는 미국산 쇠고기가 국내 식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내에서 조차 최근 광우병 사망자가 나오는 등 광우병에 대한 우려가 좀처럼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지나치게 미국쪽 요구를 일방적으로 들어줬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국민 건강권을 뒷전으로 한 채 미국 입맛대로 검역주권을 사실상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일부에선 하루 앞으로 다가온 한미 정상회담에 쫓겨 쇠고기 협상을 서둘러 마무리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미정상회담 앞두고 미국쪽 요구 대폭 수용쪽으로 결론

 

18일 오전 한미 쇠고기 협상단은 수입위생조건 등에 최종 합의하고, 양국간 문안정리 작업에 들어갔다. 오후 3시 현재 양국간 정리된 문안에 대해 양쪽 협상단은 마지막 확인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최종 서명할 것으로 보인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양쪽간 문안에 대해 최종 확인이 끝나면 곧 서명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서명이 끝나고, 오전에 밝힌대로 오후 6시께 협상 내용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협상 내용에 대해선, "최종 발표전까지 밝히기 어렵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하지만 정부와 축산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갈비 등 '뼈있는 쇠고기'를 포함해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국내 시장을 전면 개방하는 쪽으로 최종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동안 '30개월 미만'으로 수입되는 미국산 쇠고기의 나이를 제한한 내용도 폐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이같은 나이 제한을 푸는 시점을, 미국쪽에서 '동물사료 금지 강화조치'가 시작되는 때부터로 정했다.

 

이는 최소 몇 개월동안은 '30개월 미만의 뼈가 붙어있는 쇠고기'가 들어오게 되며, 미국의 광우병 안전성 강화 조치를 봐가며 소의 나이 제한까지도 풀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미국쪽 요구를 그대로 수용한 셈이다.

 

'30개월 미만 살코기'에서 '나이제한 없이, 뼈있는 살코기'까지

 

또 그동안 논란이 돼 왔던 광우병위험물질(SRM) 등 위험 부위에 대해서도 미국쪽 요구대로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권고 지침을 따르기로 했다.

 

현행 OIE 권고를 보면, '광우병위험통제국' 쇠고기의 경우 교역 과정에서 원칙적으로 소의 나이나 부위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미국은 지난 2006년 5월 '광우병위험통제국'에 들어갔다.

 

광우병 위험물질의 경우 30개월 이상이 된 소는 뇌를 비롯해 두개골, 척수, 눈, 혀, 편도, 회장원위부(소장 끝부분) 등 7가지 모두를 제거해야 한다. 하지만 30개월 미만일 경우엔 뇌, 두개골, 척수, 눈, 혀 등은 제거할 의무가 없다.

 

따라서 앞으로 국내에 들어오는 미국산 쇠고기의 경우, 30개월 미만 쇠고기는 광우병 위험물질인 척수 등이 붙어있어도 그대로 통과된다. 또 미국의 광우병 안전성 강화조치에 따라 30개월 이상 쇠고기도 국내 식탁 위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미국이 광우병위험통제국 판정을 받았더라도,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것과는 다르다. 실제 통제국 판정을 받은 캐나다에서도 광우병 소가 발견됐고, 최근 인간광우병으로 의심되는 22살의 미국 여성이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국민 건강은 뒷전..검역주권 포기하나

 

이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일본, 중국, 대만 등에서 여전히 '30개월 미만'으로 미국산 소에 대한 나이를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은 "우리가 30개월 미만 뼈없는 쇠고기로 수입 위생조건을 정했지만, 미국은 그동안 수십차례에 걸쳐 위생조건을 어겨왔다"면서 "미국 내부의 검역시스템 자체가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30개월 미만'의 나이까지 풀게 되면, 우리 식탁의 안전성에 큰 위험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국장은 "이번 협상에서 정부는 작년부터 나름대로 유지해 온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에서 후퇴한 모습을 보였다"면서 "미국 의도대로 사실상 협상이 진행되면서 국민 건강권이 뒷전에 밀려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축산업계 등에선 정부가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방문에 맞춰 서둘러 협상 타결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검역 주권을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18일 오전(한국시간) 쇠고기협상 타결 소식을 듣고, "대통령으로서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정부, 단계적 미국 쇠고기 수입 개방안 발표

정부는 18일 오후 6시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단계적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개방하는 내용의 한미 쇠고기 협상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쇠고기 협상에서 우리 쪽 수석대표였던 민동석 농림수산식품부 농업통산정책관은 "1단계로 30개월 미만의 뼈있는 쇠고기 수입을 허용하고, 2단계로 미국의 동물성 사료금지 조치 강화 시 30개월 이상 쇠고기도 수입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가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쇠고기의 경우, 평균 17개월 소에서 생산된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뼈있는 쇠고기를 포함해 미국산 쇠고기가 전면 개방되는 셈이다.

 

특히, 이번 협상의 가장 큰 쟁점이었던 미국의 동물성 사료금지 조치의 경우, 민 정책관은 이를 두고 "미국 연방관보에 공포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입법도 아니고 관보에 공포하는 것만으로도 동물성 사료금지 조치가 시행될 것으로 보느냐, 우리가 대폭 양보한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민 정책관은 "입법화가 안 될 수도 있지만, 미국은 의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쟁점이었던 부위 제한의 경우, 민 정책관은 "30개월 미만 소를 수입할 경우, 편도와 회장원위부(창자 끝 부위) 등 2개의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이 제외되고, 30개월 이상의 경우엔 뇌·눈·머리뼈·척수·척주까지도 제거돼야 수입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SRM이 섞여 들어갈 수 있는 내장 등은 제외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의 제안을 대폭 수용한 것"이라는 취재진의 지적에 민 정책관은 "SRM이 섞여 들어오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 정책관은 이어 "한미 간의 합의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은 우리의 경우 20일 동안의 입법 예고를 거쳐 발효되고, 미국의 경우, 9일 정도가 걸린다"며 "빠르면 5월 중순 이후 새 위생조건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동물성 사료금지 조치 사항을 바로 연방관보에 공포할 경우, 5월 중순부터는 미국산 쇠고기가 연령과 부위 제한 없이 완전 개방됨을 의미한다.

 

민 정책관은 또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 되도, 미국은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 광우병 위험 통제국으로 지정됐기 때문에, 수입중단조치를 위하지 않고, 역학조사를 하게 된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민 정책관은 마지막으로 이번 협상에 대해 "수출하고자하는 미국과 안정성을 요구하는 한미간에는 이익의 균형이 이뤄졌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태그:#광우병, #쇠고기협상,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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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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