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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CEO 특강 녹화 현장을 <오마이뉴스>가 찾아갑니다. 매주 수요일 밤 12시 10분에 방영되고 있는 CEO 특강은 "기업과 경제에 대한 대학생들의 안목을 높이고 미래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비전"을 심어주기 위해 EBS가 마련한 프로그램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이른바 '88만원 세대'에게 우리 경제계를 대표하는 CEO들이 전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주목하고자 합니다. 동시에 그들의 경영 철학도 조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88세대 CEO 특강' 기획 연재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온통 영어, 영어다. 먼저 질문 하나. 그렇다면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의 한국 사장님이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에게 강조한 경쟁력은 무엇이었을까. '온통', 영어였을까?

두 번째 질문. 여기도 이노베이션, 저기도 이노베이션. '혁신'이란 단답에는 대충 고개가 끄덕여지는데,  J.A.슘페터란 오스트리아 경제학자에 '신기축(新機軸)'이란 말까지 등장하고 나면, 슬슬 얼굴이 찌푸려진다. 알 듯 모를 듯한 당신, '이노베이션,' 도대체 뭔가.

위 두 가지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은 당신을 이휘성 한국IBM 대표의 EBS CEO 특강 녹화현장으로 초대한다. 이른바 '취업 5종 세트', '8종 세트'로 골머리를 썩고 있을 당신에게도 한 자리를 마련했다. 일단, "재미삼아" 사진 두 장을 먼저 보여드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휘성 한국IBM 대표의 '그땐 그랬지'
 이휘성 한국IBM 대표의 '그땐 그랬지'
ⓒ (좌)한국IBM (우)ebsmb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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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베이션, 사회 변화를 일으키는 새로운 가치 체계"

한 장은 '완전' 아저씨고, 한 장은 '젊은 오빠'다. 이날 이노베이션을 설명하다가 이휘성 대표가 "재미삼아 말씀드린" '변신 전, 변신 후'다. 그는 "지금도 상당히 많이 어색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렇게 하고 집에 갔더니 '아니, 이 사람이 미쳤나'라고 할 정도였다(웃음)"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허나 이 사진 두 장에는 이노베이션을 이해할 수 있는 '뼈'가 숨어 있다. 이휘성 대표는 "우리 홍보팀에서 사장님 스타일이 대외활동 하는데는 영~ 아니라고 해서 도와달라고 했고, 그들이 지금의 스타일을 만들었다"면서 "나는 그 쪽(홍보) 전문가가 아닌 만큼, 이렇게 하는데 내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이노베이션을 하기 위해 남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란 설명 또한 덧붙였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당연한 말이다. 세상을 바꾸는 '혁신'은 혼자 할 수 없는 것이다. 수평적 사고와 협업을 '뼈대'로 하는 이노베이션 역시 전혀 새로운 말이 아니다. 과거에도 존재했고, 철도가 만들어지면서, 자동차가 나오면서 세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우린 안다. 핸드폰 세대와 삐삐 세대가 교감할 수 있는 데이트 방식은 드물다. 이 대표의 '이노베이션' 정의다.

"단순히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이노베이션이 아니다. 물론 기술이 바탕이 돼야 하지만, 이는 이노베이션에서 아주 작은 한 부분일 뿐이다. 또 기술이 현실에 적응할 수 있는 통찰력이 작용됨으로써 창출된 부가가치만을 뜻하지도 않는다. 이노베이션은 기술 발명과 비즈니스적 통찰력이 결합하여 나타나는, 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변화를 일으키는 새로운 가치 체계를 말한다."

지난달 12일 성균관대에서 열린 EBS CEO 특강
 지난달 12일 성균관대에서 열린 EBS CEO 특강
ⓒ ebsmb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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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화에 대한 개방적 사고가 중요"

그렇다면 지금 우리 시대 이노베이션의 특징은 무엇일까. 먼저 이 대표는 "과거보다 훨씬 급속한 속도로, 거의 실시간으로 변화가 이뤄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물론 정보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이노베이션의 '힘'이다.

"현재 지구가 생산하는 쌀의 톨수보다도 생산 반도체 숫자가 많고 또한 생산원가도 더 싸다"는 것은 "모든 제품들의 지능화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고, "컴퓨터 처리 용량이 증가하면서 비즈니스와 연관된 경제 활동 또한 급속히 증가할 것"이란 것이 이 대표의 전망이다.

또한 "이미 포화상태에 도달했다"고 하는 인터넷 사용량에 대해서도 그는 "실제 지금 전 인류의 15%만이 인터넷에 접속하고 있을 뿐이며, 지능화 객체들이 늘어나면 (무선 인터넷처럼) 알아서 자기들끼리 접속하는 양 또한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물에 의한, 사물을 위한 인터넷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드디어 등장하는, 말많은 '글로벌화'다. 이 대표는 "시간과 지역 격차를 없애는 지금의 정보통신 기술 기반은 필연적으로 시장의 글로벌화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면서 "더 이상 국적은 기업에게 의미 있는 논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어느 나라 기업이든 그 국가와 지역사회에 얼마나 기여를 하느냐가 앞으로 좋은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고용 창출, 세금, 사회공헌을 얼마나 많이 하는지 말이다. 이런 것들을 잘 하지 못하면, 비록 한국 기업이라 하더라도 한국 사회에 기여가 적은 것이다. 외국 기업이 잘하면, 한국사회에 더 도움이 되는 것이다. 이런 개방적인 생각을 하는 것이 '너무너무' 중요하다."

2005년 IBM 인도직원 500명, 한국 2200명... 지금은?

어쩌면 당신이 진짜 듣고 싶었던 강의는 이제부터인지 모르겠다. 이휘성 대표가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에게 강조한 경쟁력은 무엇이었을까. 이 대표의 주장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노베이션'에 대한 설명이 먼저 필요했으니, 다소 딱딱한 내용이었더라도 이해하시라.

앞서 이휘성 대표가 "글로벌화에 대한 개방적인 생각이 너무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 이노베이션이 일으키고 있는 인력 수급 형태의 변화를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IBM의 인도 직원과 한국 직원 비율은 얼마나 될까.

이휘성 한국IBM 대표
 이휘성 한국IBM 대표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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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에 인도직원이 500명, 한국 직원이 2200명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오늘 현재 한국 직원이 2550명 그리고 인도는 6만명이다. 이노베이션으로 인력 수급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기업이 일을 정해놓고 사람을 채용하는 모델이었지만, 이제는 일이 사람을 따라 옮겨 다닐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회사가 상대하는 비즈니스 국가가 170개국이다. 당장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는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그럼 무슨 기준으로 평가할까. 하나는 경제성이다. 저인력 시장으로 일이 옮겨간다. 그 다음은 전문성과 창의성이다. 끝으로 개방성, 비즈니스 환경이다. 이 세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투자 결정이 이뤄진다.

똑같은 실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경제성을 따지게 된다. 그럼 그 일을 한국에 줄까? 인도에 줄까? 당연히 인도에 준다. 이 얘기 대로라면 여러분 장래는 굉장히 비관적이다(웃음). 실제로 그렇다. 2006년 자료로 비용적 측면에서 인도와 우리는 6배가 차이 난다. 생산성이 똑같다고 했을 때 6배 불리한 입장이다.

그래서 전문성과 창의성이 중요한 것이다. 왜? 이미 여러분은 그들과는 경제성으로 승부할 수 없는 상태다. 성취 욕구도 강하다. 연봉 천만원 받고 일하기 싫다는 거다. 그러니까 전문성을 갖고 창의적으로 일해야 한다.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여러분 잡(일)은 인도로 날아간다."

드디어 여기도, 저기도 오르내리는 '창의력'도 등장했다. 허나 '영어'나 '이노베이션'처럼 애매모호하긴 마찬가지다. 창의성을 갖춘 인재를 원한다고, 창의성을 길러야 한다고 하는데, 확실한 답을 얻기 어렵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언론 보도보다는 훨씬 확실한 답과 '해법'까지 제시했다. 그가 이날 "꼭 하고 싶었다는 말" 전부를 그대로 옮긴다.

"실력대로 '쫙쫙쫙', 대한민국 장래 어둡게 하는 것"

- 한국 학생들은 다른 나라 인력에 비해 경제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창의성을 키워야 한다고 했는데?
"창의성은 차별화다. IBM이 광고를 통해 던지는 질문 역시 '당신은 무엇이 특별하냐'다. 입사할 때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왜 당신을 뽑아야 하는지, 왜 인도 사람이면 안 되고 당신이어야 하는지…. 그런데 '왜 이 일을 하려고 하는가'란 질문을 던지면, 준비가 잘 안 돼 있더라. 그럼 여러분을 채용하려고 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다 그 사람이 그 사람 같아 보인다.

아마 기능적인 지식으로는 우리 대학생들이 10년 전 또는 20년 전 인재들보다 훨씬 더 높은 역량을 갖고 있다고 확신한다. 그런데 그러면서 여러분이 잃어버린 것이 있다. 바로 '너가 누구냐'란 질문이다. 어떻게 보면 기능적 지식은 100점, 90점 차이다. 그러나 방금 던진 질문이 갖고 있는 차이는 플러스냐 마이너스냐다.

나는 한국 사회 전반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 중 하나다. 그런데 최근에 가장 우려스럽게 보는 것이 여러분, 젊은 세대가 너무나 포장된 길을 똑같이 달리기하듯, (죄송하다. 일단 그대로 옮긴다. 이 대표도 나중에 "오버했다"고 인정했다) 떼거리로 몰려다니는 것이다.

고시 공부해서 공무원으로 '쫙', 또 의사로 '쫙', 이런 식이다. 실력대로 '쫙쫙쫙' 가는 것, 나는 이것이 대한민국 장래를 가장 어둡게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식으로 빌게이츠란 사람이나 구글 같은 회사가 탄생했을까. 모두 너무 안전한 길만 선호하는 것 같다.

약간 오버했는데(웃음). 집에 딸이 있다. 여러분과 비슷한 나이다. 딸에게 항상 던지는 질문이 '너, 하고 싶은 일이 뭐냐'다. 너,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끊임없이, 지금, 생각하라고. 그리고 그걸 찾아 하라고 얘기한다. 여러분 불안하죠? 내 딸도 불안해한다. '아빠, 한가한 소리 그만하라고, 밖에 나가면 경쟁 천지라고, 거기 쫓아가기도 바쁘다'고 한다.

그래서 용기가 필요하다. 지금 하는 일을 하지 말란 뜻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러분이 누군가, 스스로를 찾아내야 한다. 원래 대학이 그런 것을 찾는데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하는 곳인데…. 인생에서 주어진 유일한 시간 아닌가. 이 말씀은 꼭 드리고 싶었다."

이휘성 한국IBM 대표
 이휘성 한국IBM 대표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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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로 사람 뽑는 회사는 가지 말라"

영어는 아니었다. 창의력이었다. 물론 이휘성 대표도 글로벌화를 '우리 시대' 이노베이션의 대표적 특징으로 꼽은 만큼, 기본으로서의 '영어'를 강조했다. '다시 대학생이 되면 꼭 해보고 싶은 것이 뭐냐'는 질문에는 "영어"라고 답했다.

그렇지만 이 대표에게는 '영어' 이전에 중요한 '무엇'이 확실히 있었다. 그것이 창의력임을, 또 창의력의 토대가 되는 질문, 즉 '당신이 누구인지,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임을 다음 발언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여러분들은 인생을 달리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내가 얼마만큼 빨리 가느냐, 내 동기보다 봉급은 얼마나 더 많이 받나, 승진은 또 얼마나 빨리 했나.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런 인식은 다 틀렸다. 여러분을 스스로 죽이는 것이다.

리더(직업인)가 되는 길은 산을 오르는 것과 같다. 얼마만큼 높은 산을 오르느냐의 게임이지, 얼마만큼 빨리 오르느냐가 아니다. 여러분 스스로 뭐하고 싶은가를 정하란 얘기다. 그게 바로 꿈 아닌가. 꿈이 없으면 여러분은 갈팡질팡하며 살다가, 성공해도 왜 성공했는지를, 왜 기쁘고 행복한지 조차 모르게 될 것이다.

절대로 신문의 남들 얘기에 귀 기울이지 말라. 끊임없이 나의 그릇을 크게 키워라. 사회 나와서 10년 정도 지나면 사람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어떤 이는 이미 그릇에 물이 다 차 있다. 왜 그럴까. 달리기하는 심정으로 너무 그릇을 작게 만들고 채우기 급급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나는 내 시간을 단 1초도 쓰지 않는다. 반면 어떤 이는 10년이 지났어도 주는 대로 받아들인다. 그릇이 크기 때문이다.

오늘의 답, '당신은 무엇이 특별한가'란 질문이다. 인도 또는 중국 인력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유일하고 강력한 무기다. 평범함을 쫓으면 남들도 쉽게 따라온다. 겉으로 나타나는 기능적인 지식들이 차이를 만들지 않는다. 물론 그런 타이틀로 사람을 뽑는 회사가 있을 것이다. 그런 회사는 가지 말라. 타이틀로 사람을 선발하고 평가할 것 같으면 안 가는 게 낫다. 어차피 그 틀에 맞춰 살게 되지 않겠나. 그래서 돈을 많이 준들…무슨 직업인으로 성취감이 있겠는가."

"회사 생활의 2/3, 조직 안에서 뒤처져 있었다"
이휘성 한국IBM 대표는 누구?... "회계학과 전공, 컴퓨터 엔지니어 8년"

이휘성 한국IBM 대표(47)는 비교적 널리 알려진 인물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약력은 서강대 회계학과와 경영대학원 졸업, 1985년 IBM 입사, 이후 영업 컨설팅 서비스 계통에서 일하다 2005년에 한국IBM 사장으로 취임했다는 정도다.

이는 IBM이란 회사 이미지를 감안하면, 어느 정도 납득이 간다. 누구나 IBM이란 이름을 알고 있지만, 지금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 회사인지 아는 경우는 별로 없다. 아직 컴퓨터 만드는 회사 정도로 알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다.

IBM은 이 대표의 말 그대로 "PC도 안 팔고, 프린터도 팔지 않는" 회사다. "기업, 기관, 학교 등 경제 주체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파트너", 컨설팅 등 글로벌 서비스로 "100조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이다. 독보적인, 말 그대로 차별화에 성공한 사업 모델인 셈이다.

이날 특강을 통해 밝힌 이 대표의 삶의 궤적도 특이하다. 회계학과를 전공한 이 대표가 컴퓨터를 배운 것도 IBM에 입사하고 나서라고 한다. 그리고 "8년 동안 컴퓨터 엔지니어로 일했다"고 하니, 평범하지 않은 인생인 셈이다. "조직 속에서도 뒤처져 있었다"는 대목에 이르면, 어떻게 44세라는 젊은 나이에 사장으로 취임했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다.

"회사 생활의 2/3는 조직 안에서 뒤처져 있었다. 고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직업인으로서의 가치관을 갖고 있다보니, 한편으로는 정작 사업 목표를 채우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사업 목표를 달성한 해보다는 그렇지 않은 해가 더 많았다.

빨리 올해 목표를 채워 빨리 승진하고 빨리 봉급도 더 많이 받아야 한다는 식으로, 내가 달리기하듯 살았으면, 아마도 내 가치관을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 싫었다. 사장처럼 행동했다. IBM 전체를 대표한다는 생각으로 '내가 고객한테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고 질문하며 살았더니, 나중에는 내가 사장이 되야 한다는 고객이 많아지더라."

이날 특강을 통해 이 대표가 밝힌, 대표 취임의 유일한 '비결'이었다.


태그:#CEO, #이휘성, #EBS, #IBM, #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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