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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대 7.

 

18대 총선에서 모두 48개의 금배지가 걸린 서울 지역에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이 각각 당선자를 낸 곳의 숫자다. 서울 지역 의석의 83.3%를 한나라당이 가져갔다. '압도적인 승리'라는 표현도 부족할 정도다. '싹쓸이'에 가깝다.

 

한나라당의 영남 석권도 서울 압승 앞에선 빛이 바랜다. 68개 의석이 걸린 영남에서 46곳(67.6%)을 차지한 한나라당의 '영남 석권' 성적표가 오히려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다.

 

이처럼 총선에서 한 정당이 서울의 80%에 달하는 의석을 차지하는 '압도적 승리'는 민주화 이후 유례가 없는 일이다. 역대 총선에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은 어느 한 쪽으로 쏠리는 것을 막는 균형추 역할을 했다.

 

같은 수도권인 경기도(51개 의석)에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각각 32, 17개 의석을 가져가는 등 어느 정도 균형이 맞춰졌다. 또한, 탄핵 역풍이 불었던 지난 2004년 17대 총선 때도 서울에서 열린우리당이 32석을 갖는 사이, 한나라당에도 16석이 주어졌다.

 

영남보다 더 빛나는 서울 성적표를 받아든 한나라당.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박선숙 통합민주당 전략기획본부장은 9일 밤 10시 민주당의 서울 참패가 확실해지자 "뉴타운이 걸린 지역에서 역전 당했다"며 그 이유를 전했다.

 

한나라당 강북벨트 압승 뒤엔 뉴타운 공약이...

 

민주당의 서울 참패는 전통적인 민주당 표밭이었던 서울 도봉·강북·노원·성북·중랑구 등 강북벨트가 무너진 것에서 비롯됐다. 17대 총선 당시 탄핵 역풍 속에서도 한나라당이 강남 벨트를 발판 삼아 서울 참패를 면할 수 있었던 것처럼, 민주당도 강북 벨트를 끝까지 믿었다.

 

선거 운동 초반의 여론조사 결과 역시 한나라당 후보들의 고전을 내다봤다. 김근태(서울 도봉갑), 유인태(서울 도봉을) 후보 등 이 지역의 민주당 현역 의원들의 인지도는 한나라당 정치 신인들의 그것을 압도했다. 민주당에선 "한 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강했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 후보들은 뉴타운 공약을 쏟아냈다.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과 뉴타운 지정 권한이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나라당 소속임을 강조했다. 오세훈 시장도 지난달 27일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뉴타운 10곳을 추가 지정하겠다"며 한나라당 후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듯한 발언을 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 "뉴타운 추가 지정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던 그였다.

 

당시 유정현 후보(서울 중랑갑)는 지역 주민들에게 "오 시장을 찾아가 면목동의 열악한 상황을 얘기하며 울면서 뉴타운 지정을 호소했다"고 말했고, 신지호 후보(서울 도봉갑) 역시 "오 시장을 직접 만나, 창동지역을 뉴타운으로 지정해 줄 것으로 약속받았다"고 강조했다. 뉴타운 건설은 서울 강북벨트에 출마한 모든 한나라당 후보의 공통적인 공약이었다.

 

이후 한나라당 후보들의 상승세가 이어졌다. 집값이 들썩거렸고, 지역 주민들은 "지역 집값이 재평가 받는다, 우리가 강남보다 못한 게 뭐냐"며 환호했다. 뉴타운이 주민들의 개발 욕구를 자극한 것이다.

 

결국 4·9 총선에서 서울 강북벨트의 한나라당 정치 신인들은 최규식 후보(서울 강북을)를 제외한 통합민주당의 현역 의원들을 줄줄이 낙마시켰다. 진보스타 노회찬 진보신당 후보(서울 노원병)도, 노동부 장관을 지낸 이상수 무소속 후보(서울 중랑갑)도 고배를 마셨다.

 

김선동 당선자(서울 도봉을)는 "뉴타운을 포함한 지역 개발 공약으로 당선이 된 것 같다,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4차 뉴타운에서 꼭 도봉구가 포함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양석 당선자(서울 강북갑)는 "여당에 대한 개발심리와 야당에 대한 실망이 승인"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한나라당의 서울 압승의 키워드는 '뉴타운'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선거는 끝났지만, 공약은 남았다는 것. 강북은 뉴타운을 통해 강남이 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적잖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부작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뉴타운 공약, 돼도 문제 안 돼도 문제

 

뉴타운 추가 지정은 서울 시내 집값을 폭등시킬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집값 안정을 최우선하고 있는 새 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대치된다. 이에 대해 오세훈 서울 시장도 "뉴타운 계획을 유보한다"며 뒤늦게 자신의 말을 주워담았다.

 

서울시청 뉴타운 사업단의 한 관계자는 10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뉴타운을 추가 지정하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벨트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뉴타운 공약은 빈말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윤순철 경실련 시민감시국장 역시 "서울시장이 벌여놓은 뉴타운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데,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공약으로 내세운 게 제대로 추진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하지만 후보들이 쏟아낸 뉴타운 공약은 이미 시장을 자극했다. 일부 지역에서 매물이 들어가고 호가가 뛰는 등 즉각 반응이 나오고 있다. 서울 도봉구 창동의 경우, 지난달 대지 지분 3.3㎡(1평)당 1800만원이던 연립주택 가격이 불과 보름 새 3.3㎡(1평)당 200만원이나 뛰어올랐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에 따르면, 4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에서 노원구가 1.13%로 1위, 도봉구가 0.67%로 2위로 기록하는 등 강북지역의 아파트 값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이러한 집값 상승세는 세입자 등 서민에게 벌써 큰 피해로 다가오고 있다.

 

뉴타운 개발 공약이 실제로 시행되면 어떨까? 이 또한 결코 서민 등 많은 지역 주민들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길진홍 부동산뱅크 콘텐츠팀장은 "뉴타운 사업이 시행되면, 원주민들이 쫓겨나게 되고, 집값이 불안해진다"고 경고했다.

 

윤순철 국장 역시 "강북지역 주민들이 개발 심리 때문에 (한나라당에) 표를 많이 줬다"며 "은평 뉴타운이 말해주듯, 뉴타운 개발→이주 수요→인근 집값 상승→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반면, 보상비는 턱없이 안 나온다. 주민들의 개발 기대를 충족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낙후된 지역 개발을 원하는 서민들의 선택은 결국 자신들에게 '원주민 재정착률 20% 이하'라는 부메랑으로 다가온다는 것. 홍종학 경원대 교수는 더욱 큰 틀에서 뉴타운 시행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지역 주민들은 당장 뉴타운 개발을 좋아하게 될지 몰라도, 돈을 생산성을 높이는 데가 아닌 뉴타운, 대운하 등 건설 토목 공사를 투입하면 엄청난 부작용이 일어난다. 나라마다 대공황 직전 친기업 정책을 외치는 건설 토건족이 있었다."

 


태그:#뉴타운, #4.9?총선, #뉴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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