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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10일 새벽 1시 25분]
 
"한 달 후에는 뼈가 아릴지 모른다. (노회찬)"
"조금 더 일찍 지역에 내려왔더라면…. (심상정)"
 
진보신당의 두 기둥이 모두 쓰러졌다.
 
심상정․노회찬 두 진보신당 대표는 방송사 출구 조사 결과대로 18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심상정 후보는 경기 고양시 덕양갑에서 손범규 한나라당 후보에게 져 2위를 차지했다. 노회찬 후보 역시 홍정욱 한나라당 후보에게 밀려 2위를 기록했다.
 
태연한 척, 그러나 씁쓸한 얼굴
 
진보신당은 침통한 모습이다. 진보신당은 "총선용으로 시작한 것도 아니고, 어차피 재창당 작업을 할 예정"이라고 애써 태연한 척 하지만, 씁쓸한 표정까지는 감추지 못했다. 패배는 누구에게나 아픈 법이다. 게다가 진보신당은 정당 지지율 3%를 얻지 못해 단 한 명도 원내에 진출시키지 못했다.
 
노회찬 후보는 패배 확정되자 "현실은 현실이다"며 "겸허한 마음으로 결과를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노 후보는 서울 노원구 상계동 선거사무실을 찾은 50여 명의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위로했다.
 
노 의원은 "13번 여론조사에서 1위를 했고 지난 주 여론조사에서도 1위를 했었다”며 “나도 그렇지만 많은 분들이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 의원은 "나는 직업이 정치인이기 때문에 한 번의 전투에서 졌다고 전쟁을 포기하지는 않겠다"며 "내일 다시 이 곳으로 출근할 것이고, 노원에서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상정 후보도 낙선 소감문을 통해 "이번 총선에서 보내주신 주민 여러분의 뜻과 지지를 겸허하고 성실하게 담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오늘의 결실이 내일의 승리가 될 수 있도록 여러분과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심 후보는 "우리는 패배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앞으로 진보신당 재창당 작업에 주력할 뜻을 밝혔다.
 
 

[기사 보강 : 9일 밤 9시 22분]

 

침통·침울·당혹…. 그리고 "끝까지 지켜보자"는 마지막 희망.

 

18대 총선에 대한 방송사 출구조사가 발표된 직후 진보신당의 분위기다.

 

진보신당은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기대를 모았던 심상정, 노회찬 두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에 뒤지는 걸로 나오자 침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진보신당 쪽은 "마지막 투표함까지 열어봐야 아는 것 아니냐"며 희망을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심상정, 노회찬 두 후보는 오후 5시 40분께 여의도 대하빌딩 당사에 나타났다. 두 후보는 악수를 나누며 서로 "수고했다"고 격려했다. 비례대표로 출마했던 박영희, 이남신, 피우진 후보 등도 당사에 마련된 TV 앞에 앉았다. 하지만 개표방송이 시작되자 마자 총선 출마자들과 당직자들의 얼굴은 일제히 굳어졌다.

 

KBS와 MBC 등 주요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서울 노원병에 출마한 노회찬 후보는 홍정욱 한나라당 후보에게 약 5% 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왔다. 노 후보는 선거 운동 기간 내내 각종 여론조사에서 홍 후보를 이겼다. 하지만 정작 투표날 예측에서는 작지 않은 차이로 뒤진 것이다.  

 

이런 결과를 지켜본 노 후보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었다. 목소리도 많이 잠겼다. 노회찬 후보는 "워낙 투표율이 낮아서 나를 지지하는 하는 사람들이 투표에 참가하지 않은 것 같다"며 "그래도 끝까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심상정 후보의 상황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경기 덕양갑에 출마한 심 후보는 출구조사에서 손범규 한나라당 후보에게 약 1.7% 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차범위 내의 박빙이다.

 

심 후보는 "아직 박빙이지만 덕양 주민들이 진보신당의 가능성을 열어 줄 것으로 확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심 후보는 "최악의 경우 진보신당이 단 한 석도 얻지 못할 수 있지만, 실망하지 않고 새로운 출발의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당직자들 역시 후보자들과 마찬가지로 침울한 모습이다. 이들은 진보신당이 차지할 수 있는 예상 의석수가 0~3석으로 나오자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기분이다, 0석은 지옥이고 3석은 천당 아니냐"며 초조한 모습으로 개표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오후 7시 30분께 심상정·노회찬 두 후보는 지역구로 떠났다. 이들은 당직자들을 향해 "확실히 승리해서 돌아오겠다"며 손을 번쩍 들어 보이며 당사를 나섰다. 당직자들은 박수를 보내며 "꼭 승리하라"고 격려했다.

 

다음은 심상정·노회찬 두 후보와의 일문일답이다.

 

심상정 "믿음직한 진보세력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시간상 한계가 있었다"

 

- 진보신당은 총선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나

"민주노동당의 한계를 극복하는 진보정치의 새출발이자 희망을 가꾸는 선거였다. 그러나 기간이 짧고 후보가 난립한 가운데 진보신당을 홍보하기에는 미흡했다. 따라서 선거 결과가 저조하더라도 실망하기보다는 새로운 진보정당을 실질적으로 창당하는 의지와 신념을 갖고 진보세력을 폭넓게 규합해나가야 할 것이다. 애초부터 진보신당은 총선용 과도정당으로 출발했고, 국민의 선택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원점에서부터 풀뿌리 진보세력까지 폭넓게 결집하여 실질적인 창당과정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 이번 총선의 문제점은?

"이번 총선은 대운하 강행세력과 저지세력의 대결로 진행돼야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책은 실종되고 공천논란과 계파 줄서기 선거가 돼버려 사상 최저의 투표율을 기록하며 총선이 국민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따라서 총선 결과는 민심이 반영된 결과로 보기 어렵다. 정책이 실종되고 정쟁 정파 선거를 주도한 한나라당을 비롯한 거대정당은 책임을 느껴야 한다."

 

- 한나라당의 의석 과반 점유에 대한 우려는?

"이명박 정부의 폭주가 우려된다. 대운하는 국민 셋 중 두 명이 반대하고 있는데 이명박 정부는 강행하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아 왔다.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국가 백년지대계를 좌우할 대운하를 수적 논리로 밀어붙이지 않을까 염려된다.

 

이명박 정부를 견제해야 한다는 국민의 뜻에도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게 된다면 합리적이고 강력한 야당이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합리적이고 강력한 야당을 제대로 세우는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에 맞설 야당은 진보정당 밖에 없다. 총선 후 강력하고 합리적인 진보야당을 제대로 세우는 문제에 대한 관심을 당부드린다."

 

- 진보정당이 저조한 성적을 거둔 이유는?

"양극화로 고통받는 서민들은 진보정치를 이전보다 더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도 진보정당에 대한 지지가 낮아진 것은 전적으로 진보정치 세력의 한계 때문이다. 앞으로 100% 민생정당, 100% 서민정당, 국민의 이해와 요구를 구체화하고 국민과 소통하는 실천방법으로 대대적인 변화와 혁신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총선의 교훈이다.

 

진보정치 세력은 대선 때 이미 국민들의 냉혹한 심판을 받았으면서도 국민들의 문제제기를 받아들여 내적 혁신을 하지 않고 총선에 나섰기 때문에 저조한 성적을 거둔 것이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분당 때문은 아니다. 국민의 뜻을 담아 냉정하게 성찰하고 혁신해서 믿음직한 진보세력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시간상 한계가 있었다."

 

노회찬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의 대장정에 나서겠다"

 

- 여론조사 결과 죽 1위였는데 출구조사에서 2위로 나왔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지난 주말에 있었던 여론조사에서도 앞섰기 때문에 오늘 결과는 솔직히 의외다. 사상 최악의 낮은 투표율로 인해 제 지지층의 투표율도 낮았던 게 아닌가 한다. 아직 투표함을 개봉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끝까지 결과를 지켜보겠다."

 

- 민주노동당에서 분당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가?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이 3%를 얻었다. 2004년 총선에서는 18%를 얻었는데 그동안 15%를 잃어버린 셈이다. 그 부분을 되찾겠다. 노원 병 지역만 보면 민주노동당 지지자 중 90%가 저를 지지했기 때문에 분당으로 인한 표심에는 영향이 없었다."

 

- 만약 1석도 얻지 못한다면 어떻게 하나?

"원래 진보신당은 총선 이후에 폭넓은 진보정당을 건설해 제2창당을 하는 것이 목표였다. 의석이 확보되지 못하면 추진하는데 동력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진보진영을 재구성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진보신당은 선거용 정당이 아니기 때문에, 선거결과로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 노원 병의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평가한다면?

"홍정욱 후보의 득표율은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당시 이 지역에서 얻었던 것보다 적다. 통합민주당이 12년 동안 이 지역에서 후보를 배출했으나 이번에는 10%대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40% 이상을 득표한 것은 노원 병 유권자의 의식이 변화한 것으로 본다."

 

- 진보진영의 앞으로의 계획은?

"현재 진보진영은 표면적으로 퇴조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을 만나본 결과 진보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았다. 이번 총선에서 후퇴하더라도 진보진영을 재구성, 재편할 포부를 갖고있다. 구체적인 것은 총선결과를 검토한 후에 접근하겠다. 8년 전에 민주노동당이 출범할 당시보다는 넓을 것이다."

 

- 한나라당이 얻은 의석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한 달 전 여론조사 결과에서 한나라당은 반수를 충분히 넘을 것으로 나왔다. 오늘 보면 민심 곳곳에서 이반현상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 보인다. 대운하, 사교육 문제 등에서 이미 그런 징조를 보여왔다. 이미 대통령 선거에서 보였던 밀월관계는 끝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 앞으로의 일정은?

"개표과정에서 역전시키는 것이다.(웃음)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의 대장정에 나서겠다. 개표결과를 보고 판단해야겠지만, 재창당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갖고 있다."


태그:#진보신당, #심상정 , #노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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