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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의 피로가 가시지 않은 아침 7시, 졸린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깨었다. 식목일 이틑날인 4월 6일. 일전에 약속한대로 아버지와 동생과 할아버지 산소에 찾아뵙기로 한 날이다. 단순히 성묘를 하러 가는 것이 아니다. 최근 2주 전부터 아버지는 근무가 없는 날마다 산소 주변을 정리하는 작업을 해 오고 계셨다. 군대 때문이기도 하지만, 3년간 할아버지가 잠드신 곳을 가보지 못했다. 때문에 아무런 약속을 잡지 않고 아침 일찍 할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향했다.

 

산소에 가 보니 생각보다 힘든 작업이 될 것 같았다. 산소 주변에는 잡초가 무성했다. 어느 정도는 진척이 되어 있었지만, 그 작업을 아버지 혼자 했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 한 편이 쓰라렸다. 오늘 하루 예비역 1년차로서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괭이로 땅을 파서 잡초를 뿌리 채 뽑는 일을 맡았다. 그러면 아버지는 그것의 흙들을 털어 건초더미에 올려 놓는다. 미약한 힘이지만, 동생은 꽤 대견스럽게 주변의 커다란 돌들을 정리한다. 그렇게 일은 9시부터 시작되었다.

 

괭이를 내려치려던 순간! 겨울 잠에 빠져있던 참개구리를 발견했다. 정말 아찔했던 순간이었다. 녀석은 곧 잠에서 깨어 들과 시냇가를 활보하고 다닐텐데 그 꿈을 한순간에 짓밟을 뻔 했다. 겨울잠에서 본의 아니게 깨어 추위에 떨고 있는 녀석을 위해 땅을 파서 다시 묻어주었다. 경칩이 되면 다시 세상으로 나와 마음껏 누비고 다닐 개구리에게 건투를 빈다.

 

오랜만에 작업다운 작업을 해서일까. 허리와 어깨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을 마치고 아버지의 즐거워하시는 표정을 생각하니 정신력이 더욱 강해지는 듯 했다.

 

열심히 일하고 먹는 점심의 맛은 세상 그 어느 진수성찬보다 맛있다. 단지 라면을 먹는 데도 말이다. 많이 먹고 부지런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식사를 한 뒤의 노동은 꽤 피곤하다.

 

점차 요령을 피우게 되고 쉬는 시간도 잦아졌다. ‘왜 편한 납골당으로 모시지 않고 경비, 시간, 에너지 모두 소비해가면서 산소를 관리해야할까’라는 의구심이 생겼다.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께서는 당연하다는 듯 “아버지의 아버지이잖… 너와 우리가 모시지 않으면 누가 모실까”라고 말씀하셨다.

 

일은 6시가 되어서야 끝났다. 아버지께서는 손주 2명이 열심히 할아버지 산소를 위해 힘쓰는 모습이 대견스러우셨던지 약주를 여러 잔 하시고 그 새 잠이 드셨다. 나 역시 피곤했던지 운전대를 잡자마자 몸이 녹아내리는 듯 하였다. 동생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 산소와 납골당 문화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분주하지만, 관리가 편하고 저렴한 비용의 납골당. 잦은 관리와 높은 비용이 필요하지만 한적하고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산소. 어느 곳이 더 나을까? 물론 사람들은 객관적인 논리보다 자신들만의 주관적인 잣대로 부모님을 모신다. 시신이 훼손되는 것을 꺼려하고 조상들의 풍습을 이어받기 위해 산소에 안치하는 사람들과 저렴한 비용과 편리함 때문에 납골당에 모시는 사람들. 무엇이 낫다고 할 수 없는 듯하다.

 

정적인 농경사회에서 동적인 현대사회로 급격히 전환되고, 농촌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이주함에 따라 최근에는 납골당 문화가 더 사랑받고 있다. 산소 문화가 앞으로 얼마나 이어질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 고유의 전통이니까 지켜야 한다는 것 보다 그 자체가 의미있고 좋은 풍습이라고 인식한다면 구시대의 잔여물로만 여길 수도 없지 않을까.


태그:#산소, #납골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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