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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을에 출마한 정청래 통합민주당 후보와 <문화일보>가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지난 4일 <문화일보>는 정청래 후보가 초등학교 교감에게 '폭언'을 했다는 기사를 처음 내보냈다. 이날 <문화일보>는 <정청래 의원, 교감에 폭언>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심한 모욕감 느꼈다"> 등의 기사를 실은 데 이어 다음날에도 <교총, '교감에 막말' 정청래 사과 요구>라는 기사를 통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고 썼다. 7일에도 사설 <한 현직 국회의원의 '교권 유린'>을 포함해 3건의 관련 기사를 실었고, 8일에도 <"선거 때도 이정도인데 당선되면..."> 등 3건의 기사를 실었다.

문화일보의 4월 7일 사설
 문화일보의 4월 7일 사설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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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해당 초등학교는 <문화일보>가 첫 보도를 낸 4일 '반론보도요청서'를 내고 "정청래 의원이 교감에게 폭언한 적이 없다"며 문화일보의 인터뷰 내용도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이 요청서에 따르면 인터뷰 자체가 없었으며, "기자가 일방적으로 묻고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긍정으로 해석했다"는 것이다. 해당 초등학교는 5일까지 반론보도를 해줄 것을 <문화일보>에 '요청'했지만 <문화일보>는 반론보도를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폭언 논란'을 증폭 시키는 기사를 4일 동안 9건이나 쏟아냈다.

정 후보 측은 "보도된 폭언 운운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이 같은 악의적 보도는 명백한 선거운동 방해 행위이고 정치보복"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7일에는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한편, <문화일보>의 '끈질긴' 보도를 받아 7일에는 <조선일보>가 정 후보를 비판하는 사설을 실었고, <KBS>와 <SBS>까지 메인 뉴스에서 '막말 논란'을 보도하고 나섰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고,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언론들은 신중하고 객관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언론보도의 몇 가지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문화>, 정청래 막말 파문만 9건 보도

첫째, <문화일보>의 '이상 과열' 보도 태도다. 당사자와 학교 측이 반론을 요청한 상태에서도 '막말'을 기정사실처럼 전제하고 9건의 기사를 쏟아냈다는 점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문화일보>가 '보복성 취재'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2006년 정청래 의원은 국회 문광위 국감에서 <문화일보>의 연재소설 '강안남자'의 선정성을 질타하면서 대책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이로 인해 <문화일보>의 '인기 연재물'이었던 '강안남자'는 여론의 집중적인 비판을 받았다.

이 때문에 <문화일보>가 정 후보에게 구원(舊怨)을 갖고 '표적취재'에 나서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만에 하나 <문화일보>가 그런 의도로 사실을 부풀렸거나 왜곡해 특정 후보를 공격했거나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면 <문화일보>는 법적 책임을 져야 함은 물론, '언론'으로서 존재 이유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문화일보가 연재하는 소설 '강안남자'. 2006년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뒤 한동안 잠잠했던 '강안남자'의 '선정성'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갔다.
 문화일보가 연재하는 소설 '강안남자'. 2006년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뒤 한동안 잠잠했던 '강안남자'의 '선정성'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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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보도 받은 <KBS><SBS>도 문제

둘째, 선거보도에서 견지해야 할 태도다.  7일 <KBS>와 <SBS>는 이 논란을 방송사 메인뉴스에서 다뤘다. '후보자의 자질'이라는 측면에서 정 후보의 이른바 '막말 공방'을 다룰 수는 있다. 그러나 양측의 입장이 맞서고 있고 진실을 명백히 가릴 수 없는 상황이라면 객관적 근거를 충분히 제시해 유권자들의 판단을 돕거나, 아니면 양쪽의 주장을 균형 있게 다뤄야 옳다. 그러나 <KBS>와 <SBS>의 보도는 유권자의 판단을 돕기는커녕 혼란을 가중시켰고, <KBS>의 경우 기본적인 균형성도 살리지 못했다.

<KBS>의 <'막말 주장' 파문>(은준수 기자)은 "후보자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파문은 확산되고 있다"며 '논란 확산'과 '정 후보에 대한 각계의 비난'에 비중을 두고 보도했다. <KBS>는 "정 후보가 큰 소리로 떠들었다"는 학부모 인터뷰를 인용하고, <조선일보>가 입수했다는 '교감의 경위서' 내용을 소개하면서도 해당 초등학교와 교감이 반론보도를 요청했다는 사실은 정 의원의 입을 빌어 전달하는 데 그쳤다.

<SBS>의 <폭언 진실공방>(최선호 기자)은 "정 의원 측은 일부 언론이 총선을 앞두고 악의적인 보도를 한 거라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한나라당은 후보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고 정치권의 공방과 주장을 다뤘다. 또 "해당 언론이 폭언이 없었다는 김 모 교감의 반론 요청을 다루지 않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며 <KBS>보다는 정 의원 측의 주장을 균형 있게 다뤘다. 하지만 '해당 언론'이 어디인지, 정 의원이 왜 그런 주장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정책 보도 없이 막말공방에만 올인?

한편 <문화일보>가 다른 후보자의 '자질 논란'에 대해서 어떤 보도태도를 취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문화일보>는 '성희롱 논란'에 휘말렸던 정몽준 한나라당 후보에 대해서는 3일 <'정 vs 정' 격전지 동작을의 해프닝>이라는 단 한 건의 기사를 통해 '해프닝'으로 다루는 데 그쳤다.

비록 공개되지 않았지만 명백한 증거가 있었고, 이 때문에 정몽준 후보가 방송사를 찾아가 사과했다. 결국 정몽준 후보의 당초 해명이 사실상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는데도 '거짓 해명'의 문제를 지적하기는커녕 '해프닝'으로 의미를 축소했던 <문화일보>가 객관적 근거가 제시되지 않은 정청래 후보의 '막말 논란'에 대해 보이는 태도는 매우 이중적이다.

내일이면 18대 총선 투표일이다. 선거 막바지에 <문화일보>가 터뜨린 '정청래 후보 막말'의 진위는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밝혀져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문화일보>의 '과열 보도' 양상은 그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이런 신문의 의제를 좇아 메인 뉴스에서 논란을 다룬 <KBS>와 <SBS>의 보도 태도는 선거보도의 객관성과 균형성을 견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박진형 기자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입니다.

이 기사는 민언련 등 57개 시민사회단체가 결성한 '2008 총선미디어연대'가 4월 8일 발표한 <‘문화일보 및 KBS·SBS의 정청래 후보 관련 보도’에 대한 ‘총선미디어연대’ 논평>을 기사화 한 것입니다. 논평의 전문은 '2008 총선미디어연대 홈페이지(http://www.vote2008.or.kr)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태그:#정청래, #문화일보, #강안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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