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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부터 매우 공개적으로 자신의 경제정책이 '친기업(Business Friendly) 정책'이라고 밝혀왔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취임 한 달 동안의 경제정책을 보면 친기업 정책이 대기업 중심정책, 외국자본 중심 정책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모습이 수 차례 목도되고 있다.

 

삼성특검이 반(反)대기업 정서인가?

 

오랫동안 우리나라 보수세력이 문제삼아온 것은 이른바 우리 국민의 '반기업 정서'였다. 가장 신뢰하는 기관 1위 기업, 취업 직장 선호도 1위를 삼성이라는 여론조사가 매번 나오는 현실을 두고도 실제 반기업 정서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따지는 것은 미뤄두자.

 

그들은 부패와 비리 앞에서 엄정한 법집행이 되는 것에 누구도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단순한 사실 조차도 반기업 정서로 몰고 있다. 최근 이건희 삼성 회장 특검조사를 일종의 반대기업 정서의 하나로 몰아가는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보수세력들은 국민경제에 미칠 피해가 막대하다며 삼성 특검의 조기 종결을 주장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그룹사가 완전히 해체되고 회장이 구속되어도 소속사들이 건실하게 크고 있는 대우그룹을 경험했다. 최태원 회장과 정몽구 회장이 수사를 받아도 SK나 현대자동차가 흔들렸다는 소식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도 마찬가지 주장들을 되풀이 하고 있는 것이다. '법질서 확립'이라는 말이 대기업은 비켜가고 노동자에게는 유독 예리하게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국민 생활 직결되는 물가안정보다 대기업 수출 정책이 우선  

 

최근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을 괴롭히는 반외자 정서가 해소돼야 한다"며 외국인 직접투자 활성화 건의문이 제출되기도 했다. '외자 유치가 나라의 살 길'이라는 실로 오랜만에 다시 보는 슬로건이다.

 

외환위기 이후 10여 년 동안 자본유통시장인 주식시장에는 외국자본이 물밀듯이 들어왔지만 정작 공장 설립형 직접투자는 일관되게 부진한 모습을 보였는데도 "노무현 정권 때 반외자 정서… 외국인 투자 3년 연속 내리막"(중앙일보 2008/03/14) 제목을 내걸며 국민의 반외자 정서를 비난하는 분위기를 키우고 있다.

 

국민의 반대기업 정서, 반외자 정서를 비난하면서 정부의 친대기업 정책, 친외자 정책은 거침없이 계속된다. 소비자 물가가 3.6~3.9퍼센트를 등락, 이미 한국은행 관리기준을 넘어섰고, 이로 인해 국민들은 심각한 생활 압박을 받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의 수출을 위해 환율 상승을 조장하는 경제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대기업이 수출하는 반도체, 전자, 자동차 업종들은 예상 외(?)의 환율 상승에 올해 사업 목표를 상향 조정하느라 바쁘다.

 

이어서 정부는 올해에만 120억 달러의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겠다고 한다. 이를 위해 공장입지 제공 여건을 개선하고 외국인 기업 노사관계 전담기구를 설치하며, 외국병원을 유치해 외국인이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개선하는 방안을 5월에 발표하겠다고 계획하고 있다.

 

친기업, 친외자 정책은 반중소기업, 반노동자 정책

 

정부의 친기업, 친외자 정책은 결국 반중소기업, 반노동자 정책으로 이어진다. 노골적으로 환율 약세를 조장하여 환투기 세력까지 개입시킨 강만수 기획재정부 경제팀의 발상은 철저히 대기업의 수출에 맞춰져 있다. 강만수 장관의 환율정책이 중소기업에게는 치명적이라는 것을 현장에 있는 중소기업인들은 절감하고 있다. 이미 중소기업들은 원자재가격 연동을 주장하며 파업까지 한 마당이지만 정부에서 이렇다 할 대책도 내놓지 않으니 놀랄 일이다.

 

최근 원자재 가격 폭등과 환율 불안으로 중소기업의 고통은 유례가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중소기업 중앙회가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월 들어 중소기업들이 경기부진을 전망하는 큰 이유로 국내 수요 감소(56%) 이외에 특히 원자재 조달 곤란(3월 16.6%→ 4월 34.8%), 환율 불안정(3월 2.6%→ 4월 8.3%)을 지목하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또한 최근 발표에 의하면 우량 대기업이 몰려있는 상장사들의 2007년 당기 순이익은 17.75퍼센트나 증가했고 이 가운데 무려 4분의 1을 배당금으로 주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그 중 절반에 가까운 40퍼센트는 외국인에게 돌아간다. 그러나 자산순위 10대 대기업들은 고용을 오히려 줄였다. 도대체 상장사들의 주식가격 상승이나 순이익 증가가 국민들에게 어떤 이득을 주고 있는가.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대기업은 이제 알아서 잘 할 수 있으니 정부 정책은 중소기업 정책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제라도 이명박 정부가 반대기업 정서, 반외자 정서 운운하며 국민을 탓할 것이 아니라 반중소기업 정서, 반노동자 정서를 신념으로 갖고 있는 자신들을 되돌아 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대안정책 웹사이트 이스트플랫폼(www.epl.or.kr)에도 실렸습니다. 글을 쓴 김병권 기자는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연구센터장입니다.


태그:#반대기업정서, #반외자정서, #비즈니스후렌들리, #이명박 경제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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