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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안에서는 그 사람이 어떤 인물인지, 어떻게 비례대표 1번을 받았는지 아무도 모른다."

'친박연대'의 한 간부는 지난 달 말 확정된 비례대표 공천을 두고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친박연대가 '사당(私黨)'이라는 지적이 있긴 했지만, 느닷없이 무명의 젊은 여성이 '비례대표 1번'에 배정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투다.

비례대표 1번 양정례 후보, 박사모 회장 경력 허위로 드러나

 친박연대가 비례대표 1번에 공천한 양정례씨. 하지만 당에서 내세운 박사모 여성회장 경력 등이 허위로 드러나면서 '부실경력 의혹'을 받고 있다.
 친박연대가 비례대표 1번에 공천한 양정례씨. 하지만 당에서 내세운 박사모 여성회장 경력 등이 허위로 드러나면서 '부실경력 의혹'을 받고 있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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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연대는 애초 비례대표 1번 공천에 송영선·문희 의원을 유력하게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각에서는 각 정당이 비례대표 1번에 장애인 후보를 내세운 점을 헤아려 정하균 척수장애인협회 회장도 비례대표 1번 후보로 추천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발표된 비례대표 1번은 무명의 젊은 여성 양정례(30)씨에게 돌아갔다.

'깜짝 발탁'이라고 할 만도 하지만, 그렇게 부르기에 양씨의 사회경력은 지나치게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공천을 두고 당 안팎에서 '18대 총선 공천 불가사의'라는 냉소적인 반응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친박연대에서 밝힌 양씨의 전·현직 경력은 연세대 대학원 법학 석사와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여성회장, '새시대 새물결' 여성청년 간사, (사)건풍사회복지회 연구관 등이다. 그런데 친박연대가 유력한 공천 근거로 내세운 '박사모 회장 경력'이 허위로 드러났다.

양씨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재산은 7억1600만원, 납세실적은 2억1812만원에 달한다.   

"나는 뒤에서 조용히 박근혜 도왔다"

정광용 박사모 회장은 "양씨가 박사모 회장을 사칭한 것"이라며 "회원으로 가입한 사실조차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박사모에는 여성회장이란 직함도 직책도 없다"며 "(이렇게 박사모 회장을 사칭한 것은) 참을 수 없는 모독이지만 선거기간이라 참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양씨 측은 인터넷신문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양씨는) 뒤에서 조용히 박 전 대표를 따르고 도왔다"며 "박사모 단체 활동을 했느냐 마느냐로 문제를 삼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해명했다. 

김진우 친박연대 조직국장은 "여직원이 양씨의 후보자 이력서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실수한 것"이라며 "양씨가 박사모에 소속됐다는 공식기록도 없고, 본인도 박사모 회장을 지낸 적이 없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양씨의 발탁 배경과 관련 "우선 젊고 성실하다"며 "사회복지전문가이고 특히 기존 정당에서 활동을 안했다는 점이 타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들에 비해 신선할 수 있지 않느냐"고 밝혔다. 

친박연대에서 작성한 '비례대표 신청자 명단' 자료에는 양씨가 '현 박사모 여성회장'이라고 기재돼 있다. 하지만 그의 박사모 회장 경력이 허위로 드러나자 당에서는 '사회복지전문가'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는 셈이다. 

 친박연대에서 작성한 '비례대표 신청자 명단' 자료. 양정례씨의 경력사항에 '현 박사모 여성회장'이 기재돼 있다.
 친박연대에서 작성한 '비례대표 신청자 명단' 자료. 양정례씨의 경력사항에 '현 박사모 여성회장'이 기재돼 있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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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대표인 모친 대신에 비례대표로?... 친박연대측 '부인'

친박연대와 양씨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양씨의 공천 미스터리는 풀리지 않고 있다. 친박연대의 한 고위인사는 이 미스터리를 풀 만한 흥미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원래 양씨의 어머니 김순애씨가 비례대표 1번을 받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심사과정에서 치명적인 하자가 발견돼 김씨에게 공천을 줄 수 없자 그의 딸을 비례대표 1번에 공천한 것이다."

하지만 친박연대측은 "김순애씨는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한 적이 없다"고, 양씨측은 "낭설이다"라고 이러한 주장을 일축했다.

그러나 허위로 드러난 박사모 회장 경력을 제외하고 친박연대에서 내세웠던 양씨의 경력들이 모두 그의 모친인 김순애(58)씨 활동과 직결돼 있다는 사실이 눈길을 끈다. 

김씨는 서울에서 건설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재력가로 알려졌다. 경남 함양출신인 김씨는 쌀장사와 여관업, 부동산 투자 등을 통해 돈을 모아 89년 건설회사인 '건풍건설'을 세웠다. 그는 이후 민자당 중앙상무위원-서대문을 지구당 부위원장, 서울시의회 의원, 자민련 정책위원-중앙위 해외교포분과위원장-당무위원을 지내는 등 정치권으로 활동폭을 넓혔다.   

친박연대는 양씨가 (사)건풍사회복지회 연구관이라고 소개했다. 건풍사회복지회는 그의 모친인 김씨가 세운 사회복지단체로 서울 종로구에서 S어린이집을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김씨가 이사장을 겸하고 있으며, 양씨는 이 곳에서 '연구관'이 아닌 '실장'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양씨의 '새시대 새물결' 여성청년 간사 경력도 도마 위에 올라 있다. '새시대 새물결'은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하는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모친인 김씨는 "내가 새시대 새물결의 여성 공동의장"이라며 "딸은 청년간사로 나를 도와 박 전 대표를 지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양씨의 여성청년간사 경력은 공식 확인되지 않고 있다. 양씨의 경력들을 전부 사실로 인정하더라도 "모친의 후광을 업은 경력"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급조정당에서 '공천'은 '사천'이 될 수 있어

양씨 공천을 둘러싸고 친박연대 안팎에서는 '특별당비설' 등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얘기가 떠돌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러한 공천잡음을 '사당화'의 결과물로 보고 있다.  

'친박연대 사당화' 논란의 중심에는 서청원 대표가 있다. '서청원 계파'로 알려진 산악회 '청산회' 회원 6명이 비례대표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 안팎에서 비난이 쏟아졌다. 김철기 사무총장조차 "이게 사당이지, 공당이냐"고 비판했을 정도다.

비례대표 공천도 서 대표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승희 공천심사위원장은 7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지역구 활동이 바빠서 '친박인사면서 젊고 유능해야 한다'는 등 몇가지 원칙만을 제시했지만 공천심사에는 관여하지 못했다"며 "서청원 대표가 후보 인선, 순위 배정 등을 다 했다"고 말했다.

함 위원장은 "양정례씨는 박사모 여성회장이라고 해서 적합하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여성회장은 우리 지역구에서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며 "선거가 끝난 뒤 양씨의 경력이 엉터리인지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씨와 그의 모친 김씨는 기자의 해명 요청에 "선거가 끝난 다음에 전화하라"며 '부실 경력 의혹'을 피해갔다.

양씨를 둘러싼 공천잡음. 정당을 급조하다 보니 특정 인사의 인맥이 당을 장악했고, 민주적 절차를 따라야 할 '공천(公薦)'이 '사천(私薦)'으로 변질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잡음은 총선이 끝난 뒤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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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