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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목련꽃잎이 떨어져 종이조각으로 흩날리는 것 같은 꽃피는 봄 사월이다.

 

대전 중구 대흥동, 대전여중 근처에 있는 이공갤러리에서는 4월 3일부터 9일까지 '아우라'(AURA) 전이 열린다. 아우라전에서는 청년작가들이 모여 해마다 그들의 작품을 선보이는데 올해는 그룹 구성원 중에서 2명만이 선정되었다. 작가는 강소희씨와 전좌빈씨.

 

두 작가의 전시는 아우라와 이공갤러리의 지원을 받아 열리고 있다. 1층을 들어서면 강소희씨의 작품으로 소담하게 열린 조롱박 인형들이 벽면 가득 걸려있다. 얼핏 보면 아이들 소꿉놀이 같기도 하고 소품처럼 보이기도 한다. 인형들 표정에서 ‘요즘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들여다보게 한다.

 

 

2층 계단을 오르면 전좌빈씨의 ‘살이’ 가 펼쳐진다. ‘살이’를 통해 정직하게 땀 흘리는 노동의 가치와 진정한 삶이 무엇인지 보는 이로 하여금 되새겨 보게 한다. 화가의 작품 소재는 농기구들과 밥, 달동네 풍경들이다. 그런데 그것들이 볼수록 찡하고 뭉클하다. 봄꽃들이 다투듯 피어 거리는 화사한데 농촌의 팍팍한 ‘살이’가 가슴을 콕콕 쑤시며 불편하게 다가온다.

 

 

 

새벽을 가르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기침소리로 하루 일이 시작되는 농촌풍경이 저 농기구와 판화 속에 있다. 그것들은 지금 우리에게 아련한 골동품이 된 것일까? 농기구들은 각자 자기 이름 아래 ‘보물 1호, 2호…’로 붙어있다. 작가가 정한 것이다. 우린 어쩌면 저 ‘보물’들을 다시 찾아 써야할지도 모른다. 

 

 

 

 

 

자꾸만 궁금해지는 작품하나. 한겨레신문 일년치를 모아 ‘한겨레로고’를 모아 붙인 한겨레지도이다. 2007년 1월1일부터 11월까지 신문사로고를 모으기도 힘들었을 것 같은데, 중간에 빠진 날자가 있다. 그런데 작가 전좌빈씨의 변이 재밌다.

 

 “삼겹살 구워먹을 때 신문지 깔고 먹다가 나중에 버리게 되었는데 그때 없어졌지유. 삼겹살 먹지 말았어야 했는데….”

 

 

갤러리 근처에는 중학교가 있다. 점심시간 잠깐이라도 와서 학생들이 전시회를 둘러보았으면 좋겠건만 학생들이 일부러 찾아오지는 않는 것 같다. 여전히 우리 아이들은 공부에 눌려있다. 눈 밝은 어른들이 학교와 갤러리의 거리를 좁히는데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감상할 텐데 말이다.

 

대전 대흥동 주변에는 이공갤러리를 비롯해 이안갤러리, 현대갤러리 등이 있고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근처를 지나가게 되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한 발짝 갤러리 안으로 걸음을 내딛어보자. 내 마음을 뿌듯하게 꾹꾹 눌러 채우는 기쁨. 그것들과 마주친다면 올 봄이 특별하리라.    

덧붙이는 글 |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 이공갤러릴: 대전 중구 대흥동 (042-242-2020)


태그:#살이 , #전좌빈,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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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가면을 줘보게, 그럼 진실을 말하게 될 테니까. 오스카와일드<거짓의 쇠락>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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