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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은 앞으로 4년의 정치 지형을 결정한다. 특히 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의 당 대표들과 잠재적 대권 주자들의 미래가 달려 있다. 정치 지형이 어떻게 짜여지냐에 따라 탄탄대로가 될 수도 있고 가시밭길이 될 수도 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대권 주자간의 정면승부를 벌이고 있다. 사실상의 대권 전초전이다. 여기서 지면 4년을 쉬어야 한다. 특히 야당 정치인으로서는 치명적이다. 이들의 당락에 따라 전당대회 등 여야 당권 경쟁구도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정계개편의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현재의 정당 구도와 본인의 출마 의지 등을 감안할 때 잠재적 당권-대권 주자인 '9룡'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한나라당의 강재섭·박근혜·정몽준·이재오 의원과 통합민주당의 손학규·정동영·추미애 후보 그리고 기타 정당의 이회창·문국현 후보가 그들이다.

 

18대 총선과 '9룡'의 함수관계...본인 당락과 의석수에 달렸다

 

물론 아직 나오지도 않은 '18대 총선 성적표'를 가지고 총선 이후의 정국을 진단하는 것은 섣부른 일이다. 또 아직 임기 초인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예의'가 아니다.

 

그러나 이들에게 몇 가지 변수를 대입하면 어렴풋이나마 '잠룡'들이 헤쳐나갈 정국 기상도를 그릴 수 있다. 4·9 총선결과는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물론 선거 이후 전개될 각 정당의 당내 역학구도 변화, 그리고 향후 대선의 밑그림에도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변수는 크게 세 가지다. 각 당의 획득 의석수와 본인의 당락 여부, 그리고 계보 정치인의 당선수이다.

 

이와 관련해선 우선 9룡간의 맞대결 구도가 주목을 끈다. 특히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의 운명은 각각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의석수를 얼마나 획득하느냐에 달려 있다.

 

9룡이 지역구에서 직접 맞대결하는 '용쟁호투'를 벌이는 데도 두 곳이나 된다. 서울 동작을 선거구의 정몽준 대 정동영, 서울 은평을 선거구의 이재오 대 문국현 대결이 그것이다. 무승부는 없다. 반드시 상대방이 죽어야 내가 사는 '끝장 승부'다.

 

정치 컨설팅업체인 'P&C 정책개발원'의 18대 총선 중반 판세분석(4월 2일)에 따르면, 각 정당별로 안정적 우위를 보이고 있는 선거구 수는 ▲한나라당 104개 ▲민주당 50개 ▲자유선진당 7개 ▲민주노동당 1개 ▲창조한국당 1개 ▲무소속 10개이다. 나머지 72개 선거구는 경합지역으로 분류되는데 대부분이 수도권에 몰려 있어 치열한 막판 접전이 예상된다.

 

한나라당, 경합지역 '반타작'해도 170석 넘는 '독과점 정권'

 

일반적으로 여당이 과반 의석(150석) 이상을 차지하면 '과점 정권'이다. 법적으로 국회의장, 국회부의장 1인, 주요 상임위원회의 장악이 가능하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야당을 정치적 파트너로 인정할 수밖에 없고, 이를 무시한 채 국정을 운영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따른다.

 

여당이 170석 이상을 차지하면 '독과점 정권'이다. 법적으로 17개 상임위와 특위 구성 위원의 과반 확보가 가능해 각 상임위의 독자운영이 가능하다. 정치적으로도 '여대야소'에 따른 실질적 힘의 논리가 작동해 다수 여론을 앞세워 소수 반대여론에 대한 정면 돌파가 가능하다. 200석 이상이면 합법적으로 독자적 개헌 추진이 가능한 '독점 정권'이다.

 

강재섭 대표가 내건 총선 목표 의석수는 '과반(과점 정권)'이다. 그러나 내심으로는 '절대 과반(독과점 정권)'을 목표로 한다. 이방호 사무총장도 지난 3월 20일 공천자대회에서 "산술적으로 국회 과반 의석은 299석 중 150석이지만 모든 상임위에서 과반을 확보하려면 절대 안정 과반수라고 할 수 있는 168석을 확보해야 한다"고 '절대 과반 의석수'를 강조한 바 있다.

 

강재섭 대표는 이미 공천 잡음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 '불출마'라는 배수진을 쳤다. 따라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의석수에 달렸다. 현재의 추세라면 비례대표(30석 내외)를 포함해 한나라당의 과반 의석 획득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경합지역 72곳에서 '반타작'만 해도 170석 정도를 얻게 되어 '절대 과반'을 넘어선다. 경합지역에서 2/3를 가져갈 경우에는 180~185석 정도의 독과점 거대여당이 탄생할 가능성이 크다. '절대 과반' 목표를 달성할 경우, 강 대표의 당내 위상 강화는 물론, 대권 도전 행보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박근혜의 '트로이 목마' 될 수도

 

한나라당 내부 역할관계의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또 다른 척도는 이른바 '이명박계'로 분류되는 '친이' 후보들만으로 과반을 달성할 수 있느냐이다. 이는 '박근혜계'로 분류되는 '친박' 후보들의 선전 여부에 달려 있다.

 

한나라당은 '물갈이 공천' 과정에 '친박' 의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공천에서 낙천된 이들은 상당수가 한나라당을 탈당해 '친박연대' 후보로 나서거나 '친박 무소속 연대'의 형식을 빌려 출마했다. 이들은 대부분 당선후 한나라당 복당을 공언하고 있다. 결국 한나라당 안팎에 포진하게 될 '친박' 의원들은 박 전 대표의 차기 행보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버팀목이다.

 

경우의 수는 세 가지다. 우선, 한나라당이 '친이' 후보만으로 과반 의석을 달성하는 경우다. 이럴 경우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거침이 없는 반면에 박근혜 전 대표의 행보는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된다. 다만, 현재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다음은 '친이' 후보와 '친박' 후보를 합쳐 과반 의석을 달성하는 경우다. 이럴 경우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동거와 협력'이 불가피한 가운데 박 전 대표는 정국 운영의 캐스팅 보트를 쥘 수 있다. 현재로서는 이럴 가능성이 가장 커 보인다.

 

마지막은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에 미달한 가운데 당 안팎에 포진한 '친박' 후보들이 40~50석을 석권하는 경우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최악의 경우다. 박 전 대표는 정국운영의 이니셔티브를 쥘 수 있다. 그럴 가능성은 낮지만, 이 경우 이 대통령은 정계 개편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까지의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현실적으로는 ▲당내에서 25~30석 ▲당 밖에서 10석(친박연대+무소속) 내외의 '친박 후보'들이 당선될 것으로 보인다. 언제든지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의석수이다.

 

한나라당은 당밖에서 '친박연대' 의원들이 공세를 펴는 가운데 당내의 친박 의원들이 내응하는 '트로이 목마당'이 될 수도 있다. 박 전 대표로서는 '당을 바로잡기 위해' 직접 7월 당 대표 선거에 나서거나 '반(反)이재오 전선'에 나설 중립적인 인사를 지원할 수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3월 23일 "한나라당을 다시 꼭 바로 잡겠다"고 말했다.

 

이재오의 '내우외환'... 문국현의 선전과 '박사모'의 낙선운동

 

박 전 대표의 대척점에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서 있다. 이재오 의원은 '외우내환'에 싸여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 '여권의 2인자'로서 차기 당 대표가 유력해 보였던 그는 지금 정치인생 최대의 위기에 몰려 있다.

 

서울 은평을에서 3선을 한 그이지만 정치신인인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는 지역구에서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형님'(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까지 공격하는 '성동격서'진을 펼쳤으나 오히려 여권의 권력투쟁에서도 밀려나는 형국이다. 창조한국당은 3일 '문국현은 국회로, 이재오는 러시아 대사로!'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이 의원은 한때 문 후보에게 '더블 포인트'까지 밀렸으나 막판 뒤집기를 노리고 있다. 3일 발표된 MBC-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는 평균 15% 포인트 안팎의 차이를 보였고, SBS-조선일보 조사는 7.7% 포인트 차이로 거의 오차범위까지 따라붙었다.

 

박근혜 전 대표의 팬클럽인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의 표적 낙선운동이 막판 변수다. 이 의원은 박사모가 "하늘을 대신해 심판하겠다"고 지목한 이 대통령 핵심측근 3인방(이재오․이방호․전여옥)의 한 명이다. 이 의원이 고전하는 이유도 그가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대운하 전도사'이기 때문이 아니라 '박근혜 현상' 때문이라는 진단도 있다.

 

기자 출신의 한 은평구 주민은 "이 의원이 지난 총선에서 탄핵역풍을 뚫고 2500표 차이로 어렵게 이긴 것은 박근혜의 막판 지원 유세 덕분이었다"면서 "주민들은 그때 '은혜'를 입은 이재오가 박근혜를 공격하는 것을 '배은망덕'한 행위로 인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만일 그가 승리하면 이명박계 좌장 역할이 어느 정도 유지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당권에 도전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낙선하면 개인의 정치생명은 물론 이명박계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의 당권 도전은 물건너 가고 이명박계의 구심점이 사라지면서 한나라당은 권력투쟁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문국현 대표가 승리하면 그는 '대운하 전도사'이자 '한나라당 2인자'를 꺾는 파란의 주인공으로서 전국적인 인물로 부상할 수 있다. 그러나 창조한국당은 이번 총선에 후보를 12곳밖에 내지 못했다. 함께 할 '세력'이 없다. 그러니 당선되더라도 의석수 1석의 1인 정당으로 전락할 수밖에 있다.

 

정몽준, 정치인생 20년 최대의 위기이자 기회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에게도 이번 선거는 정치인생 최대의 위기이자 기회이다. 그는 20년 지역구인 울산을 떠나 서울 동작을 선거구를 선택했다.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에게 맞서 달라는 당의 '징발'에 따른 것이다. 당내에 '세력'이 없는 그로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그는 지난 13대 때부터 울산 동구에서 내리 5선을 했지만 한 번도 전국적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선거구 자체가 그와는 '특수 연고지역'이어서 해보나마나한 선거인 데다가 부친이 국민당을 창당했을 때를 빼고는 계속 무소속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은 울산처럼 '땅 짚고 헤엄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게다가 그는 '여기자 성희롱'이라는 막판 악재로 역대 선거 어느 때보다도 힘겨운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그가 어려움을 딛고 정 후보를 꺾는다면 당대표는 물론, 다시 한 번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도 있다. 물론 낙선하면 당 대표 도전도 물건너가고 재보궐 선거 때까지 기나긴 '정치 방학'을 감내해야 한다.

 

'절박한' 정동영... 손학규에게는 '독배'일까 '축배'일까

 

정동영 후보는 더 절박하다. 지난 총선에서 '노인 폄하' 발언에 대한 책임을 지고 비례대표 하위 순번으로 배수진을 쳤던 그는 이미 4년간의 원외 생활을 맛보았다. 그러나 그 때는 여당이었기 때문에 통일부장관으로 국정 경험을 쌓았지만 지금은 다르다.

 

8년은 너무 긴 세월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낙선하면 '대선후보 정동영'은 대중에게 잊혀진 존재가 되기 십상이다. 지역구에서도 선택을 못 받은 정치인이라면 대권은커녕 당권을 거머쥐기도 어려운 일이다.

 

물론 그가 거물인 정 의원을 꺾으면 대선 패배의 아픔을 딛고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공천 과정에서 잘려나간 정동영계를 복원해 다시 당권을 장악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선거법상 마지막 여론조사가 가능한 2일 실시된 조사결과에 따르면, 정 전 장관(25.9∼29.9%)은 정몽준 의원(43.4∼58.7%)에게 14.8~31.7%포인트 차이로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손학규 대표는 본인의 서울 종로 당선 여부와 민주당 의석수가 모두 변수다. 현재로서는 둘 다 열세다. 정치적 명운을 걸고 '정치 1번지'를 선택한 그는 한나라당 박진 후보와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그러나 '사즉생'의 각오로 출마한 종로에서의 패배는 용인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의석수이다.

 

민주당의 목표 의석수는 개선 저지선인 100석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목표는 85석 내외다. 만약 그가 종로에서 이기고 당도 견제 의석을 확보하면 이번 선거를 통해 명실상부한 '주류'로 입지를 다지게 된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낮다. 2일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손 대표 지지율(30.2∼37.2%)은 박진 의원(39.5∼44.1%)보다 5.8~13.4%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로에서 지더라도 현실적인 목표를 달성하면 대과 없이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로 남을 수 있다. 총선 3개월 이내에 실시되는 전당대회에서 재신임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손 대표가 종로에서 '뺨' 맞고 당 의석수도 70석 안팎에 그친다면 총선 패배 책임론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 그가 당 대표직 수락연설에서 말한 대로 '독배'가 될 수도, '축배'가 될 수도 있다.

 

추미애는 유력한 당권 후보...이회창은 '제2의 자민련' 가능성

 

정동영·손학규에 비하면 추미애 전 의원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에 있다.

 

서울 광진을 선거구에 출마한 추 전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팬클럽 'MB연대'의 대표를 지낸 한나라당 박명환 후보를 10%포인트 이상의 차이로 앞서고 있다.

 

추미애 전 의원은 총선 기간 내내 당권의 '당'자도 입에 올리지 않고 '절치부심'하며 묵묵히 지역구에서 표밭만 갈아왔다. 그러나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총선 이후 민주당에서 뉴스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가장 큰 정치인으로 추 전 의원을 꼽았다.

 

특히 정동영·손학규 후보가 원내 진입에 실패하고 당도 어정쩡한 성적을 낼 경우 그는 유력한 당권 후보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당내에 세력과 조직이 없다는 점이 약점이지만, 그 점이 당권을 잡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희석시킬 수 있다.

 

'대권 3수생'인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지난 대선에서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15%를 간신히 획득해 기사회생했다. 이번 총선에서 94개 선거구에 후보를 낸 선진당은 수도권 교두보 확보와 원내 교섭단체(20석) 구성이 관건이다.

 

현재 수도권에서 선진당 후보가 2위를 하는 곳은 서울 양천갑과 중구뿐이다. 이 가운데 신은경 전 아나운서가 나선 중구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으나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과의 격차를 뒤엎기는 어려워 보인다. 전체 의석수도 교섭단체 구성에는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럴 경우 선진당은 '제2의 자민련'으로 전락하고, 이 총재 또한 김종필 전 총재처럼 서서히 '고사'할 가능성이 크다.

 


태그:#9룡, #총선 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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