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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국회는 사학법 국회 혹은 식물국회?

 

17대 국회는 사립학교법 국회라고 할 만큼 사립학교법은 최고의 쟁점 법안이었다. 긴 15년 세월을 거쳐 2005년 12월 국회 마지막날 직권상정으로 개정된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개정 후 사학재단은 개정 사립학교법 이행을 전면 거부했다. 여기에 발 맞추어 한나라당은 국회를 보이콧 하는 등 국회와 교육상임위원회를 식물국회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더니 결국 시행도 제대로 못 해보고 개정 사학법은 2007년 7월 국회 폐회를 단 몇 분 남기고 또 다시 직권상정을 통해 재개정되는 처지에 처하고 말았다. 한나라당의 이런 사학법 행태는 교육계의 보수세력에 속하는 사학재단이 자신들의 오랜 지지층이라는 정치적 측면과 함께 한나라당에 사학 설립자나 이사 등 직간접적으로 사학과 관련을 맺고 있는 의원들이 많다는 것이 그 원인으로 분석된다.

 

한나라당 간부 모임 혹은 사학법인 이사 모임?

 

사학과 한나라당과 같은 보수 정치권, 그리고 교육당국의 관계를 이르는 '사학 마피아'라는 말이 한참 유행하였다. 이런 사학과 한나라당의 관계가 18대에는 없어질 수 있을까? 확인된 것만 15명에 이르는 한나라당 총선 후보자들이 사학 설립자 또는 이사 출신이라는 사실이 대답을 대신 해주고 있다.

 

 

18대 총선 최대 관심 지역으로 손꼽히는 동작구 을의 한나라당 정몽준 후보는 3개 법인 2개 대학, 9개 중고등학교의 이사장 또는 이사이다. 현대가의 간부와 김앤장 변호사 등으로 이사회가 구성된 U공업대학, 자립형사립고인 C고 등 5개 중고가 소속된 현대학원 등 2개 법인의 현직 이사장이다.

 

이 뿐만 아니라 고소영 내각이라는 신조어에서 나타내 주는 이명박 정권의 가장 실세라고 하는 고려중앙학원의 고려대학교와 산하 4개 중고등학교의 이사다.

 

또 다른 관심 지역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중구의 나경원 의원 역시 중고등학교와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는, 아버지가 설립하여 이사장인 서울 H학원의 현직 이사이다. 특히 그의 아버지는 H학원을 포함하여 서울과 경기도의 6개 사학 법인 소속 17개 학교의 이사 또는 감사를 하고 있다.

 

그의 어머니는 재단의 유치원을 경영했고, 그의 자매가 이를 물려받았으며, 아버지와 어머니의 조카들이 교사와 행정실 직원으로 학교에 근무하고 있다. 이런 나경원 의원이 지난 국회에서 사립학교법 문제에 앞장 선 것은 어쩌면 당연했던 것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대구 달성의 박근혜 전 대표 역시 영남대 이사장 출신이다. 영남대는 고 최해청씨가 세운 청구대와 삼성 이병철씨가 세웠다는 대구대를 합병(최해청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강탈했다고 주장)하여 박정희 전 대통령을 교주(校主)로 해 만든 대학인데 설립 초부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이사장과 이사를 해왔다.

 

그러다 10원의 기여도 없는 박근혜 전 대표가 20대에 이사장이 되었고 동생도 이사였다. 이후 입학 부정 등이 문제가 되어 박근혜 등 이사진이 물러나고 현재까지 임시이사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 그의 여동생이 학교를 돌려달라면서 임시이사 직무정지 소송을 냈는데 1심에서 패소했다.

 

대표적 친박근혜 인사 중 한 명인 현직 권철현 의원을 이긴 부산 사상의 장제원 후보 역시 족벌 사학 출신이다. 그의 아버지는 D대, K정보대, B디지털대 등을 운영하는 D사학재단 설립자이자 민정당 국회의원으로 국회 부의장을 지낸 장성만씨이며, 본인도 이 사학의 학장, 부총장 등을 역임한 이사다. 어머니도 D대 전 총장으로, 본인·부친·모친·친형 등이 이사장, 총장, 학장 등으로 재단 소속 학교 전체를 장악하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총장으로 재직하면서 학교 공금 횡령, 리베이트 수수, 비자금 조성 등으로 마련한 8억 원을 아들인 장제원 후보가 운영하는 출판사 운영자금으로 지원하는 불법을 저질러 총장에서 물러나고 징역 2년의 유죄선고를 받았다. 공천에서 탈락한 권철현 의원은 '장 후보는 사학비리 당사자인데 한나라당이 족벌사학 옹호단체는 아니지 않느냐?'며 재심을 청구하였고, 윤리위원회도 사학비리 혐의로 부적격 재심 대상으로 올렸으나 지도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외에 확인된 것만 해도 한나라당 후보들 중에서 현직 사학이사 출신들이 15명에 이른다. 경력에 사학 이사 또는 설립자를 밝히지 않는 등의 이유로 확인되지 않은 것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서초을의 고승덕 후보 역시 경기 Y학원의 현직 이사다. 인천 부평갑 조진형 후보 역시 그가 졸업한 S학원 동창회장이자 사학 이사다.

 

충청권의 대전 서구의 나경수 후보는 W학원, 최고의원을 지낸 대전 중구 강창희 후보는 경기 K학원, 충북 충주시 윤진식 후보는 D 사학법인 이사이며, 충남 천안 김호연 후보 역시 서울 S 대학법인의 이사이며, 전국구인 김공자 후보는 대전과 충남, 충북에 걸쳐 3개 법인 7개교 이사이다.

 

영남권에서는 한나라당 경북도당 부위원장을 지낸 영양영덕울진봉화의 강석호 후보가 포항 B학원 이사장 출신이고, 경남 남해 여상규 후보는 허가도 안 난 강남의 카지노에 학교돈을 투자하여 제대도 시작해보지 못하고 물의를 일으킨 서울 S학원의 이사이다.

 

풍전등화에 놓인 사립학교법과 사학개혁의 운명은?

 

확인된 것만 15명에 이르는 사학 재단 설립자 또는 이사장 출신의 한나라당 18대 총선 후보들 중 일부는 사학 비리에 직접 연관된 것으로 밝혀지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후보도 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이들 모두 분명히 사학재단 편에 서서 사학의 충실한 대변자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한나라당의 사학법 방침을 가장 잘 대변하는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 대표 출신인 인천 남동의 조전혁 후보와 교총 회장 출신의 경남 통영고성의 이군현 후보까지 더하면 막강 대변 세력이 될 것이다.

 

이런 우려는 인수위의 사학법 추가 개정 발표에 이어 최근 한나라당 원내 수석 부대표의 좌파 적출 수술 발언이나, 안상수 원내 대표의 사학법 좌파 법안 발언, 그리고 이를 이은 강재섭 대표의 반쪽짜리 재개정 사학법의 완전한 (추가) 개정 발언을 통해 잘 드러난다.

 

한나라당 후보의 이런 면면을 보면, 국민들이 질려버릴 정도의 사학 비리와 족벌사학의 비민주적 전횡을 바로 잡자는 의미의 사립학교법 개정과 사립학교 개혁의 운명이 풍전등화로 보인다.

 

과연 18대 국회는 국민의 염원인 사학개혁의 과제를 완수할 수 있을까? 한나라당은 사학과의 관계를 끊고 부패사학 옹호당의 오명을 벗을 수 있을까?


태그:#한나라당 , #사학재단, #커넥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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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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