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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박이' 여당 의원으로 지역발전시킬 것"-"8년 의정활동 평가받겠다"
ⓒ 박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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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2호선과 5호선이 만나는 왕십리역. 계단을 밟아 성동구청 방향으로 올라오니 지상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어둑신한 하늘을 배경으로 보슬보슬 흩뿌리는 봄비를 보고 있자니 '서울도 아름다울 수 있구나'란 생각이 아주 오랜만에 들었다.

 

하지만, 이곳 성동구엔 봄비 나리는 평화로운 풍경에 마음을 뺏긴 채 마냥 넋 놓고 한산한 오전의 여유를 만끽할 수 없는 이들이 더 많다. 이번 18대 총선 성동을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진 국회의원 후보 2명도 그런 사람들이다.

 

이곳에서 재선을 한 전대협 3기 의장 출신의 임종석(통합민주당) 현 의원과 인천지법 판사를 거쳐 서울시 고문변호사를 지낸 'MB의 정치적 아들' 김동성(한나라당) 후보. 각각 42세와 37세라는 젊은 나이에 "성동의 아들, 김동성은 일하겠습니다", "교육 성동이 잘사는 성동입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민의를 대변하는 일꾼이 되기를 자처한 두 사람이다.

 

2일 오전 봄비를 맞으며 두 사람의 선거사무소를 찾았다. "지난 2개월 동안 지역구를 5번 이상 돌았다"는 임종석 후보와 "유세차량에서 내리지 않고 하루 종일 유권자들을 향해 연설을 하며 강행군 한다"는 김동성 후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선거운동기간이라 지쳐있을 법도 했지만 두 사람의 눈빛에선 피로감을 읽을 수 없었다. 임 후보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힘이 실려 있었고, 현역 임종석 의원을 평가하는 김 후보의 비판엔 서슬 푸른 날이 서있었다.

 

지난 3월 29일부터 31일까지 중앙일보와 YTN 공동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임 후보의 지지율은 36.5%, 김 후보는 31.0%(조사대상 500명.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의 지지율을 얻고 있다.

 

[한나라당 김동성 후보] "임종석, 8년 동안 한 게 없다"

 

성동구 도선동에 위치한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김동성 후보는 우선 이 여론조사 결과를 "옛날 것"이라며 평가절하했다. "당(한나라당)과 자체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내가 4~6% 앞서는 것으로 나온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김 후보는 "임종석 의원이 성동구를 위해 지난 8년간 한 게 뭔가"라고 물었고, "아무 것도 한 게 없다"는 답까지 스스로 내놓았다.

 

"성동구엔 명문고가 드물어 고등학생이 되면 강남으로 이주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해 이곳에 자립형사립고 등을 유치하겠다"는 교육관련 공약을 설명한 김 후보는 "지역민의 주거개선을 위한 뉴타운 건설과 재개발과 재건축을 진행하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예비역 장성 수백 명이 참여하고 있는 한국위기관리연구소 이사로 있는 김 후보는 "자연재해와 인재 등을 포함한 국가위기가 닥쳐올 때 이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시스템을 연구하겠다"는 포부를 말하기도 했다. 북한 인권문제와 탈북자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그는 두 문제를 인도적 차원에서 해결할 지원책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과 시장, 구청장이 모두 한나라당이다. 'MB의 정치적 아들'인 내가 지역구 의원이 된다면 낙후된 성동 발전을 힘있게 추진할 수 있다"고 주장한 김 후보는 "나는 여기서 초중고교를 나왔다. 친척들도 모두 성동에 거주한다. 외지인보다 지역 사랑이 클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라며 '토박이론'을 설파하기도 했다.

 

"2000년과 2004년 모두 바람('바꿔 열풍'과 '탄핵 역풍')을 타고 당선된 임종석 의원에 대한 지역의 반대여론이 높다"고 말한 그는 높은 반대여론의 이유로 '지역민과의 스킨십 부족', '(임 의원의) 친북좌파적 성향' 등을 들었다.

 

김 후보는 임 의원을 향해 "네거티브 없이 당당하게 대결하자"는 제안도 했다. "아침부터 밤까지 나를 알리고, 열심히 일 하겠다"는 그는 SBS <솔로몬의 선택> 자문변호사를 맡기도 했었다.

 

왕십리역 지하도에서 만난 지역주민 박아무개(50대)씨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손발 맞춰 일하려면 아무래도 한나라당을 찍어야하지 않겠냐"는 말로 김동성 후보 지지의사를 밝혔다. "젊은 나이에 판사와 변호사를 거치며 쌓아온 엘리트로서의 경력"도 박씨가 김 후보에게 좋은 인상을 가지게 된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통합민주당 임종석 후보] "내가 말하지 않고, 주민의 목소리 듣겠다"

 

임종석 후보의 선거사무소가 위치한 행당동으로 옮기는 중에도 봄비는 계속됐다. 임 후보를 돕는 이들 10여명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사무소에서 커피 한 잔을 사이에 두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명박 정부의 실정과 부자 내각의 부도덕성이 드러난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현재의 성동구 분위기를 전한 임 후보는 "사교육비 폭등 등을 확인한 국민들이 서민경제에 도움을 줄 사람을 찾고 있다"고 했다. 바로 이런 바람이 여론조사에서 임 후보를 우위에 서있게 한 요인이라는 이야기다.

 

"서울시장과 구청장, 서울시의회 의원 거의 대부분이 한나라당이고, 이는 이 나라가 일당독재로 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진단한 임 후보는 "그런 상황이니 국민들의 견제심리가 생기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아직까지 좁혀지지 않는 정당 지지율 탓에 답답"한 임 후보지만 "야당을 키워서 여당의 독주를 견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기에 상황이 마냥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라는 것도 임 후보의 판세분석.

 

2000년 초선 때부터 교육문제에 관심을 가졌다는 그는 "당선 후 교육위 활동을 통해 2005년까지 성동구에 3개의 학교를 지었다"는 것을 지역발전을 위한 노력으로 이야기했다. "교통의 요지이자 위치상으로 서울의 중심인 성동은 교육문제만 개선하면 강남 이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은 임 후보의 변치 않는 믿음이다.

 

그는 "나는 할 수 있는 공약만을 이야기했고, 이를 실천했다"며 "그 성공여부는 유권자들이 평가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연초부터 계속적으로 지역구를 돌며 사람들과의 접촉면을 넓히고 있는 임 후보는 "스킨십이 부족하다는 비판은 현역의원들 대부분이 도전자에게 듣는 말"이라며 김 후보의 비판을 일축하기도 했다.

 

"김동성 후보가 유세차량을 통한 선거운동을 한다면, 나는 발로 뛰면서 한다"는 임 후보는 "서민경제가 힘겨운 상황에서 사람들의 마음 상태를 고려해 가능하면 (목소리 높이는) 유세를 자제하고, (로고송 등의) 음악도 크게 틀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그는 "내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것을 선거운동의 중심축으로 설정해놓고 있다.

 

김 후보가 말한 '토박이론'에 대해서도 임 후보는 "나도 여기서 대학(한양대) 나와, 결혼해서 애 키우며 살고 있다"는 말로 자신 역시 성동 토박이에 못지않음을 강조했다.

 

'친북좌파성향'이라는 비판에 관해선 "그것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차이이자, 임종석과 김동성이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라며 "남북 화해협력정책은 지난 10년간의 정권에서 가장 높이 평가받아야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런 이유로 '임 후보는 친북좌파성향'이란 김 후보의 말은 "정치 선동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젊고, 깨끗하고, 열정을 보여주는" 임종석 후보를 좋아한다는 임희성(41)씨는 "앞으로도 지역주민을 위해 아이들의 교육환경을 개선시키는 일을 중단 없이 추진해줬으면 한다"는 주문을 임 후보에게 전하며 환하게 웃었다.

 


태그:#격전지, #임종석, #김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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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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